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손 바르보자(사진 왼쪽)가 소디크 유수프의 공격을 막아내며 빈틈을 엿보고 있다.

에드손 바르보자(사진 왼쪽)가 소디크 유수프의 공격을 막아내며 빈틈을 엿보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UFC 페더급 최고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인 '주니어' 에드손 바르보자(37‧브라질)가 연패 늪을 딛고 연승에 성공했다. 랭킹 13위 바르보자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유수프 vs 바르보자' 메인 이벤트에서 11위 '수퍼' 소디크 유수프(30‧나이지리아)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한때 위기도 있었지만 특유의 노련미로 이를 극복하고 승부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깊었다. 짐승같은 동체 시력과 운동능력을 자랑하던 바르보자지만 한창 때에 비해 스피드, 탄력 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육체와 육체를 겨루는 종합격투기에서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최근의 그는 풍부한 경험과 전술 수행능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1라운드에서 바르보자는 근거리에서 훅을 주고받던 중 유수프에게 정타를 허용하며 다운을 내줬다. 유수프가 바르보자의 킥 거리 안으로 들어와 오른손 훅을 맞혔던 것이다. 쓰러진 바르보자가 급하게 일어났으나 유수프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압박을 거듭하며 연타를 쏟아냈다.

가드를 단단히 하며 치명적인 타격은 피해냈지만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하위포지션에서 그라운드 앤 파운드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노련한 바르보자는 힘겹게 1라운드를 버티어냈다. 그리고 위기를 벗어난 이후 다음 라운드부터 잃었던 흐름을 다시 잡아갔다. 1라운드에 많은 공격을 쏟아내는 바람에 체력이 떨어졌던 탓일까.

유수프의 압박이 느슨해졌고, 그로인해 근거리 타격 교환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원거리 타격을 선호하는 바르보자 입장에서는 호재였다. 바르보자는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훅과 돌려차기로 유수프의 복부를 공략했다. 마침내 3라운드에 바르보자의 전매특허인 태권도식 뒤돌려차기가 터졌다.

제대로 정타를 허용한 유수프는 충격이 컸던 듯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여기서 바르보자는 거리를 잡고 타격으로 계속 몰아쳤어야 한다. 하지만 승부를 빨리 끝내고 싶었는지 백포지션을 잡고 초크를 시도하다가 피니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이 큰 순간이었지만 얻은 것이 없지는 않았다. 승기가 바르보자 쪽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어진 바르보자의 선택은 보디 공격이었다. 바르보자는 펀치와 킥을 부지런히 내며 유수프의 보디를 공략했는데, 유수프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법을 찾지 못했다. 이는 후반 라운드에 바르보자가 우세를 점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세를 탄 바르보자는 5라운드에서는 테이크다운까지 성공하며 완벽히 굳히기에 들어갔고 결국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경기를 가져갔다.
 
  소디크 유수프(사진 위쪽)와 에드손 바르보자가 타격을 겨루고 있다.

소디크 유수프(사진 위쪽)와 에드손 바르보자가 타격을 겨루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바르보자는 경기 후 가진 승리 인터뷰에서 "충격을 크게 받았다. 너무 어지러워서 순간 내가 체육관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 코치의 지시에 귀를 기울였고 잘 견디고 회복해서 반격할 수 있었다. 이후 피니시를 시키고 싶었지만 유수프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르보자는 UFC에서 가장 화려한 킥을 구사하는 선수로 명성이 높다. UFC에서 유일하게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으로 모두 KO를 만들어낸 기록의 사나이다. 특히 2012년 테리 에팀(37‧영국)전에서 태권도식 뒤돌려차기로 KO를 만들어낸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 팬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킥복싱과 함께 태권도를 수련한 태권도 검은띠 파이터로도 잘 알려져있다. 어느덧 UFC 14년 차의 노장이 됐지만 특유의 넉아웃 스킬만큼은 여전하다. 지난 4월에는 빌리 콰란티요(34‧미국)를 니킥으로 옥타곤 바닥에 쓰러트렸다. 15번의 넉아웃으로 UFC 역대 4위에 올라있다. 이 중 8번이 타격에 의한 넉아웃이다.

얼마 전 '코리안 좀비' 정찬성을 대전 상대로 요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수프는 빨리 명성을 떨치고 싶어 했다.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 네임밸류에 따라 빅매치 성사 여부가 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르보자와의 대결을 반겼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유수프는 꾸준히 공격을 시도하는 볼륨 타격을 주특기로 한다. 이날 경기전까지 분당 4.82회의 유효타를 적중시켰는데 이는 UFC 평균에 비해 42%나 높은 수치였다. 여기에 더해 그래플링까지 섞어가며 전천후로 상대를 공략한다. 좀처럼 그라운드에서 하위 포지션을 허용하지 않는 선수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노장을 상대로 패배를 기록함에 따라 유수프의 체급내 입지는 한풀 꺾이게 됐다. 그는 2018년부터 이날 경기전까지 9경기에서 1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2021년 아쉬운 판정패 이후 다시 연승 흐름을 타며 상승세에 있었다.

직전 경기에서는 돈 셰이니스(32‧미국)를 경기 시작 30초 만에 길로틴 초크로 잡아내며 서브미션승을 거두기도 했다. 바르보자 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랭킹 10위 안의 빅네임과 다음 경기를 가질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의 패배로 다시금 돌아가야만 하는 입장에 놓였다. 1라운드에서의 유리한 상황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뼈아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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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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