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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 답하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16
▲ 취재진 질문 답하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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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하고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든 상황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미국에서 진행된다.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6일 출국했고, 양국 대표단이 미국 시각 17일부터 이틀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제7회 회의를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5배 증액을 요구했지만, 한국 국민의 반발에 부딪혀 지금은 다소 누그러져 있다. 하지만 다소 누그러졌을 뿐, 완전히 누그러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상당 수준의 분담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각으로 2월 24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뒤에 한국정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작년에 8.2%로 증가율을 많이 올리지 않았느냐?"며 "현 SMA 협상에서도 기본적으로 그런 수준부터 해서 어느 정도 증가율 자체를 다른 예년보다는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8.2%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서 분담금을 인상해줄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정부는 그 정도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언론보도 중 하나가 3월 16일자 <성조지(Stars and Stripes)> 기사다. 국방부가 발행하는 이 일간지에 게재된 '무급휴직 임박... 미국과 남한, 분담금 교착상태 타개 시도(US, South Korea seek to break cost-sharing deadlock with furlough imminent)'에 이런 대목이 있다.

"미국 협상가들은 1년에 근 50억 달러가 제공되도록 5배 인상하라는 최초의 요구를 거둬들이기는 했지만, 남한이 작년에 지불한 9억 2000만 달러보다 적어도 3배 이상 인상할 것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작년에 지불한 금액은 한화 1조 389억 원이다. 이 금액의 3배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 일간지에 나온 보도인데다가 제7회 회담에 임박해서 나온 보도이므로, 어느 정도는 미국 협상단의 속내를 반영하는 기사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미국과 유럽으로 번지고 있지만, 한국 역시 이번 사태의 주요 피해자다. 미국처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을 뿐, 한국 상황도 국가비상사태나 다름 없다. 17일 오전 8시 기준, 한국은 중국(확진자 8만 866명), 이탈리아(2만 7980명), 이란(1만 4991명), 스페인(9942명)에 이어 확진자가 다섯 번째로 많다. 미국은 4599명으로 독일·프랑스에 이어 여덟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한국이 이런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몇 배나 더 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운운하는 나라가 할 만한 일이 아니다. 거기다가, 분담금을 인상해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하겠다는 것은 미국 행정부의 상식을 의심케 할 만하다. 미국과 미군을 위해서 일해온 한국인 노동자들을 볼모 삼아 한국 국민과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은 상식 밖이 아닐 수 없다.

1991년부터 작년까지 한국의 분담금은 거의 매년 인상됐다. 2019년에는 2018년에 비해 787조 원이나 올랐다. 금액이 이처럼 올랐는데도 한국인 노동자 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국경 장벽 건설에 이자놀이까지... 분담금, 이렇게 쓰였다

사실, 한국이 분담해온 금액은 주한미군한테 과도한 액수였다. 이 점은 주한미군이 돈을 다 쓰지 못해 다른 데 전용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9년 9월에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자, 성남시 전시지휘통제소 CP탱크와 군산시 공군기지 무인기 격납고에 배정된 주한미군 예산 846억 원을 '만리장성' 건설 비용으로 전용했다.

비슷한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2013년 11월 19일자 <한겨레>에 실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잔액 이자만 5년간 1600억대'라는 기사는 "주한미군이 한국정부한테서 받아간 방위비 분담금 잔액에서 2006~2007년 2년간 566억 원의 이자소득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분담금이 필요 이상으로 많기 때문에 '이자놀이'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내에 자금이 남아돌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분담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시키겠다며 위협을 가하고 있으니, 미국의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 같은 코로나19 피해국가들이 경제위기에 빠져 있다는 점은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현지 시각 15일 기준금리를 연간 1.00~1.25%에서 0.00~0.25%로 인하함으로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는 시중에 돈을 풀어 달러 유동성을 확대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역시 코로나19와 경제위기의 상관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위기는 기준금리 인하 정도로는 부족할 정도로 엄중하다. 엄밀히 말해서, 코로나19로 가계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노동과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화폐 부문보다 실물 부문이 더 위험한 것이다. 그러므로에 화폐 순환을 돕는 금리인하뿐 아니라 노동·생산의 순환을 돕는 재정 부문의 해법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주요 피해자로서 화폐뿐 아니라 실물경제 부문에서도 위기에 처한 한국을 상대로, '한미동맹'을 운운하는 미국이 분담금 인상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처사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중구?서울시청역 대합실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제안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중구?서울시청역 대합실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제안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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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코로나19로 경제 불안한 한국 상황 고려해야

지난 30년간 방위비 분담금은 거의 매년 인상됐지만, 이례적으로 삭감된 때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과 2006년이다. 이때는 종전처럼 3년이나 5년 단위로 하지 않고 2년을 단위로 하면서 분담금을 8.9% 삭감했다.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분담금이 인상됐는데도 금액을 적게 낸 연도가 있다. 바로 1999년이다. 1999~2001년의 3개 연도를 대상으로 한 제4차 협상 때는 분담금이 8.0% 인상됐다. 하지만, 이 기간의 첫 연도인 1999년에 한국이 낸 돈은 전년보다 6000만 달러 적은 3억 3300만 달러다. 제3차 때인 1996~1998년보다 분담금이 8.0% 인상되도록 하면서도 1999년만큼은 금액이 적어지도록 조정했던 것이다.

새로운 합의가 적용되는 첫 해인 1999년에 한국 분담금이 감소되도록 미국이 조정한 것은 1997년 11월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문이다. IMF 위기 발생 직후 미국은 한국을 미국 기업의 진출에 유리한 곳으로 만들고자 IMF를 움직여 한국에 불리한 조건들을 강제했다. 그랬던 미국이 1999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줄여줬던 것이다.

미국도 IMF 위기로 허덕이는 한국을 상대로 더 이상의 압박을 가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1998년 12월 23일자 <매일경제> 기사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정부 내년 2억 9000만불 지불키로'는 "한·미 양 측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금의 한국 경제 역시 위태롭다. 이런 한국을 상대로, 미국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분담금을 인상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폭 인상하려 하는 것은 불인지심의 결여를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분담금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분담금이란 것은 당연히 내야 하는 쪽에서 내는 돈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방위비는 한국이 당연히 내야 할 돈이 아니다.

미국은 자국의 태평양 방어를 위해 한국·일본열도·오키나와열도·괌 등에 군대를 배치하고 있다. 자국 안보를 위해 타국에 군대를 배치했으므로 미국이 방위비를 조달해야 함은 물론이고, 과거에 필리핀에 했던 것처럼 기지 사용료를 한국에 내야 한다. 또 기지 사용의 결과로 발생한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자국 군대를 타국에 배치한 나라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자국 군대를 타국에 배치해놓고도 도리어 돈을 받는 것은 점령군이나 하는 일이다. 주한미군이 점령군이 아니라면, 미국은 지금의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도, 코로나19로 상심에 빠져 있음은 물론이고 경제위기에까지 봉착해 있는 한국을 상대로 잔인한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불인지심의 결여를 보여주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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