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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100분 토론' 40분 전 파기 이준석... '동물의 왕국' 틀어라?>에서
 MBC 뉴스데스크 <"100분 토론" 40분 전 파기 이준석... "동물의 왕국" 틀어라?>에서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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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여야 원내대표 협상) 7시 반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토론 불발로 판을 키워야지(웃음). 10년 동안 방송 한 번도 펑크 낸 적 없는 이준석이(웃음)."

언론중재법 국회 통과를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30일(월) 저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했다는 문제적 발언이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10시 35분으로 예정돼 있던 MBC <100분 토론> 불참을 시사한 뒤 '방송이 불발되면 MBC는 뭘 방송하느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동물의 왕국."

31일 자정을 넘긴 시각, 김진욱 민주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기자들 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애초 이 대표도 하루 전인 29일 페이스북에 "월요일에 송영길 대표님과 언론중재법 관련해서 백분토론 나갑니다. 언론인 출신의 최형두 의원님과 함께 나가게 되어서 든든합니다"라며 토론 출연을 직접 예고한 바 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또한 양당이 방송토론을 실무적으로 협의하는 와중에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공개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이 대표가 "동물의 왕국" 운운하며 방송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듯한 태도 끝에 MBC 제작진에게 출연 거부를 최종 통보한 것은 이날 오후 9시 50분. 생방송을 단 40여 분 앞둔 시점이었다. 여야 대표 토론을 위해 원래 화요일 방송에서 편성을 하루 앞당긴 <100분 토론> 제작진은 눈뜨고 코 베인 형국이 아닐 수 없었다.

31일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 대표의 이러한 행태를 '방송사에 대한 갑질'로 규정한 뒤 "공영방송을 농락하고 시청자를 우습게 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규탄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저열한 '정치질'에 생방송 TV토론과 국민과의 약속을 악용했다"며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도 <'100분 토론' 40분 전 파기 이준석... '동물의 왕국' 틀어라?> 리포트를 통해 해당 상황을 전한 뒤 "시청자와의 약속을 갑자기 깬 것은 물론, 스스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방송토론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전락시키고, 심지어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대표가 31일 사과 아닌 사과를 내놨다. 사과 내용도 내용이지만 더 의아한 것은 언론의 반응(속도) 이었다.

황당하고 불순한 의도

31일 오후 7시 MBC본부가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이 대표의 "동물의 왕국" 발언을 꼬집은 언론은 언론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 유일했다. 국회 현장에서 해당 발언을 직접 들었던 언론사 기자들은 해당 시점까지 어느 곳도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제1야당 대표가 앞서 여야가 합의한 공영방송 토론 프로그램을 고의로 불참, TV 생방송을 펑크 낸 것은 전례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언론들이 이 대표의 "동물의 왕국" 발언을 앞다퉈 기사화한 것은 MBC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해당 사안을 보도하고 직후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린 직후였다.

언론사들이 속보와 단독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이조차도 보기 드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되짚어보면, 이처럼 이 대표가 생방송 펑크를 의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 명백하고 악의적인 과오조차 눈감는 우호적인 언론 환경이 자리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10년 동안 방송 한 번도 펑크 낸 적 없는 이준석'과 같은 자평에서 볼 수 있듯, '이준석 키드'로 정치인생을 시작한 이 대표는 '0선'에도 불구하고 '방송인'이자 '정치 코멘테이터'로서 정치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 만큼 언론 환경이 이 대표에게 우호적이고 친화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른바 '이준석 돌풍'을 키운 또 다른 주역이 언론이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이 대표의 "토론 불발로 판을 키운다"는 발언은 '언론 플레이'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대표가 그간 국민과의 소통창구인 언론과 방송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 이익과 당 차원의 유불리에 따라 손쉽게 말을 뒤집고 국민과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수 있는 가볍고 무책임한 정치인의 단면 말이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방송과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는 이 대표의 언행을 국민들이 이제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실제 이 대표가 31일 내놓은 사과부터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불신 키운 해명

이 대표의 설명은 이랬다.
 
저는 어제 오후 이른 시점부터 민주당이 강행처리 시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습니다. 40분 전 불참 통보를 한 것이 아닐뿐더러 주기적으로 연락한 백분 토론 제작진에게 '오늘 국회 상황상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계속했지만, 마지막까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토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언했던 대로 어제 처리를 진행했다면 백분 토론 자체가 희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토론하자고 해놓고 그 진행 중에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도 않고 민주당은 명백히 토론 진행 중에 강행처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어야 합니다.
- 31일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글 중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와 30일 오후 11시 30분으로 예정됐던 MBC 토론은 별개의 차원이다. 설령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이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토론에 나와 그 과정과 당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여당 대표와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았다.

그게 어렵고 불가능하다면 생방송 출연을 일찍 취소하는 것이 상식일 터. 하지만 이 대표가 당일 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여야 합의안이 도출된 오후 10시 30분까지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쉬이 납득이 안 간다. 아울러 "토론 불발로 판을 키울" 의도를 기자들에게 감추지 않았다는 이 대표의 배경 설명은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여당과 청와대로 책임을 떠넘겼다.
 
무리한 입법을 강행한 여당과 청와대를 규탄합니다. 또한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청자 및 방송사와의 약속을 오롯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헌법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해량 바랍니다.

이 대표의 생방송 펑크와 '언론의 자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토론 불발'로 여야 정쟁의 판을 키우는 것은 오롯이 이 대표와 자당의 이익에 우선하는 행위다. 도리어 국민들에겐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다. 더 나아가, 여야 대표 토론 대신 "동물의 왕국"이나 보라던 이 대표가 이제와 헌법과 언론의 자유를 호명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처사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대표는 "다시 한번 토론 불참에 대해 사과드리고 언론재갈법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MBC노조의 노력을 우리 당은 적극 응원하겠습니다"란 문장으로 해명 글을 끝맺었다. "동물의 왕국"과 같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사과나 해명은 일언반구 없었다. 그런 이 대표의 사과를, '말의 성찬'을 신뢰할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태그:#이준석,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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