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아부다비의 인터내셔널 스쿨 전경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기자의 딸이 다니는 학교는 레바논계 인터내셔널 스쿨이다.

본관 건물 뒤로 잔디 축구장이 있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같은 캠퍼스에 모여 교육을 받는 이 곳은 3000명이 넘는 정원에도 불구하고 매년 학기초가 되면 등록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학교의 역사가 유구하고 규모도 제법 큰 지라 아랍에미레이트만 하여도 이런 규모의 학교가 아부다비, 두바이, 알 아인, 샤자를 합쳐 4군데나 있다.

선진 시스템의 학교들이 그러하듯 이 학교 역시 학과 공부외 다양한 특별 활동을 권장하는데 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클럽 중 하나가 수영반이다.

▲ 아부다비 학교에서 열린 4개 분교 대항 수영대회 장면.
1년에 서너 차례 학교장배 수영대회가 개최되는데 예를 들어 봄 시즌에 두바이에서 시합이 있었다면 가을 시즌에는 아부다비에서 열리고 그 다음 시즌에는 샤자에서 개최되는 식이다.

불과 수 년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영국, 프랑스, 미국 교육기관이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은 아부다비가 7개 에미레이트를 통틀어 늘 우승을 차지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전종목을 두바이가 석권하다시피 하자 이제는 아부다비와 샤자가 서로 2위를 다투는 양상이 되어버렸다.

선수 학생들을 비교해 보아도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두바이 선수들은 대부분 인도 출신에 간간히 레바논 등의 아랍 아이들이 섞여있는 반면, 아부다비는 유럽 계통의 아이들과 한국, 중국,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 계통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두바이는 그 만큼 우수한 수영교육 시스템과 신세대 인도엄마들의 교육열에 힘입어 외국인들이 수영을 잘 훈련받을 수 있는 반면, 아부다비는 교육 시스템 자체가 안돼있어 고국에서 배운 실력을 겨우 유지해나가는 정도이다.

실제 두바이는 하여도 태권도를 가르키는 교육기관이 몇 개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아부다비에 살고 있는 기자의 딸은 태권도장 개관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이제는 복싱 아니면 가라테라도 배워야겠다는 소리를 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어느 사회를 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사회의 주류가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회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흐름을 형성한다. 두바이 군주의 자녀들이 각각 승마와 가라테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나면 군주 아래 단계인 세이크로부터 시작하여 일반 시민들 자녀들까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당연히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단연 눈에 띄는 두바이 스포츠TV

▲ 두바이 스포츠TV 홈페이지
아랍 각국이 경쟁처럼 미디어에 투자를 하여 나라마다 여러 개의 유사한 방송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두바이 미디어시티에는 CNN과 로이터 중동지역본부는 물론 그 건물들 옆으로 사우디 MBC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그 유명한 알 자지라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 본부를, 수니 이슬람을 대표하는 알 아라비아 방송은 아부다비에 각각 지국을 두고 있다.

30여 개에 달하는 아랍 국가들이 같은 언어와 같은 이슬람 문화 속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이 미디어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리모트 컨트롤을 손에 쥐기만 하면 수 백개에 달하는 동일 언어의 방송을 안방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나라와 나라 방송과 방송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두바이 스포츠 TV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예상과 달리 모두 아랍어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아랍 국가간 미디어 세계의 경쟁은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사우디의 세계적인 부호 왈리드 왕자가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것도 어찌보면 바로 이런 거대한 시장의 매력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적 군웅이 할거하는 중원의 무림에서 단연 눈에 띄는 방송 하나가 있으니 다름아닌 두바이 방송이다.

두바이 방송은 뉴스와 드라마를 전문으로 다루는 '두바이 TV', 스포츠 전문 '두바이 스포츠 TV', 영화 전문 '두바이 원 TV'로 분류되는데 이 중에서도 단연 기자의 눈에는 스포츠 TV의 역할이 돋보인다.

사우디나 아부다비 스포츠 채널은 시간에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의 방송을 축구와 농구 경기 등 구기 종목으로 채운다. 근래 들어 자동차 경주, 곡예 비행, 스피드 보트 등의 경기도 간간히 보여주고 있지만 어떤 때는 이 채널이 축구전용 채널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두바이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두바이 스포츠 채널을 돌리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고서는 축구 경기를 보기가 쉽지 않다. 대신, 체조 및 육상 경기,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사격, 승마, 수영 등 장차 수년 내 두바이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는 분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프로그램들이 줄을 지어 제작되고 편집된다.

소니 전자가 미국의 어린 아이들을 자사의 잠재고객으로 발굴해 내듯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거주민들의 체육적 소양을 정부가 소유한 채널을 통해 일찌감치 발굴하여 특수 교육의 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발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입수하는 자세의 두바이 학교 선수들을 아부다비 학교 선수들이 따라 잡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싶다.

아부다비 거리에서 발견한 두바이 택시

▲ 아부다비 거리
ⓒ 이상직
엊그제 아부다비 시내 함단 거리를 배회하다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였다.

두바이 소재 캄리 택시가 아부다비 함단 거리 택시 승강장에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켠 채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는 기사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겠는가. 승객을 태우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아무래도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동안을 그렇게 차가 머물러 있는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아부다비 코롤라 택시들이 무심하게 옆을 스쳐 지나간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가공할 힘의 주인공, 우리에게 시보레 택시로 더 잘 알려진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 GM의 시보레 디비전 커프리스 차량이 이곳 아부다비에서도 경찰 차량으로 쓰인다.

딱지라도 한 번 끊기는 날에는 한달 용돈을 고스란히 다 갖다 바쳐야 하는 벌금 부담 때문에 조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아부다비 택시 기사들이 어쩌다 순찰차에 적발되어 검문이라도 당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두 배는 됨직한 커프리스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이 마치 살인현장에서 범인이라도 체포하듯 심문하는 태도도 그러하지만 코딱지만한 코롤라 택시 안에 커다란 몸집을 억지로 구겨놓고 앉아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대답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운전자 모습도 어찌보면 눈물 없이는 보지못할 한 편의 코미디이다.

그도 그렇지만, 자국민들로만 구성된 경찰차는 최고급 차량으로 쓰는 반면 온갖 외국인들로 구성된 아부다비 시민들을 위한 택시는 형편없는 소형 차량으로 사용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아부다비에 등록된 회사는 두바이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나 두바이에 등록된 회사는 아부다비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서 원천 배제되도록 되어있는데 아부다비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그런 사실을 늘 자랑삼아 얘기한다.

한국의 A사가 아랍 에미레이트 전역에서 사업을 하려면 아부다비에 등록을 해야 수월하다는 의미이다. 일견 그렇겠구나 싶다가도 잠시만 생각해 보면 부아부터 치밀어 오른다.

엊그제 함단로에서 우연히 지나친 두바이 택시는 그러기에 기자의 눈에는 아부다비를 점령키 위해 먼길을 앞서 나선 예하 부대의 전초처럼 비쳐졌다. 길가에 적들이 묻어놓은 지뢰도 확인하고 어딘가 잠복해 있을지도 모를 적의 동태도 미리 살피기 위해서 말이다.

샤키라 공연을 보기 위해 지난주 두바이를 찾았던 사람들이 길에서만 4시간을 허비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교통 정체도 그러하지만, 그런 공연을 아부다비에서는 볼 수가 없다는 사실에 아부다비 10대들의 고민이 오늘도 깊어가는게 안타깝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어독서연구소 - 어린이도서관 - 어학원 운영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