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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회의를 앞두고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이 스가 일본 총리와 포즈 취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회의를 앞두고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이 스가 일본 총리와 포즈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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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홍콩·남중국해 문제 등에 더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사상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지난 6일 도쿄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참석 하에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외무장관회담이 열렸지만 공동성명 없이 폐막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3국은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중국의 국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주최 측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역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을 거명하지 않았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입각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범한 '4각 안보 대화'에 참여한 3국이 중국 국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목적어 없는 회담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인도양 진출은 인도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고 태평양 진출은 친미 진영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타파할 목적으로 내놓은 방안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연계) 전략이다.

대륙과 해양을 하나의 실크로드로 잇겠다는 이 야심찬 전략에 맞서 '인도·태평양을 하나로 묶는 신개념으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 전략에 대한 일본의 집념은, 조지 부시(아들 부시), 버락 오바마의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를 끝내 설득해 미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선두에 세워놓은 사실에서도 증명된다.

그래서 이 전략의 창안자라 할 수 있는 일본마저도 자국에서 개최된 쿼드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국 국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4개국 중 3국이 공동 견제 대상인 중국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니, 이번 회담은 '목적어 없는 회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쿼드가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는 앞으로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쿼드의 현재 단계를 관찰해보면, 이들 4개국이 중국과 관련해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것이 이번 공동성명 불채택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으르고, 어르고... 미국의 오랜 대중국 전략

'중국에 대해 적대적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할 경우, 1945년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중국을 대소련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희망을 품었던 미국은 마오쩌둥(모택동)이 대륙을 석권하면서 그 희망을 내다버렸다. 그 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미국과 싸웠고,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핵무기를 개발했다. 미국은 그런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했다(제1기).

그랬던 미국이 베트남전쟁으로 수렁에 빠지고 1969년에 닉슨 독트린(아시아·태평양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가급적 자제)을 발표하게 되면서 양국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곤경에 빠진 미국은 중국의 힘을 빌려 아시아·태평양의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을 빼내 공산권을 약화시킨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 뒤 이른바 핑퐁외교로 중국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중국을 자국 중심의 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전개했다(제2기).

미국이 1971년에 타이완(대만·중화민국) 몫인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빼앗아 중국 쪽에 넘겨준 사실, 2001년에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사실 등은 중국을 팍스 아메리카나에 편입시키기 위한 미국의 접근법을 반영한다. 이 시기에 미국은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자국을 무시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점을 신경 쓰지 않았다.

타이완의 몫을 빼앗아 중국에 준 것은 미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합법적 대표로 인정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승인했음을 뜻한다. 중국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중국의 최대 소원 중 하나를 기꺼이 들어준 것이다. 이 같은 호의적인 대미관계 속에서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경제성장에 주력했다.

그런데 1990년을 전후한 세계적 탈냉전으로 소련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고 이로 인해 힘의 공백이 발생한 틈을 이용해 중국이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부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중국을 관찰하도록 만드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2008년에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중국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됐다. 미국의 쇠락과 중국의 융성을 상징하는 두 개의 상반된 그림이 하필이면 같은 해에 연출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미국 추월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중대 변화가 나타났다(제3기).

2009년에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팍스 아메리카나에 묶어두되 중국을 어느 정도 눌러줄 필요성을 절감했다. 아시아의 중국을 상대로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해서 현존 질서의 변경을 받고 기존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었다(아시아 재균형 전략).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자기편으로 묶어두려 했다. 중국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계속해서 존중했다. 겁도 주고 구슬리기도 하면서 자기편에 묶어놓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아베의 꾀임을 수락한 트럼프, 새 전략 채택
 
 지난 3월 27일 코로나19 경기부양법 서명식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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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전략은 10년도 못 가서 폐기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아베 신조의 '꾀임'을 받아들여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제4기). 지난 6월 발행된 <황해문화> 여름호에 실린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의 기고문 '포스트 냉전 시대 미국의 세계전략과 미군'은 오바마의 전략이 가고 트럼프의 전략이 오는 이 시기를 이렇게 요약한다.
 
"적어도 오바마 행정부 첫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였던 2012년부터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를 내세웠고 이를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재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대표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관여 정책은 중국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제한하는 데도 역부족이었다고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인 것이다."
 
제4기의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미국은 중국을 자기편이 아닌 반대편에 위치시키고 있다. 냉전시대의 소련이 있었던 자리에 중국을 갖다 놓은 것이다. 그런 뒤 무역·홍콩·남중국해 문제 등을 명분으로 중국을 때리고 있다.

또 타이완과 공식 관계를 재개할 듯한 포즈를 취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이 공산당 국가이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를 겸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부각시키고 있다.

오바마 때의 제3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적당히 위협하고 구슬리는 방법으로는 중국의 발호를 막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훨씬 더 강하게 압박해야만 억누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기에 일본·인도·호주와 쿼드 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역부족인 듯하기에 한국 등을 '쿼드 플러스'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본·인도·호주의 대중국 입장이 미국처럼 제4기에 도달해 있다면, 이번처럼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한 채 쿼드 회담이 끝나는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일본·인도·호주의 입장이 아직 제4기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인도·호주 역시 중국의 세계 최강 등극이 현존 세계질서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미래까지도 불확실하게 만들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발호를 억제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경제가 중국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처럼 이들도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라는 '안미경중'에 상당히 경도돼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미국처럼 강경한 태도를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반대편으로 위치시키는 것과 달리 이들 3국은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을 자기편으로 묶어두려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중국 견제를 '조용히' 박수 치며 응원하고 있다. 대중국 협력과 대중국 견제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 3국의 전략은 오바마 때의 제3기와 일견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일본의 태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9시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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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중에서 일본의 태도는 특히 흥미롭다. '중국을 견제해야 현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며 미국을 끌어들인 일본은 미국과 중국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한국 못지않게 주판을 열심히 튕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중국 전선으로 미국의 등을 떠다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눌러줘야 자국의 현재 지위가 유지될 수 있지만 자국이 선두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일본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트럼프의 목에 방울을 달아놓고 시진핑 쪽으로 떠다미는 일본의 태도와 관련해 2018년에 <국제관계연구> 제23권 제2호에 실린 정구연·이재현·백우열·이기태의 공동논문 '인도태평양 규칙기반 질서 형성과 쿼드 협력의 전망'은 정호섭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의 관여라는 관점에서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의 역내 개입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즉 미일동맹에 추가하여 안보 이중 안전장치로서 쿼드 간의 결속을 통해 점점 소극적이고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의 관여를 아시아 지역 안보 역할에 계속 묶어두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현존 체제에서 이룩한 자국의 번영을 지킬 목적으로 기존의 미일동맹에다가 쿼드 체제까지 추가함으로써 이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전선에서 주춤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전진하도록 만들고자 그런 이중 장치를 만들어 놓은 뒤, 자국은 '편하게' 3기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대중국 전략의 제4기로 넘어간 반면, 일본·인도·호주는 위와 같이 제3기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미국과 3국 사이에는 타임머신으로 극복해야 할 만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 쿼드의 리더인 미국이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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