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유명했던 코리안 파이터는?

이같은 질문에 당장 떠오르는 선수가 몇 있다. 아직은 마니아 스포츠의 성격이 강한지라 야구, 축구, 농구처럼 후보들이 많지는 않다. 빅매치의 중심에서 팬들을 열광시키거나 꾸준히 이름이 언급된 선수들이 해당될 듯하다.

필살기 암바를 앞세워 상당수 명경기를 만들어냈던 '비운의 유도왕' 윤동식,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 UFC 파이터로 인정받고 있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로드FC의 심장으로 불리는 '빅마우스' 권아솔과 '야쿠자' 파이터 김재훈, 국적문제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풍운아' 추성훈을 꼽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42‧218cm)도 빠질 수 없다. 최홍만은 국내에 격투 열풍을 몰고온 주인공이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 격투기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당시 세계 최고의 입식격투기 무대 K-1에 입성한다. 데뷔소식이 알려질때만 해도 활약여부에 큰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K-1은 단순히 체격이 크다고 통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술전 최홍만은 하늘이 준 사이즈와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술전 최홍만은 하늘이 준 사이즈와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드림

 
세계적 파이터들을 위협하다
 
실제로 최홍만과 비슷한 신장의 김영현은 자신보다 한참 작은 선수에게 넉아웃으로 무너지는 등 한계를 실감한 바 있다. 하지만 최홍만은 달랐다. 근육질의 묵직한 체중(160㎏)에서 나오는 파워와 맷집은 오랜시간 헤비급에서 경쟁해 온 파이터들조차 긴장시킬 정도였다.

일본 스모계의 전설 아케보노 타로(53‧204㎝‧233㎏)에게는 모든 면에서 앞서며 우세를 점했으며 톰 하워드, 개리 굿리지 등 어지간한 중위권 파이터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원조 야수로 통하던 밥 샙(48‧194cm‧165kg)과의 진검승부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으며 엄청난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특히 이 승부에서 승리하며 K-1의 국내 인기의 돌풍을 일으켰다. 거기에 더해 세미 슐트전 승리는 한국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업적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슐트는 최홍만 버금가는 212cm의 신장을 가진 거인파이터였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다양한 킥공격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등 어린시절부터 가라데를 배운 리얼 격투선수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홍만은 그런 슐트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었다. K-1에 거인 파이터는 여럿 있었지만 천하의 슐트에게 우세한 경기를 펼친 선수는 없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K-1 최고의 하드펀처중 한명으로 명성을 날리던 제롬 르 밴너에게 엄청난 유효타를 맞으면서도 버티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줬으며, 레미 본야스키와의 경기에서는 3라운드 내내 회초리 같은 로우킥을 허용했으나 무너지지 않는 하체 맷집을 과시하기도 했다.

비록 뇌종양 제거 수술 이후 근육량이 급격하게 즐어들며 괴물 같았던 신체능력 대부분 잃게 되었지만 짧은 전성기 시절 보여준 괴력만으로도 K-1 시절의 최홍만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위협적인 선수 중 한명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홍만의 MMA(종합격투기)경력은 많지 않지만 당시 세계최강으로 불렸던 '60억분의 1'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7‧러시아)와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비록 그라운드 기술부재로 서브미션패하고 말았으나 씨름선수출신답게 표도르의 테이크다운 시도를 역으로 되받아쳐 상위포지션을 차지하는 등 국내 팬들을 놀라게 했다.  

괴력 잃은 최홍만
 
노래와 댄스를 즐기는 등 특유의 끼를 겸비한 최홍만을 눈여겨 본 해외 관계자들도 있었다. 2009년 일본격투기 단체 '드림(DREAM)' 측은 슈퍼헐크 토너먼트를 열어 최홍만과 미국 메이저리그(MLB) 강타자 출신 호세 칸세코의 경기를 진행한 바 있으며  NBA 슈퍼스타 출신 '공룡센터' 샤킬 오닐도 최홍만과 경기를 가지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홍만은 뇌종양 발병 이후 예전의 괴력을 잃었다. 근육이 빠지면서 체중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모든 신체능력이 급감했다. 어찌보면 더 이상 격투기 시합을 가지면 안 되는 몸상태였지만 사업 실패 등 여러 가지 경제난 때문에 링 위에 올랐고 패배했다.  

이후 최홍만은 방송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좋지 안은 소리를 들으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토로한 바 있다. 외모 지적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대중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내를 떠나 동양권에서 좀처럼 나오기힘든 캐릭터였다는 점에서 최홍만의 수술 후 행보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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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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