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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조각모음: 여성일터 안전키트'는 여성 노동자들의 일과 몸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미지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산업재해 의제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성의 노동을 드러내고,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의 조각모음을 통해 이야기의 확장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전기사] 골병 넘어 암으로... '밥하느라 아픈 것'도 산재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기준 급식조리사 1명이 담당해야 할 식수는 1~149명이다.
▲ 1:149 서울시교육청 기준 급식조리사 1명이 담당해야 할 식수는 1~149명이다.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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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다치는 가장 큰 원인은, 너무 바쁘다는 거예요. 급식실에서 가장 흔한 사고가 뛰다 미끄러져 다치는 건데, 안 뛸 수가 없어요. 시간은 없고 일손은 부족하니까. 급식실에선 '압축 노동'을 하거든요. 두 시간 안에 조리부터 배식까지. 이를테면 두 시간 안에 반찬 3개에 수제 소스까지 만든 다음에, 바나나를 하나씩 갈라서 속에 초콜렛을 부은 다음에 일일이 눈을 붙이고 오전 10시 반부터 교직원-학생 순으로 배식 진행하는 거예요. 전쟁터죠. 잔반 수레나 무거운 거 나를 때는 2인1조가 매뉴얼이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각자 자기 일만으로도 너무 바쁘니까요.

식단 간소화도 필요한데 급식에 대한 기대치가 되게 높아져 있어요. 전 요리는 완제품 받아서 오븐 조리할 수도 있는데, 수제에 대한 요구가 있죠. 클레임도 들어와요. 요즘 급식사진을 공유 많이 하니까 영양사들끼리 경쟁이 붙기도 해요. 누가 수산시장에서 로브스터를 경매로 떼어다가 통째로 내줬다, 하면 다른 분들도 꽃게라도 쪄주려고 하는 거죠. 전에 조리사 4명이서 900명 분 떡갈비를 만든 적이 있었어요. 이만한 솥에다 다진 고기를 치대야 하는데 삽을 못 써서 손으로... 어휴.

코로나19 터지고는 더 장난 아니죠. 시차 배식을 하고 있거든요(식사인원을 나눠서 시간차를 두고 배식하는 것). 그걸 3차, 4차까지 하는 학교도 있어요. 규정상 한 번 조리한 음식은 두 시간 내로 소비해야 해요. 샐러드나 나물은 나가기 10분 전에 무쳐야 해요. 메밀국수 하면 전날부터 육수를 얼렸다가 당일 시간 맞춰 꺼내서 살얼음 만들고 면도 붇지 않게 몇 번씩 나눠 삶아요. 국그릇이나 냉면기는 식기세척기로 돌렸어도 따로 한 번씩 닦아 놔야 해요. 그걸 배식타임 때마다 다시 하는 거죠. 방역업무도 추가됐어요. 식당에 약 치고 칸막이 소독하고 닦고 설치하고.

급식실 현대화 공사를 해도, 우리 일하는 동선이 고려되지 않아요. 교육청들이 발주를 어떻게 주는 건지 급식실들이 거의 획일적으로 만들어지거든요. 일하는 사람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니까 설계하시는 분들은 몰라요. 급식실은 더 커지는데 인력은 그대로고 동선은 더 멀어지고... 그럼 결국은 뛰게 되는 거죠.

일하는 우리는 왜 '기준'이 되지 못하나

결국 우리를 기준으로 뭘 하는 게 아닌 거예요. 안전수칙, 매뉴얼도 그냥 있는 법을 기준으로 짜맞춘 거지, 우리에 대한 게 법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 급식실 발암성분 조사도 모든 게 외국 데이터를 준용해서 되고 있거든요. 우리 데이터가 없으니까. 그런데 외국 환경이랑 우리가 똑같진 않을 거잖아요. 

바쁜 거, 노동강도는 급식 식수인원을 안 줄이고서는 해결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인력배치기준을 안 바꿔주죠. 서울시 공공기관들은 조리사 1명당 담당하는 식수가 60명 정도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학교는, 서울시교육청 기준으로는 1명당 식수가 149명이에요. 600명 분 급식을 한다면 5~6명이서 다 해야 하는 거예요.

아파도 병가나 연차 쓰기도 힘들어요. 대체인력 채용은 지침이 아니니까 학교에서 잘 안 해주거든요. 그런데 이 기준이 초중고별로 지역별로 다 다르거든요. 이걸 누가 언제 무슨 근거로 정한 건지 아무도 몰라요. 노조에서는 전국적으로 일관된 기준을 먼저 만들고, 그걸 완화해 가자고 요구하고 있어요. 적정한 인력으로 일하면 안 뛰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인력을 '사람'으로 봐주면 좋은데 학교는 '인력=1년치 인건비'로만 보는 거 같아요. 늘 예산이 없어서 안 된대요. 

그런데도 저번엔 노동부에서 나온 분이 묻더라고요. "급식실이 갈수록 현대화되고 코로나19 때문에 학생 등교일수도 줄었는데 왜 인력이 부족하단 거예요?" 그럼 직접 일을 해보라는 거죠.

"우리 이름은 법에 없어요, 그냥 '등'..."

산재도 그렇고 노동환경 바꾸자는 말을 하면 사람들 시선이 곱지 않아요. "또 파업하냐, 애들 밥은 누가 주냐"... 노조에서 건강권 사업 한다니까 이러는 거죠. "먹고 살만 한가봐?" 그런데 우리 임금도 그렇고 안전도 되게 열악하거든요. 그동안 급식실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 학교가 포함된다니까 교육감들이 빛의 속도로 모여서 회의하고 난리가 났었는데, 그렇게만 움직여준다면 급식실 노동현장도 금세 바뀔 텐데 말이죠. 

그런 시선들도 어쩌면 우리 일이 하찮게 여겨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죠. 학교 급식이나 돌봄 업무는 여전히 '직업'이라기보다는 '엄마들 집안일'로 보는 게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그냥 '등'이거든요.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에서 '등', 법에서 우리에 대한 건 그거 딱 한 글자예요(초중등교육법 19조 중 "학교에는 교원 외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 직원을 둔다").

우리 명칭이 조리원에서 조리사로 바뀐 것도 몇 달 안 됐죠. 처음엔 '명칭이 뭐가 중요한가, 그냥 정년까지 안 잘리면 되지' 했어요. 그런데 지나고보니까 법적으로 이름이 없다는 건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거고, 그러니까 어디서도 우리에 대한 논의를 할 수가 없는 거죠. 우리에게도 법에서 이름을 준다면, 다른 논의나 법 같은 것도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브런치(https://brunch.co.kr/@vpmiyu)에서도 게재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재)숲과나눔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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