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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0일 이라크 파병 문제와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민주당 의총에 추미애 의원이 부친상중임에도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제주의 딸'로 불릴 정도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의 4·3 사건에 대한 재평가 노력은 남달랐다. 지난 대선때 당시 노무현 후보의 제주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선 추 의원은 즉석에서 '노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으로서 4·3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할 것'이라고 제안했고, 노 후보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런 탓에 추 의원은 10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4·3 사건 공식 사과'에 대해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라며 "그러나 오찬 자리가 아닌 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를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이런 레드 콤플렉스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선자금 파문과 관련해 추 의원은 "(한나라당이 주장한) 특검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회창 전 후보가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한나라당에 '나를 두 번 죽이는 특검을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최도술씨 수사 결과만 보면 다소 미진한 것 같지만, 검찰이 과거와는 다르게 타협 없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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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 제주4·3 사건 ' 공식 사과

추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제시한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신당 바람몰이로 비쳐질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 정치인들처럼 지지를 호소하는 셈"이라며 "당장이라도 '정치가 불안한 상황에서 내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그는 '내년 총선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당의 얼굴'로서 맞대결 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그런 상황이 온다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정면승부 할 생각임을 밝혔다.

또한 추 의원은 "어떤 개혁도 원칙을 지키는 것 이상의 개혁은 없다. 개혁의 수단이 광풍이거나 회오리바람이 되면,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만 남는다"며 "개혁은 농부가 가을걷이를 하고 난 뒤 씨뿌리기 전에 밭갈이를 하는 것과 같다. 밭갈이를 할 때 땅을 파 뒤집지만, 너무 깊게 파 바위까지 깨지는 않는다. 그러면 깨진 바위가 뒤섞여 씨를 뿌릴 수 없는 돌밭이 된다"고 '개혁 밭갈이론'을 폈다.

추미애 의원과의 인터뷰는 10월 31일 오후 4시30분 의원회관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추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31일) 제주 4·3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그 누구보다 '4·3 특별법' 제정 등에 힘을 쏟아왔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텐데.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찬 자리가 아닌 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확한 말씀을 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3이 제주도민에게 한(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색깔을 뒤집어씌웠던 레드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진상규명을 해보면 양민학살로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도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책임 회피용으로 색깔을 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4·3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진상보고서를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정부쪽 위원들은 진상을 그래도 드러나게 하기보다는 조직 방어논리로, 피해 사실만 드러내고 '왜 그런 피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상을 밝히지 않으려고 했다.

(4·3 사건은) 당시 해방공간에서 정부 공권력의 판단 착오로, 무리한 진압으로 양민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제주도민은) 좌우 대립의 희생양이었다.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이런 레드 콤플렉스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더 이상 (제주도민들은) 색깔론에 희생될 필요가 없고, 제주도 '평화의 섬'으로 거듭 나게 됐다.

평화공원 조성할 때에도 행자부가 지방재정교부금을 내려보내 제주도에 의미를 국한시키지 말고, 더 이상 양민학살과 인권유린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전국민·국가적인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통령의 사과를) 평화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인권을 존중한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노 대통령이 오늘 '제주도민들과의 대화'에서 이성찬 4·3 유족회장으로부터 '기립 박수' 제안을 받고 "사실은 4·3 특별법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 김대중 대통령이 마음먹고 만든 법"이라면서 "제가 오늘 받은 박수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받는 박수로 생각한다"고 밝히며 김 전 대통령에게 공(功)을 돌렸는데.
"노무현 대통령도 지지자들의 힘으로 당선됐다. 그들이 (노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남북화해 시대를 계승하고,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그걸 깨서 오늘의 혼란이 온 것이다. 올해 4·3 위령제 행사에도 국무총리를 보냈다. 그 때 제주도민들은 실망하고 낙담했다. 당선되고 나니 (4·3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뒤늦게라도 인정을 한 것이니까 다행이다.

애초 제주 4·3 특별법을 제정할 때도 집단적인 반발과 저항이 심했다. 그러나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지지 세력의 힘으로 법이 통과됐다. 그런 사회 분위기는 김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난해 대선때 제주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 연설을 하면서 '노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대통령직으로 4·3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이라고 했고, 노 후보도 이 제안을 수락했다. 뒤늦었지만 (노 대통령의 공식 사과로) 제주도민들의 서운했던 감정에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4·3 행사 때에도 노 대통령이 행사에 안 가신다고 해서 내가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때 4·3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그 때 김 전 대통령에게도 사과를 하시라고 건의했다. 그런데 사과를 못하고 퇴임을 하셨다. 김 전 대통령이 못한 사과를 노 대통령이 하면 사실 박수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내려가서 사과를 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런 취지에서 한 말씀이 아니었을까 싶다."

- 대선자금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떤 해법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한나라당이 주장한) 특검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회창 전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나를 두 번 죽이는 특검을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성역 없는 소환인지 성역 없는 수사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미진하고 보는가.
"최도술씨 사건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단편적으로 돈이 어디로 갔다고만 이야기가 나오고…. 수사가 미진하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르게 타협 없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 노 대통령이 제시한 '재신임 국민투표'는 사실상 이뤄지기 힘든 것 아닌가.
"(재신임 국민투표는) 신당 바람몰이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정치인들처럼 지지를 호소하는 셈이다. 오늘이라도 '정치가 불안한 상황에서 내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며칠 전 언론에 보도도 됐지만, 민주당 대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인가.
"(웃으며) 기자들이 공식화시켜주어서 고맙다. (기자들이나 나나) 서로 에스컬레이션된 것 같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보다 더 경륜이 있고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도 예외 없이 민주당을 키우기 위해 (경선에) 참여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당 대표 경선) 규정이 정해지면 거기에 따라서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 지난해 12월 15일 노무현 후보와 정동영, 추미애 국참 본부장이 서울 신촌 거리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기자들 사이에서는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동영 의원,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의원이 내년 총선의 얼굴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분은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때 노무현 후보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는데, 총선 때는 라이벌로 만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떤 개혁도 원칙을 지키는 것 이상의 개혁은 없다. 개혁의 수단이 광풍이거나 회오리바람이 되면,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만 남는다. 개혁은 농부가 가을걷이를 하고 난 뒤 씨뿌리기 전에 밭갈이를 하는 것과 같다. 밭갈이를 할 때 땅을 파 뒤집는다. 그러나 너무 깊게 파 바위까지 깨지는 않는다. 그러면 깨진 바위가 뒤섞여 씨를 뿌릴 수 없는 돌밭이 된다. 농부가 흙을 잘 뒤엎어 자양분이 섞이게끔 하는 것처럼 개혁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지역주의 타파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수단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다. 원칙을 지키며 개혁을 실천하고, 농부가 밭갈이를 하는 심정으로 산소가 잘 통하고 혈류가 흐르는 개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늘(31일) '비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초기에 1차 파병을 했을 때는 당장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필요성이 절박했다. 미국은 UN의 결의 없이 전쟁을 개시했다. (1차 파병 때에는) 전쟁 자체에 대한 명분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 간의 공조 등이 요구됐고, (미국이 우리에게) '친구와 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당시에는 북핵 문제로 발목이 잡혀 (파병이) 불가피했다.

미국이 무모한 전쟁을 벌였고, 또한 전쟁 종료 선언을 했다. 끝난 전쟁이라면서 미군을 대체할 병력을 요청한 것이다. (미군 대신) 우리의 몸과 피를 빌려달라는 요청인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 미국 시각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난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도 윤영관 장관이 국회를 설득해 이라크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려고 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윤 장관이)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그것으로 국민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은 유감이다. 전투병 파병은 안된다. 비전투병을 파병해도 전투병이 안전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누가 안전 보장을 해주어야 하는지 국민에게 물어볼 게 아니다. 미국쪽에 (안전 보장을) 요구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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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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