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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원래 국군묘지로 출발해 군사적 성격 강해"
보훈처 "국가 위한 희생에 보상하고 선양하는 공간"


많은 사람들은 '국립대전현충원'을 서울에 이은 '제2의 국립현충원'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국립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속인 반면,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보훈처 소속이다. 도대체 왜? 같은 이름의 현충원으로 똑같은 기능을 하면서 소속이 다른 이 기형적 구조는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우리나라 국립묘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답이 나온다. 국립묘지는 처음부터 군이 만들었다. 서울현충원에 가보면 '조국의 광복과 더불어 군이 창설되어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하여 오던 중 북한 인민군의 국지적 도발과 각 지구의 공비토벌 작전으로 전사한 장병들을 서울 장충사에 안치하였다'고 적혀있다. 국립묘지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국립묘지는 작전 수행 중 사망한 국군들을 예우하고자 군이 만든 공간이었다.

그러던 중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국립묘지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 생겼다. 이 전쟁에서 사망한 국군은 13만7899명이나 되었다. 당시 각 지구 전선에서 전사한 전몰장병의 영현은 부산의 금정사와 범어사에 순국 전몰장병 영현 안치소를 설치해 봉안하여 육군병참단 묘지등록중대에서 관리하였다. 전사자의 수가 점차 증가하자 육군에서는 육군묘지 설치 문제를 논의했지만 후보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1953년 전쟁이 끝나자 9월 29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서울 동작동 현 위치를 국군묘지 부지로 확정하고 이듬해 3월 1일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동작동 국립묘지'라는 옛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국립서울현충원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안장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1955년 국방부 산하에 국군묘지관리소가 만들어져 이 묘지의 관리·운영을 담당했다.

국군묘지 당시에는 군편제에 기초하여 안장 방법과 묘지규격까지 계급 신분에 기초 했었다. 국가원수가 가장 높은 위치에서 자리 잡고, 장관급 장교(장군) 휘하에 장교묘역, 사병묘역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군사묘지로 시작한 서울현충원, 안장도 계급따라
 
1955년 4월 22일 육해공군 전몰장병 합동추도식이 열린 국립서울현충원(당시 국군묘지)의 모습이다. 정부는 이 해에 군묘지관리소를 설치했다.(사진 : 4월 23일자 경향신문 갈무리)
▲ 1950년대 서울현충원의 모습  1955년 4월 22일 육해공군 전몰장병 합동추도식이 열린 국립서울현충원(당시 국군묘지)의 모습이다. 정부는 이 해에 군묘지관리소를 설치했다.(사진 : 4월 23일자 경향신문 갈무리)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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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묘지로 출발했으니 안장방법에서 전과(戰果)나 공적보다는 계급 서열을 우선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5년 국군묘지에서 '국립묘지'로 승격하면서 군인이 아닌 순국선열 및 국가유공자 안장도 가능해졌다. 1985년에는 대전국립묘지가 준공되었고 공사기간 중이던 1982년부터 안장이 시작됐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게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는 소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이 제정된 것은 지난 1984년 8월 2일. 법률 제3742호로 제정돼 86년 1월 1일에야 비로소 시행됐다. 체계적인 법률을 통해 국가유공자에 대한 법적 예우를 하게 된 것이다. 국립묘지 안치에 대한 부분은 국가유공자법에 포함돼 있지 않아 별도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이 필요했는데, 2005년 7월 29일이 되어야 겨우 제정돼 2006년 1월 30일 시행됐다.

그래서 명칭도 '국립서울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바뀌었고 소관부처가 국방부에서 국가보훈처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괴이하게도 '국립서울현충원'의 관리와 운영은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남는다. 국립묘지법 제17조에서는 "국립묘지를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국가보훈처장 소속으로 국립묘지관리소를 둔다"고 명시해 놓고도 "국립서울현충원을 관리·운영하기 위한 국립묘지관리소는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둔다"고 단서를 달아 놓았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경.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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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 지역별로 호국원이 생겨나고, 4.19 묘역이나 5.18묘역 등 기존의 묘역이 국립으로 승격되어 모두 보훈처가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현충원'만큼은 국방부 소관으로 남아있다.

이를 두고 국방부는 국립서울현충원이 원래 6·25전쟁 전사자 안장을 위한 '국군묘지'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따라서 지금도 의장대 등 일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등 군사적 성격이 아주 강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1956년 제정한 '군묘지령'과 1965년에 제정한 '국립묘지령'은 오랫동안 '서울현충원'의 국방부 소관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군묘지령'에 따르면 묘지에 묻힐 수 있는 자는 '군인, 사관후보생 및 군속(기타 종군자 포함)으로서 사망한 자'(제2조)로 한정했고, '국립묘지령'(제3조)에도 '전투에 참가해 전사한 경찰관'이나 '국가 사회에 공헌한 공로가 현저한 자 중 사망한 자' 등으로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현역군인(무관후보생 포함), 소집중의 군인 및 군속(종군자 포함)으로 사망한 자' 등 군인을 중심으로 안장 자격을 제한했다.

때문에 국립묘지법이 제정돼 국립묘지 설치와 운영의 주체는 국가보훈처가 됐지만, 국립대전현충원만 총리실 산하 국가보훈처의 관할이 된 반면, 국립서울현충원은 아직까지 국방부 소속으로 남은 것은 그런 역사적 맥락의 산물이다.

특히 국방부는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예로 든다. 미국의 대부분 국립묘지는 보훈부 소속이지만 알링턴 국립묘지만큼은 군인들만을 안장한 묘지이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서울현충원도 같은 이유로 국방부 소속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는 139개의 국립묘지를 설치하여 관리 중에 있는데 그 중 알링턴 국립묘지와 미 육・공군묘지(U.S. Soldiers' and Airmen's Home National Cemetery)를 국방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머지 123곳은 보훈부(DVA) 산하 국립묘지관리처(The National Cemetery Administration)에서, 14곳은 국립공원관리소(National Park Service, Department of Interior 소속)에서 각각 관리하고 있다. 이외 미 전쟁기념물위원회(American Battle Monuments Commission)에서 멕시코시티 미군묘지 등 해외 24곳의 묘지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국방부 주장대로 알링턴 국립묘지는 미 국방부 소관이 맞다. 사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곳에는 군인과 군인가족, 역대 대통령에게만 안장 자격이 부여돼 실질적 군인묘지인 셈이기 때문이다. 군 소속 의장대가 있어 의식을 행하는 것도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숨진 군인들을 예우하기 위함이다.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군 의장대가 한 유가족의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알링턴에는 군인들만 묻혀있어 국방부에서 관리한다.
▲ 알링턴 국립묘지 의식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군 의장대가 한 유가족의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알링턴에는 군인들만 묻혀있어 국방부에서 관리한다.
ⓒ 우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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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서울현충원 관리 법안 발의

하지만 서울현충원은 비록 군인묘지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독립투사를 비롯한 애국지사들도 함께 모시는 종합적인 현충시설로 기능하고 있다. 순수한 군인묘지인 알링턴 국립묘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권율정 전 국립대전현충원장은 "의장대가 의식을 행하고 있는 이유를 들어 국방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보훈처가 한다고 해서 의례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충원이라는 곳은 보훈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말한다.

국방부와 보훈처가 따로 관리 운영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무소속 김홍걸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 '국립서울현충원' 관리·운영 주체를 국방부에서 보훈처로 변경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 측은 발의안에서 "국립묘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와 유가족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립묘지의 관리·운영 등에 관한 사무 권한을 보훈처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개정 필요성을 소개했다. 이 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에서 심사중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국방은 말 그대로 '국가를 지키는 일'로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보훈'은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공훈을 세운 사람에 대해 보상을 하는 '사후의 일'이다. 게다가 국가유공자에는 군인만 포함되는 게 아니므로 국립묘지 업무는 군이 아닌 국가 전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국가보훈처를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 업무를 관장하는 국무총리 산하 중앙행정기구.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제대군인 및 월남 귀순용사의 보상·보호, 군인 보험, 기타 법령이 정하는 보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라고 소개한다.

국방부에 대해서는 "국방에 관련된 군정 및 군령과 기타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 외부의 침략과 내란에 대하여 대비하고 평상시는 군사력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유사시 군사력을 사용하여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립묘지는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 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후 그를 안장하고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국가가 설립하여 관리하는 묘지"라고 규정한다. 과연 어느 기관이 관리 운영해야 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에도 실렸습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시민미디어마당 협동조합입니다.
태그:#국립서울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 #국방부, #국가보훈처, #알링턴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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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간신문에서 사진기자로 활동, 2007년 <제1회 우희철 생태사진전>, <갑천의 새와 솟대>, 2008년 <대청호 생태사진>, 2008년 <하늘에서 본 금강> 사진전 동양일보 「꽃동네 사람들」, 기산 정명희 화가와 「금강편지 시화집」을 공동으로 발간. 2020년 3월 라오스 신(新)인문지리서 「알 수 없는 라오스, 몰라도 되는 라오스」를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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