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1월 5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새로운 KTX, KTX-이음 열차가 안동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1월 5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새로운 KTX, KTX-이음 열차가 안동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지난 4일 새로운 KTX가 기적을 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개통식에서 공개된 열차의 이름은 'KTX-이음'. KTX-이음은 새로이 개통된 중앙선 청량리-안동 구간에서 5일 오전 6시 운행하는 첫차를 시작으로 영업 운전을 개시하고 개통을 기다렸던 경북 북부, 제천과 원주 주민들의 발이 되기 시작했다.

KTX-이음은 최대 시속 250km/h로 기존에 운행되는 KTX나 KTX-산천 열차들에 비해 빠르지는 않지만, HEMU-430x 열차를 기반으로 한 동력분산식 열차로 별도의 동력칸 없이 더욱 많은 승객을, 더욱 나은 가감속 성능으로 수송할 수 있다. 정차역이 많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실정에 훨씬 나은 열차다.

KTX-이음이 기존의 KTX보다 더욱 나아진 점은 어떤 게 있을까? 그리고 다른 KTX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일까? 새로 생긴 우등실이 특실과 다른 점은 어떤 부분일까? 5일 개통을 시작으로 한국 고속철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모세혈관' 역할을 수행할 KTX-이음 열차를 탑승해 보았다.

하얀 열차와 다른, '등푸른 열차'가 나타났다
 
 다른 열차의 객실 내부보다 더욱 길쭉한 KTX-이음의 객실 내부 모습. 한 객차에 최대 80명 가까이까지 태울 수 있다.
 다른 열차의 객실 내부보다 더욱 길쭉한 KTX-이음의 객실 내부 모습. 한 객차에 최대 80명 가까이까지 태울 수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평소에는 무궁화호가 출발하는 청량리역 8번 승강장으로 내려가자 처음 보는 모양새의 기차가 승객들을 맞이했다. 하루 일곱 번 운행되며 서울과 안동의 거리를 두 시간 남짓으로, 서울과 제천 사이는 1시간 정도로 크게 좁힐 KTX-이음 열차였다.

열차의 외관부터 평소 보던 하얀색 위주의 KTX 열차와는 달랐다. 바다를 닮은 푸른색 외관이 열차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열차의 가운데는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평소 보던 KTX와 다른 모습의 새로운 열차가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으며 첫 탑승을 기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차량 바깥으로 튀어나온 계단을 통해 열차 위에 오르자 날렵한 열차 바깥과는 다른 화사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무 빛깔의 외장이 붙은 객실 통로에서는 편안한 기분이 들었고, 객실 안에 들어오자 따스하면서도 밝은 간접조명이 눈을 편안하게 했다. 약간은 어두운 느낌의 KTX-1, 쨍한 느낌의 KTX-산천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윽고 열차가 출발 시간이 다 되어 청량리역을 빠져나갔다. 동력장치가 승객이 타지 않는 맨 앞차와 뒷차에 장착된 기존 KTX와는 달리 KTX-이음에는 동력장치가 객실마다 분산 배치되어 있기에 소음이 얼마나 심한지도 초미의 관심사항. 실제로 이따금씩 약한 진동이 느껴지고, 장치들의 소음이 객실에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우려할 만큼 진동이나 소음이 심하지는 않았다.

더욱 편안한 열차, 맘에 드는 부분 많네
 
  KTX-이음의 일반실 모습. 창문 오른쪽 무선충전기와 모든 의자마다 개별 창문이 달린 모습이 눈에 띈다.
  KTX-이음의 일반실 모습. 창문 오른쪽 무선충전기와 모든 의자마다 개별 창문이 달린 모습이 눈에 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일반실 좌석은 평소 타던 KTX 좌석과 비슷했다. 첫 운행을 개시한 새 열차라서 그런지 쾌적한 느낌도 적잖게 들었다. 좌석 시트도 파란색으로 새단장되었고, 좌석마다 주머니처럼 비치된 무선충전기도 편리하다. 모든 좌석마다 USB포트와 220V 콘센트가 자리했고, 탁자에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두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편리하게 홈도 파여 있다.

또 다른 점이 있을까. 창가 자리에 앉아보니 다른 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가장 먼저 KTX-1이나 KTX-산천의 창가자리에 있던 벽면과 바닥의 경사진 부분이 KTX-이음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창가 자리를 좋아하는 승객은 계단 위에 의자를 펴고 앉아있는 것 같았던 불편을 감수해야 했는데, 그런 불편점이 사라진 것이다.

좌석마다 개별적으로 창문이 제공된다는 점도 기존 열차와 달랐다. 햇볕이 쨍쨍한 날 열차를 탔다가 창문의 블라인드를 그대로 두느냐, 아니면 내리느냐를 두고 앞좌석과 뒷좌석이 갈등을 빚었던 경험도, 창문 밖 풍경을 보고 싶어 기차표를 끊었다가 벽만 보고 갔던 기억도 KTX-이음에서는 없는 일처럼 되었다.

좌석 공간도 기존 열차에 비해 넓다. 특히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머리 부분이다. 열차에서 잠을 청했다가 머리를 주체하지 못해 옆자리까지 침범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테다. KTX-이음은 머리받침대 양쪽이 봉긋 솟아 있다. 바쁜 출장길, 고향 가는 길에 쪽잠을 자도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일 일이 없어 다행스럽다.

캐리어, 박스처럼 머리 위 선반에 올라가지 않는 큰 짐을 가지고 열차에 탈 때에도 좋은 점이 있다. 기존 KTX에는 객실 바깥 통로에 짐 두는 칸이 있어 분실 위험이 있었다. KTX-이음에는 객실 안쪽에 짐 두는 칸이 마련되어 분실이나 손상 걱정이 덜하다. 조그마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것이 엿보인다.

널찍한 좌석 간격의 '우등실'... AVOD가 아쉽다
 
 KTX-이음의 우등실 모습. 넓은 좌석 간격은 인상적이었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AVOD 콘텐츠가 빈약한 점이 아쉬웠다.
 KTX-이음의 우등실 모습. 넓은 좌석 간격은 인상적이었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AVOD 콘텐츠가 빈약한 점이 아쉬웠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KTX-이음에는 특실 대신 우등실이 마련되어 있다. 특실의 요금보다 저렴한 점을 무기로 삼은 우등실의 가장 큰 특징은 항공사의 AVOD(좌석에 설치한 주문형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를 빼닮은 AVOD 설비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이외에도 널찍한 좌석 간격과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 비지니스에 특화된 콘센트 구조까지 갖춰 달리는 사무실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좌석에 앉자 앞뒤 간격이 꽤나 넓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앞뒤 간격은 과거 운행했던 새마을호를 방불케 할 정도이다. 리클라이닝을 끝까지 당긴 뒤 발을 쭉 뻗어도 불편함이 없다. 좌석 등받이에는 목베개까지 달려 있어 고단한 기차여행에 잠깐 머리를 쉬어갈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AVOD가 아쉽다. AVOD에서 제공되는 기능은 세 가지에 불과하다. 객실 천장에 달린 모니터의 화면을 그대로 띄워주는 기능, 그리고 유튜브 기능, 마지막으로 인터넷 기능이다. 그마저도 유튜브는 영상을 시청할 때 렉이 적잖이 걸리고, 인터넷 기능도 보안상의 이유로 네이버TV, OTT 서비스 등 영상을 볼 수조차 없다.

프리미엄 버스가 실시간 TV, FM 라디오, 스마트폰 화면 공유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견주어 볼 때 KTX-이음의 AVOD는 아쉬움이 많다. AVOD 기기의 스펙이 낮아 정상적으로 웹서핑 등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답답하다. 스마트 기기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유튜브 대신, 영화나 드라마, 교양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채우는 전략을 사용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도 남는다.

계단 없이 내리니... 캐리어 있어도 편안하네
 
 안동역, 제천역 등 KTX-이음이 정차하는 주요역에서는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KTX를 타고내릴 수 있다.
 안동역, 제천역 등 KTX-이음이 정차하는 주요역에서는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KTX를 타고내릴 수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열차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안동역에 열차가 닿는다. 청량리역에서 안동역까지 기존에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선로 변경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탓인지 열차 시간 지연이 있기는 했지만, 2010년만 해도 서울까지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기차를 타고 향해야 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열차에서 내리려는데 출입문을 나설 때 계단을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신기하다. KTX-이음이 멈추는 중앙선의 대부분 역은 승강문과 승강장의 단차를 맞추어, 지하철을 타고 내리듯 계단 없이도 열차를 타고 내릴 수 있게 설비가 되었기 때문. 승하차 시간도 더욱 짧아지고, 노약자가 열차를 타고 내리기에도 편리하다.

무궁화호나 KTX-1의 경우 계단을 이용해야만 열차를 타고 내릴 수 있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경우 리프트를 써야만 하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오르내려야 했다. 하지만 KTX-이음의 경우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고 열차에 타고 내릴 수 있어 특히 여행객이나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KTX가 정차하는 안동역 일대는 축제 분위기다. 역 곳곳에 KTX의 운행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은 물론, 첫 번째로 안동역에 도착하는 열차를 맞이하는 요란한 기념행사도 열렸단다. 시간적으로 더욱 가까워진 거리 덕분에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출장 수요는 물론, 안동 곳곳의 관광 수요도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새로운 한국철도의 상징, 안전히 달려다오
 
 KTX-이음이 늦은 밤 출발을 재촉하고 있다.
 KTX-이음이 늦은 밤 출발을 재촉하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KTX-이음은 수송력도 기존 KTX와 비슷하다. 10칸짜리 KTX-산천은 최대 41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데, KTX-이음은 6칸짜리 열차에 381명이 탈 수 있다. 실제로 객차에 들어서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좌석이 길게 늘어선 것이 인상적이다. 열차 전체 길이 역시 KTX-산천의 201m에 비해 4분의 3 정도인 약 150m 정도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중앙선을 시작으로 KTX-이음을 새로이 개통되는 준고속선에 투입한다. 이미 KTX가 다니는 강릉선, 성남 판교역-문경을 이을 중부내륙선, 송산에서 홍성을 잇는 서해선 등에서도 KTX-이음을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KTX-이음을 기반으로 한 동력분산식 320km/h급 KTX 열차 역시 조만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KTX-이음은 프랑스의 TGV 레조를 기반으로 한 KTX-1, 그리고 KTX-1을 기반으로 한 KTX-산천을 넘어, 시작부터 다른 완전한 국산 고속열차로 태어났다. 차량 베이스도 2012년 개발된 시제차 HEMU-430X에서 따왔으니, KTX 개통 17년 만에 '완전한 국산 열차'가 탄생한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KTX-이음은 한국 고속열차의 10년 뒤 대세가 될 모습을 미리 보는 것, 나아가 한국 철도를 대표하는 새로운 상징물 탄생의 한 페이지가 써내려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KTX-이음이 새로운 한국철도의 상징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안전히 운행할 수 있기를 더욱 기원하게 된다.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