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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 최응식 전국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이 2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방위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 최응식 전국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이 2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방위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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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주변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무급휴직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3월 25일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노동자 중에서 4천여 명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이번에 무급휴직 통보를 받은 노동자는 9천여 명 중 절반 가량이다. 의료·소방·우편 등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사무에 종사하는 4천여 명이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한·미 양국 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주한미군 노동자들은 한국 정부가 아닌 미국 정부에 고용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양국 간에 생긴 일을 근거로 그들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다. 그들과 미국 정부 간에 생긴 일을 근거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몰라도, 이번 같은 무급휴직 조치는 사리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주한미군 내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 제공하는 분담금이 남아돌고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는 그 돈으로 이자 수입도 얻고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도 사용했다.

진성준 19대(2012~2016년) 국회의원이 재임 중 발표한 '방위비분담금, 국회통제 방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제8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적용된 2009~2013년 기간에도 분담금은 해마다 남아돌았다.

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에는 잔여금이 327억 4800만 원, 2010년에는 852억 6200만 원, 2011년에는 843억 6800만 원, 2012년에는 1980억 3300만 원, 2013년에는 최소 1335억 원이었다.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지급하고도 매년 이 정도가 남았던 것이다.

이처럼 분담금이 항상 남아도는 상태에서 '2020년 분담금을 얼마나 더 올릴까'를 놓고 한·미 간에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를 깎을까가 아니라 얼마를 올릴까를 놓고 줄다리기가 전개되고 있으므로, '돈이 없어서 무급휴직을 실시한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도리어 한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3월 25일 발행한 <성조지> 기사 '합중국 군대가 남한 노동력 거의 절반에 최종 무급휴직 통보했다고 노조가 밝혀(US military issues final furlough notices to nearly half its South Korean workforce, union says)'는 사실관계를 부정확하게 전달할 뿐 아니라 책임이 한국정부에 있는 듯이 보도했다.

위 기사는 "남측은 1991년 이래 이른바 특별협정 하에서 합중국 군대에 지원을 제공했으며, 자금 대부분은 9000명 이상의 남한 노동자, 물류지원 및 건설 사업에 사용됐다"면서 "이전 계약은 2019년 말에 만료됐지만, 합중국은 이달 말에 소진되도록 계획된 자금으로 임금을 지불해왔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위해 주로 사용된 듯이, 분담금이 거의 소진된 상태인 듯이 보도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협상에서 한국정부는 '노동자 인건비 문제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처리하자'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포괄적인 타결'을 주장하면서 인건비 우선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노동자 인건비에 주로 사용된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국방부 <성조지> 보도와는 전혀 딴판인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위의 기사는 주한미군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왜곡되게 편집하는 방법으로 책임이 한국정부에 있는 듯한 인상을 조성하고 있다. 3월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기자회견을 이렇게 소개했다.

"'남한 정부는 남한과 미국의 SMA 협상이 열릴 때마다 노동자들이 인질이 되는 상황을 더는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은) 말했다(The South Korean government should no longer allow the situation that laborers are held hostage whenever the South Korean-U.S. SMA negotiations are held," it said during a news conference in Seoul)."

언론보도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주장은 '분담금 협상 때마다 노동자들이 볼모가 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되며, 이를 막기 위해 단순히 방위비 액수만 협상할 게 아니라 재발 방지에 필요한 제도 개선 및 소파(SOFA)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분담금 협상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이다. 노조가 한국 정부를 탓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성조지> 기사와는 뉘앙스가 많이 다른 상황이다.

주한미군 노동자들의 고통 막을 방법

주한미군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세기는 물론이고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그들은 기본적인 노동 3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5일 기자회견에서 최응식 위원장은 "미국은 소파(SOFA) 노무 조항을 이유로 노동 3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저희들은 그동안 불법 감원, 부당해고 등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한 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단체행동을 하면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하고 단체행동 참여자는 해고된다"며 "강제 무급휴직 기간에 일을 하려 하면 기지 내에 소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미군 헌병대에 끌려가고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말이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은 주한미군 노동조합 역사에서 잘 드러난다. 최초의 노조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4월 임시수도 부산에서 결성된 부두하역 검수원들의 조직이다. 이것이 발전해 1959년 11월 전국미군종업원노조연맹이 발족했다.

이런 노조들이 있었지만, 한국인 노동자들은 한·미 양국의 눈치를 보면서 움추린 채 살아야 했다. 이들의 노조 활동은 한미동맹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억제돼 왔다. 그래서 주한미군 당국이 함부로 대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감내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24세 때인 1961년부터 주한미군 공군에서 운전사로 근무한 이원구씨는 해고 절차를 위반한 일방적 감원 통보에 맞서 2일간 집단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1989년 2월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았다.

1989년 5월 17일자 <동아일보> 기사 '주한미군 (19) 기 못 펴는 한국인 노조'에 따르면, 이원구씨는 28년간 열심히 근속한 모범 노동자였다. 그런 노동자가 합법적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평생을 몸 바친 직장에서 쫓겨난 것이다. 주한미군 일터가 얼마나 전근대적인 곳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군 관할 하에서 일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 미군기지라고 반드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6년 4월호 월간 <한국노총> 기사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에 따르면, 이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응식 위원장은 이런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은 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 인건비 같이 항목별로 예산을 정확하게 편성하고, 주일미군 일본인 노동자는 일본정부가 간접고용제의 고용 방식으로 직접 관리하며, 미군 지원 업무에 필요한 만큼의 근로자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총액 기준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주기 때문에 전용이 가능하다. 주한미군은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하기 위해 인건비 비중을 계속 줄였다."

2014년 9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현안 및 고용 안정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인 김형동 변호사는 "주한미군 측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더라도 국내 노동관계법 적용은 임의사항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SOFA가 본 협정 7조에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국내 노동관계법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월간 <한국노총> 2014년 10월호 참고).

김형동 변호사의 말은 지금의 소파 규정을 근거로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 노동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최응식 위원장의 주장은 법률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SMA 협상을 해마다 하게 되면, 한국인 노동자들이 매년 몇 개월씩 무급휴직을 당하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질 수도 있다. '나쁜 고용주'인 미국도 문제이지만, 이런 사태를 방치한 한국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방위비 요구에 맞서는 일뿐 아니라 한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2014년 위 월간 <한국노총> 인터뷰에서 최응식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답답한 건 이 사실을 정부도 다 알고 있지만, 점검도 시정 지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게 정부 아닌가. 너무 무책임하다. 정부의 무능력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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