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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레바논 은행에서 최근 이런 대출 상품이 나왔다.

· 대출 가능 금액 : $500 ~$5000
· 상환 기간 : 6~24개월
· 미화 3000불까지 무보증
· 계약금 불필요
· 의사 선택 자유


우리 식으로 풀어보니 이렇다.

적게는 5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를 최장 2년으로 대출해 준다. 게다가 300만원까지는 보증이 필요없고 관련 수수료는 물론 선납하는 금액도 일체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레바논 경제 사정을 생각해 보면 어느 은행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여간 기특한 생각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의사'의 선택은 자유라고 하니 이 부분이 다소 석연찮다.

▲ 레바논 제일국립은행 홈페이지 초기화면. 우측 하단 아랍어로 쓰인 '음산한' 내용과 가운데 여성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은행의 홈페이지는 초기화면부터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패션 잡지에서나 봄직한 금발의 미녀가 떡하니 화면의 중앙에 있는 것도 그러하고.

비교적 조그만 글씨로 쓰여진 사진 아래를 들여다 보니 '성형수술 대출'이라는 문구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제일국립은행이 점증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아예 성형수술 전문 대출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의사' 선택이 자유롭다는 말은 자신이 원하는 의사를 자유롭게 선택하여도 무방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긴, 대출을 받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구매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성형수술 대출이 가능한 여성의 자격 또한 턱없이 관대하다. 2년 이상 직장에 다니고 있고 나이는 65세를 넘지 않으면 된다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최소 2년 다닌 여성으로부터 내일 모레 일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까지 누구든 자유롭게 이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3명 중 1명 "코 성형하고파"

▲ 25년 간의 내전과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건물을 배경으로 한 젊은 여성이 야외 수영장에 한가롭게 누워 파이프 담배를 즐기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가슴을 크게 하는 수술과 뱃살을 제거하는 수술이 인기를 끈다.
ⓒ 이상직
레바논 최대 일간지 <데일리 스타>에 의하면 지난 여름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아랍 국가로부터의 전통적 고객은 감소하였으나 대신 레바논 국내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전년도 대비 최소 10~20%의 성장이 금년에도 예상되고 있다.

또한, 성형 부위별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오똑한 콧날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우리들 상상과는 다르게 레바논 여성들이 가장 즐기는 성형 제1순위는 코 수술이다. 몸매는 서양인데 코는 동양이라는 웃지 못할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레바논 여성들 3명중 한 명은 자신의 코를 수술해야만 한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최근에는 '코 성형 강박증'이라는 새로운 사회 용어까지도 생겨났다.

코 수술 다음으로 유행하는 순서로 지방 제거를 든다. 유난히 엉덩이가 큰 아랍 특유의 체형에 속옷이 거의 보일 정도의 배꼽 티와 청바지를 즐겨입는 레바논 여성들이니 뱃살과 엉덩이 살은 실로 치명적이다.

레바논 여성들이 이토록 성형 수술을 통해 자신의 미를 가꾸려는 의지가 미국, 캐나다의 선진 여성들 못지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지리적으로 중동에 속하되 일찌감치 개방된 이후 유럽의 미녀 특히 가장 최근까지 식민 지배를 당했던 프랑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대등하게 공존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독교 여성들로부터 영향을 더 받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 '중동의 스위스'로 명맥을 유지하며 중동 산유국 부호들의 관광지로서 서비스 산업이 발달되다 보니 선남선녀들이 본의 아니게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년에 100명 이상을 시술하는 나빌 풀레이한 박사도 인정하듯 레바논 사람들이 중동 여타 국가에 비해 훨씬 더 패션 감각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중동의 어느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더라도 준수한 외모의 남녀들이 유난히 여러 명 서있는 게이트에 가보면 어김없이 그 비행기는 레바논으로 가는 비행기임을 알 수 있다. 사우디나 아랍에미레이트의 부자 젊은이들로서는 아무리 돈을 들여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패션 감각이 이들에게는 있는 것이다.

레바논 사람들의 멋내기 기질과 인력 수출

▲ 레바논계 슈퍼 스타들. 왼쪽부터 샤키라, 하이파, 낸시 아즈람.
레바논 사람들의 이러한 멋내기 기질은 레바논 국가 브랜드 이미지로 중동 전역에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웬만한 호텔내 고급 뷰티살롱은 어디를 가든 어김없이 레바논 남성 미용사들 몫이다. 일반 살롱 보다 3~4배 가격이 비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레바논 미용사를 찾는 것이 이들의 패션 감각은 강남이 아니면 머리를 맡기지 않는 한국의 신세대 엄마들도 인정한 실력이기 때문이다.

아랍 에미레이트를 비롯, 사우디, 쿠웨이트 대형 쇼핑몰의 고급 브랜드 여성 의류나 향수 매장내 8등신 여성 점원들은 대략 레바논 여성들로 보면 틀림이 없다.

검은 천으로 온몸을 휘감고 평생을 살아가는 아랍 여성들 틈바구니 속에서 1년에 한 번 마치 자동차 정비하듯 성형을 하고 몸매를 가꾸는 자유 분방한 레바논 여성들. 그들의 이러한 가꾸기 성향은 아라비아 반도 원유 부국들의 호텔과 서비스업 등 탈석유 시책과 맞물려 폭발적인 레바논 여성 수요 증가로 연결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전성기를 구가할 모양이다.

이러고 보니 레바논 제일국립은행의 본 성형대출 상품은 자원이 빈약한 레바논이 장차 수출을 신장시키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여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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