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독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관심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어떤 독자분은 제 메일로 자신의 견해를 보내주시기도 하셨고 또 어떤 학부형께서는 댓글로 자녀의 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을 서로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모두 함께 "광화문 촛불 통통배" 주인이 되어 험한 파도를 넘어 큰 바다로 나가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고자 하는 연재는 현장 연구 관련입니다. 영어로는 Action Research로 Field Research와는 엄연히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후자가 주로 대학교수나 연구자들에 의해 이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구라면 전자는 현장의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수정·재적용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분야입니다. 국내에서의 영어 교수법 연구는 후자에 해당하는데,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되어왔습니다. 한 갈래는 대학원생들의 졸업 연구논문입니다. 또 다른 한 갈래는 대학교수들이 학술지에 발표하는 성격의 연구논문입니다. 두 연구 모두 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지만 엄밀히 말해 현장 연구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대학원생 연구논문을 보겠습니다. 간혹 학부에서 영어 교육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으로 연계 진학하여 학문만을 업으로 삼는 학생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학원 학생들 대부분이 현직 교사 출신이거나 교육과 관련된 곳에서 경력을 쌓고들 있어서 현장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겨집니다. 학문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도 지인을 통해 연구대상을 학생들로 삼는 경우가 일반적인 이유도 이런 교육적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대학원생들은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소논문을 통해 보고서 양식으로 제출하기도 합니다. 물론 연구 장소는 초·중·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합니다.

반면 학술지 발표를 목표로 하는 대학교수들의 연구는 대학교를 무대로 이루어집니다. 주로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대학원생들의 연구와는 여러 차원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대상 학생들인 대학생들은 우선 영어 실력의 분포가 비교적 고르고 영어 실력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높습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연구결과가 긍정적 차이를 보인다고 하여도 그대로 초·중·고등학교에 결과를 적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습니다. 대학원생의 논문이 질적인 면에서 전문연구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이유만큼 교수들의 논문 또한 현실적인 측면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연유로 대학원생들 논문에 대한 질적인 강화와 대학교수들의 연구대상을 초·중·고 학생들로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두 개의 학급을 실험·통제반으로 구분한 다음 일련의 처치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실험 전·후의 향상도를 산술적으로 비교하는 방식 대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누구나 힘들다고 말하는 영어독서 활성화의 정착을 위해 처음 학교 관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하여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우리말 도서와 영어도서와의 적절한 구매 배분에 대한 협의, 내신 및 수능성적에 전념해야만 하는 학생들과 부모님께 대한 이론적 설득 과정, 실제 독서클럽을 구성하는 절차 및 과정에 대한 연구자의 신념과 희생의 가치, 실질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 담임교사에 대한 정서적 교감, 50명이 넘는 학생들 개별 기대에 대한 부응 등에 대한 시행착오를 빠짐없이 기록함은 물론, 한 번의 실패가 이루어지면 그 실패를 보완하여 두 번째 시도에 대한 모든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 비록 그 결과가 성공으로 마무리되든 아니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든 백서를 만드는 심정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지난 4년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올 3월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모든 것이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지라 지나간 3, 4월은 탐색하는 가운데 과연 독서가 성공할 수 있을까를 가늠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반은 2학년 4개 반으로 상-중-하로 나뉜 학급 구성상 모두 하반에 해당하는 학생들입니다. 상위권 학생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하위권 학생들은 영어독서가 어렵습니다. 우리말 독서 능력에 언어 능력이 더해져야 영어독서가 가능한데 우선 하위권 학생들은 우리말 독서도 관심이 없지만, 설령 하고 싶어도 언어 장벽으로 인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합니다. 어떻게 할까 궁리하던 차 마침 창의 인성부서에서 교과동아리 모집 공고가 게시되었습니다. 희망 교사는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명을 기재해주면 담당 부서에서 희망 인원을 모집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영어독서 교과동아리입니다.

물론, 모집된 20명 남짓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독서를 시작하기 전(4월)과 후(11월)로 나누어 그 향상도의 차이를 집계하고 분석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가능하다면 비교할 대상 학급에 대한 미련이 남던 차 학교에서 마침 3학년 심화반 학생 15명 정도를 지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두 반을 비교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4월과 5월에 걸쳐 두 학급을 실제로 운영하며 사전 테스트는 물론 영어학습에 대한 설문조사와 실제 설계된 두 학급의 수업도 진행하였습니다. 왠지 순풍을 만났다 싶었는데 서서히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제점 1. 독서동아리 – 자발적 의사에 따르지 않고 담임교사가 임의로 독서동아리에 할당한 학생들은 사실 영어독서에 대한 아무런 목표나 이해 없이 참여하였고 또 서로 정보를 교환하여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온 학생들이 제법 있어 영어독서를 진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학급의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임.

문제점 2. 심화반 – 학교 기숙사에 생활하는 학생을 주류로 선발된 인원이라 개별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이기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일치하면 수업에 참여하고 그렇지 않고 자신이 아는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이 되면 불참하는 등 인원 통제가 되지 않는 단점이 노출되는 현상을 보임.

대안이 필요하였습니다. 두 학급을 통해 원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며칠을 고민했을까요. 갑자기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며칠 전 떠오른 생각,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홍보를 해보는 게 어떨까!" 파워포인트로 홍보 리플렛을 만들어 1학년 부장을 통해 홍보물의 취지를 설명한 다음 1학년 8학급 담임교사 모두에게 당부를 드렸습니다. 잘 부탁드린다. 영어독서는 유일한 등급상승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영어 입력이 부족해 독서가 제일 필요하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시작되고 저도 학생들도 모두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중간고사가 끝나던 바로 다음 날 오전 쉬는 시간 3명의 1학년 학생들이 제가 있는 학사지원실을 찾았습니다. "선생님! 여기가 영어독서클럽 모집하는 곳인가요?" 참으로 반갑더군요. 아이들 명단을 작성하고 다음 과정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돌려보내고 다시 한 주간이 지났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명이 지원한 것입니다.

체육 시간이든 복도에서든 만나는 1학년 담임들을 이제는 각개 격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고 한 사흘 지났을까 1학년 5반 학생 8명이 단체로 가입하겠다고 달려왔습니다. 복도가 시끄럽고 지나가던 학생들이 기웃거리는 북새통을 마치고 이제 11명으로 구성원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반별로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던 지난주 목요일 마침 1학년 담임교사 한 분이 개인 사정으로 제가 대신 강의를 들어가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직접 해당 반으로 올라가는 대신 반장을 통해 영어전용실에서 수업한다고 통보하였습니다.

30분 정도 땀 흘렸을까요. 수도 없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저 같은 8등급 학생도 가능할까요? 책은 어디 있나요? 선생님 역할을 무엇인가요? 22명 한 학급에서 수업이 끝나고 18명의 학생이 멤버쉽 신청을 했습니다. 이제는 인원이 너무 많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동시에 엄청난 책임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 한 해 이 학생들이 영어독서에서 성공한다면 내년에는 1학년 전교생으로 확대실시할 수도 있겠지만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그래서 아무도 내년에는 신청하지 않는다면. 걱정 한 가지 해결하고 나니 더 큰 걱정이 찾아옵니다.

아래는 2018년 한 해 진행하고자 하는 실행연구 계획표입니다.

실행연구 계획 실행연구 계획표
▲ 실행연구 계획 실행연구 계획표
ⓒ 이상직

관련사진보기


본 연구가 제 논문을 위한 연구의 일부분임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연구가 먼저인지 논문이 우선인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연구가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다면 위의 두 3학년 중심 학급만으로 적당히 연구논문 작성이 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어제 50명에 대한 사전 테스트 목적으로 1) 어휘량 테스트 2) 독서속도 및 독서이해도 측정 3) 설문지 측정을 위한 복사물 신청을 마쳤습니다. 필요한 경우 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학생들과의 비교를 위해 넉넉하게 150부 정도로 신청하였습니다. 금주는 동아리 발표대회와 축제가 있어 다소 어렵겠지만 내주에는 해당 50명 학생을 대상으로 식당같이 넓은 장소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한 가지 이미 발생한 변수는 1학년 학생들 가운데 상위권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대부분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습니다. 정규수업을 마치고 또 저녁을 먹고 난 다음 영어, 수학, 국어 등을 중심으로 심화 수업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근거하여 수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연히 이 학생들은 영어독서를 함께 할 수는 없으므로 스스로 읽고 관리를 제가 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음을 이미 학년 부장께 설명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그냥 강제로 모집해서 임의로 교사가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 싶으시죠. 학교 안에는 보이지 않는 다수의 힘이 입체적으로 작용합니다. 그 힘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인위적으로 파괴되면 어김없이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근원적인 불균형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영어독서의 경우 1) 재단 2) 학교 관리자(교장-교감-연구부장) 3) 학년 부장 4) 담임교사 5) 사서 교사 6) 행정실 7) 학부형 8) 학생 본인 9) 그리고 제가 있습니다.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 다른지라 공통의 분모를 찾고 동일 방향의 벡터값이 갖추어지지 않는 한 단 몇 명의 동아리 구성도 그 효과를 장담하기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 새로운 연재의 제1편을 마무리합니다. 다음 주에는 평가결과를 분석하고 여기에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할 계획입니다. 본 연재는 금 년 말까지 짧게는 일 주 길게는 2~3주에 한 번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바람이 앞서나 제 간절한 소망은 공교육현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영어 포기자가 우리 독서클럽에 가입하여 자신의 수준에 맞는 영어독서를 통해 다시 정상궤도 진입을 향한 자신의 꿈을 가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