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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희귀질환자 수는 대략 50만명. 100만명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희귀질환자들은 전문의와 관련 약품 부족, 사회적 편견, 경제적 궁핍 등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멀쩡한 성인도 갑자기 희귀병에 걸리기 때문에 누구나 희귀질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연속기사를 통해 희귀질환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환자들의 아픔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사가 '나눔'과 '행복'의 의미를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 희귀 질환 전문의 김현주 교수.
ⓒ 김귀현
"우리나라 희귀질환의 연구와 치료 등의 진료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병이 의심이 돼도 제대로 진단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진단이 되었다 하더라도 치료를 제대로 받기 힘들다."

한국희귀질환연맹 대표이자,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전문센터 소장인 김현주(64) 교수는 '국내에서 희귀질환과 관련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는 의사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국내의 희귀질환 전문 의사는 어찌 보면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문의사의 부족과 진료 시스템 미비로,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는커녕 진단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희귀 질환 연구'는 중소기업과 같은 위치 "하려는 의사가 없다"

@BRI@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의 조사에 의하면, 희귀질환자의 62.7%가 확진을 받기까지 1년 이상의 기간을 소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내에 확진을 받은 경우는 37.3%에 불과했다. 오진을 경험한 사람도 62.2%나 되었다.

오진이 많고 확진이 늦어지는 이유는 뭘까? 김현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3분 진료시스템이 희귀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에 장애물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희귀질환의 경우 90%이상이 유전질환이다. 유전질환 환자라 의심이 된다면 최소한 1시간은 상담을 해야 한다"며 "유전자가 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유도하기 위해서 환자의 병력, 3대에 걸친 가족력 분석과 상담을 한 후에 진단을 해야 하고,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면, 바로 다른 전문의를 추천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희귀질환은 병 하나하나가 드물어, 의사들이 진료 중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며 "대부분의 의사들은 유전질환 관련과목인 '의학유전학', '유전상담학' 등에 대해 국내 교육 과정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서 희귀질환의 오진이 많은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희귀질환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의 수는 왜 적은 걸까? 김현주 교수는 성과적 측면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모든 병은 연구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인 '당뇨병'을 예로 들어보자. 당뇨병은 환자수가 많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에 의하여 병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 연구는 치료 성과로 뚜렷이 나타난다.

하지만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각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아주 적고 워낙 그 종류가 다양하고 많아서 알려진 것만 6000여종이 넘는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도 어렵고, 설령 진단되었더라도 효율적인 치료법이 아직까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치명적이거나 만성화되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각각의 희귀질환의 정확한 조기진단과 효율적인 치료는 연구를 통해서만 개발된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시장 규모가 작은 희귀질환에 대한 자발적인 연구 개발 투자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분에 연구하기도 힘들고 치료 성과도 뚜렷하지 않은 분야로 알려져, 많은 의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일손이 딸려 난리다. 젊은이들은 보수와 성과 등 때문에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현재 희귀질환 연구분야가 딱 중소기업과 같은 처지다"고 덧붙였다.

미,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희귀병 연구 시작

"미국과 일본은 1980년대부터 이미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현주 교수의 설명이다.

임상유전학(Clinical Genetics)이란?

유전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 치료, 예방을 목표로 하는 특수임상분야로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유전학적 원칙을 통해서 연구하여, 환자와 가족을 위한 실용적이고 의의있는 정보로 응용하는 '전문임상분야'이다.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 진료대상으로 포함하며 가계도 분석과 유전상담이 필수적이다. 진료에 장시간이 소요되며 비밀성이 보장된다.

희귀질환의 대부분이 유전질환이므로 임상유전학이 희귀질환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김현주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1982년부터 임상유전학 전문의 제도가 시작되었으며, 1983년에 1100종 이상의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며, 1991년 임상유전학인정의제도가 시작되었고, 2002년부터 임상유전전문의제도로 전환되었다. 현재 약 500여명의 희귀질환 전문의가 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정부에서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사업(2007년 현재 109종의 희귀질환에 의료비 지원)만 실시할 뿐, 임상유전학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현실상 희귀질환에 대한 전문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2006년부터 대한의학유전학회가 진행하는 연수 교육 프로그램만이 유일하게 희귀질환 전문의를 양성하고 있다.

이에 김현주 교수는 "특히 미국의 경우 의학유전학이 임상에서 정착되어, 유전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유전상담이 보편화 되어 있다"면서 환자의 눈을 보며, 시간을 가지고 많은 것을 물어보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전상담을 위해서 내원하는 희귀난치성 환자들 대부분의 불평은 "의사가 환자와 눈도 잘 안 마주치는 것"이라며 상담유전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재 김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의학유전학회는 2006년부터 전문성을 갖춘 의사확보를 위해 현재 유전질환전문의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학회에서 각 대학의 유전의학 연구실을 지원·교육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아주대, 연세대, 서울대등 8개 대학의 유전자 연구실이 포함되어 있다.

각 연구실은 1년에 300회 이상의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며, 연구실마다 유전자 검사요원이 2명 이상 있어야 한다. 책임자는 1년에 1회 학회에서 하는 연수교육을 받아야 하며, 학회에서는 수시로 연구실 실사를 통해 교육 및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유전질환에 대해 전문적으로 상담을 할 수 있는 '유전상담사' 또한 국제 표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내년부터 인증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치료비, 약값지원보다 전문가 양성이 시급"

▲ 희귀 질환 전문의 김현주 교수.
ⓒ 김귀현
김현주 교수가 말하는 희귀질환 치료의 키워드는 '전문성'이다. '희귀질환은 종류와 치료법이 다양해 경험과 전문성 없이는 진단과 치료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유전학 전문의 제도 도입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젊은 의사의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군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 제도의 형식으로 유전질환 연구자 병역 특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중보건의제는 병역법 제3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1979년부터 시작되었다. 공중보건의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로 구성된 계약직 국가공무원이며 3년간의 의무종사기간으로 병역의 의무를 대신하게 된다. 주로 농어촌 지역의 보건소 등 복지시설에서 예방보건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의 치료비, 약값지원도 중요하지만, 전문가 양성이 더 시급하다"면서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의 지원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효율적 지원방안으로 "고셔병처럼 좋은 치료제가 있는 경우는 약값을 지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효율적인 치료제가 없는 경우의 치료비 지원은 실효성이 없다"며 "병의 특성과 치료약의 유무, 치료법 등에 따라, 질환을 그 특성에 따라 그룹화해 지원하고 각 질환군의 특성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셔병이란 몸속의 낡은 세포들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는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가 유전자 이상으로 결핍되어 생기는 유전병이다. 97년부터 한국 고셔 환자 등록 사업을 시작하여 한국 고셔병의 유전적 특성을 규명한 김현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 35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 거점병원은 '환자 관리'와 '연락체계 확보'가 중요

▲ 고셔병 환자 가족이 교수에게 보낸 꽃. 안타깝게도 이 환자는 사망했다고 한다.
ⓒ 김귀현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방 거점병원설치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확보된 병원 중심의 거점 병원 설치'라는 의견을 밝혔다. "희귀질환은 극히 전문적 분야이기 때문에, 지방마다 설치할 수는 없다. 전문의가 되도록 같은 질병의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연구와 치료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질병은 A병원', 'B질병은 B병원'하는 식의 전문병원화가 되어야 한다. 같은 질환 환자를 같은 의사가 많이 진료하면 할수록 전문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것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라며 전문병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영토가 넓음에도 불구하고 단 8개의 희귀질환 연구센터에서 각각의 질환을 연구·치료한다. 환자들은 비행기를 타고와 진료를 받는다. 오진과 잘못된 처방에 1~2년을 고생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시간적·비용적 측면에서도 훨씬 이익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방 환자들에 대해서는 "지방병원에서 진료 후, 유전질환의 조짐이 보이면 전문병원에서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연락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면서 "전문병원에서 처방과 치료를 받은 후, 지방의 거점 병원에서 관리(care) 하는 식의 방식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김현주 교수는 누구?

ⓒ김귀현
김 교수는 1967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약 30여 년간 임상 유전학 전문의로 활동했다. 1994년 귀국해 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로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유전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 상담할 수 있는 '유전학클리닉'을 개설하였으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01년 설립한 한국희귀질환연맹 대표로 활동하면서,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치료를 받아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03년 5월, 시작한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의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솔루션 위원회의 회장으로 출연해, 희귀질환 환아와 가족을 위해 희귀질환을 알리며 구체적으로 돕는데 앞장섰다.

2004년 11월 9일에는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파라다이스상' 사회복지부분을 수상하였다. 현재 2006년 11월 문을 연 아주대병원 '유전질환 전문센터' 센터장으로 유전성 질환의 진단, 유전상담, 치료 및 예방 등의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김귀현

태그:#김현주, #교수, #희귀병, #아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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