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텀급의 맥그리거로 기대를 모으고있는 션 오말리

밴텀급의 맥그리거로 기대를 모으고있는 션 오말리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그간 UFC에서 밴텀급(61.2kg)은 인기 체급과는 거리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일반 팬들의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는 경량급인 데다 타체급에 비해 스타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밴텀급을 달궜던 스타급 파이터를 꼽아보자면 초대‧4대 챔피언 '지배자' 도미닉 크루즈(38‧미국), 3대‧6대 챔피언 '술법사' T.J. 딜라쇼(37‧미국), 5대 챔피언 '노 러브(No Love)' 코디 가브란트(32‧미국) 정도를 들 수 있다.

특히 셋이 물고 물리는 관계를 형성하며 주거니 받거니 했던 시기는 잠시나마 밴텀의 인기를 끌어올렸던 황금기이기도 했다. 타 체급같은 경우 당연하다시피 여러나라 국적이 섞여있지만 밴텀급은 모두 미국인이라는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헤난 바라오(36‧브라질)가 한때 체급내 제왕 후보로 불리기도 했지만 딜라쇼의 약진과 함께 묻혀버리고 말았다.

크루즈와 딜라쇼는 '스텝왕'으로 불렸다. 크루즈는 원조 스텝왕이다. 한창 때의 그는 현란한 스탭과 화려한 연타 기술을 앞세워 거침없는 연승행진을 달렸다. 스탠딩, 그라운드에서 공략 포인트를 찾아내기 힘든 완벽한 파이터다는 평가를 몰고다녔다. 아쉽게도 결점을 찾기 힘든 경기력과 달리 내구성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그로인해 공백기가 길어지며 '사이버 챔피언'이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전성기를 부상으로 날리지 않았다면 밴텀급의 수많은 기록은 그의 차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딜라쇼는 크루즈의 뒤를 이어 밴텀급 스텝왕 역사를 이어갔다. 커리어 초반만해도 쓸만한 타격을 갖춘 레슬러 정도로 평가받으며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명 타격코치 드웨인 루드윅과의 트레이닝을 통해 스탭을 장착하게 되면서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약조절이 적절하게 가미된 딜라쇼의 스텝은 크루즈 못지 않았다. 옥타곤을 넓게 쓰며 상대의 공격 거리 밖에서 기회를 엿보다 빈틈을 발견하면 삽시간에 파고들어 공격을 펼치고 반격이 나오려는 찰나 잽싸게 빠져버리기를 반복한다. 사우스포 자세에서 훅과 어퍼컷이 나오다 느닷없이 오소독스로 전환하며 킥을 차는 등 자연스러운 엇박자 타격에 상대의 리듬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타이밍 태클까지 섞여 위력은 더욱 극대화된다.

기량 자체만 놓고보면 크루즈와 딜라쇼가 압도적이었지만 주최측은 가브란트가 챔피언이 되었을 때 가장 기뻐했다. 그들의 스탭은 화려했으나 경기 내내 수 싸움 형식으로 이뤄졌는지라 화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가브란트는 경기내내 넉아웃을 노리는 화끈한 마인드로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크루즈, 딜라쇼, 가브란트 시절 이후 밴텀급은 당시 만큼의 인기를 찾지못했다. '펑크 마스터(Funk Master)' 알저메인 스털링(34·미국)이 각종 기록의 사나이로 거듭나며 성적상으로는 그들 이상의 위치까지 올라섰지만 인기는 또다른 영역이었다. 그런가운데 당시의 인기 회복은 물론 밴텀급을 전체급에서도 돋보이는 수준으로 올려놓을 새로운 슈퍼스타 후보가 탄생했으니 다름아닌 '슈가(Sugar)' 션 오말리(28·미국)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밴텀급 버전 맥그리거가 떳다! 이제는 션 오말리의 시대
 
오말리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TD가든에서 있었던 UFC 292 '스털링 vs. 오말리' 대회 메인 이벤트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오른손 카운터 펀치에 이은 그라운드 앤 파운드에 의한 TKO승리를 거두며 스털링의 벨트를 가져왔다. 2라운드 51초 만에 밴텀급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주최측과 팬들은 오말리의 승리에 흥분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해서만이 아니다. 상품성이 엄청난 인기 스타가 정상에 오른 이유가 더 크다. 그동안 오말리는 화려한 타격 기술과 개성 넘치는 외모, 자신감 넘치는 언행으로 인기를 끌었다. SNS 계정 팔로워가 300만에 달할 정도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아직 실적이 부족했다.
 
 션 오말리가 펀치로 알저메인 스털링을 공략하고 있다.

션 오말리가 펀치로 알저메인 스털링을 공략하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그러한 부분을 챔피언 등극으로 채워넣었다. 오말리는 경기 후 승리 인터뷰에서 "슈가의 시대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2035년까지 옥타곤을 지배하겠다"고 외쳤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거기에 걸맞는 실적을 낸 순간 딱 맞는 타이밍에서 제대로 내질렀다. 오말리가 얼마나 영리한 인물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경기에서 UFC 밴텀급 타이틀 최다 방어 기록 보유자 스털링은 좀처럼 거리를 잡지 못했다. 스털링은 자신보다 신장과 리치에서 앞서있는 오말리를 상대로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했다. 대다수 경기에서 사이즈의 우위를 가지고갔던 스털링 입장에서는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1라운드에서 오말리를 압박하며 로우킥으로 공격했지만 오말리의 스텝을 따라가지 못해 불안한 장면을 여러 번 노출했다. 결국 불안은 현실이 됐다. 2라운드 오말리의 전매특허인 오른손 카운터가 터졌다. 오말리는 스털링이 원거리에서 무리하게 전진하며 날린 라이트 스트레이트 를 피하고 카운터를 집어넣어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어진 파운딩 공격이 계속해서 정타로 들어갔고 지켜보던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오말리는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말해 많이 긴장했다. 내가 볼 때 스털링은 밴텀급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다. 그런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렇다고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끝내주는 오른손 펀치가 있기 때문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털링을 띄워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러한 부분마저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게한 센스가 돋보였다.

오말리는 내친 김에 첫 방어전 상대까지 지목했다. 2020년 자신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랭킹 6위 '치토' 말론 베라(30·에콰도르)다. 베라는 이날 대회 메인카드 2경기에서 페드로 무뇨즈(36·브라질)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오말리는 "치토가 이겼나? 지루했나? 아마 그랬겠지. 1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그 녀석을 손 봐주마. 어디 한번 붙어보자"고 도발했다.

왕좌에서 추락한 스털링의 얼굴에는 착찹한 표정이 뒤덮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결을 승리로 거둔 후 페더급까지 정벌한 야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터뷰는 차분했다. "오말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다. 그의 움직임을 종잡을 수 없었고, 케이지 외곽 부분으로 잘 빠져나갔다. 이 친구에 대해 나쁜 말을 할 수 없다"며 축하를 건넸다.

보통 타이틀전에서 전 챔피언이 지면 곧바로 리벤지 매치가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말리는 다른 상대를 지목했고, 그의 높은 상품성을 감안했을 때 주최측에서도 적극 협조해줄 공산이 크다. 경기에서 이기기는 했으나 스털링은 여전히 상성에서 까다로운 유형이다. 오말리 입장에서는 구태여 다시 붙고싶지 않은 상대일 것이다. 스털링의 향후 행보가 한층 험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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