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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좋은 글'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글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명제가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한다는 전제 아래 오늘 이야기를 해보겠다.

글을 쓰다 보면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 표현했는데도 왠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주 흔하고 상투적인 예시문이지만 "내 얼굴은 둥글다"는 문장을 한 번 보자.

그렇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의 얼굴이 둥글다는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다만 이 문장이 영혼 없는 기계적인 표현처럼 마음속에 쏙 와 닿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이런 감수성이 부족한 문장을 혹 잘못된 문장이라고 오해하지는 말길 바란다. 절대 잘못된 문장이 아니다. 정확한 문장이다. 읽는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조금 부족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이미지의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글쓴이들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나의 얼굴이 둥글다는 사실 전달에는 성공했더라도, 읽는이가 이 메시지를 보다 풍성하게 느끼도록 공감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얼굴이 둥글다는 사실은 후덕하다는 이미지인지, 볼 살이 많이 찐 것인지 등의 이미지는 전혀 떠올릴 수 없다. 그리고 뭔가 생기가 꿈틀대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죽은 문장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비유법을 사용하면 문장의 밋밋함을 극복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죽은 문장이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다.

비유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수사법"(네이버 국어사전)을 말한다. 그러니까, 앞의 예시문으로 설명하면, 문장의 핵심 메시지는 나의 '얼굴'이 '둥글다'는 것인데, '얼굴'(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유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얼굴과 비슷한 모양을 가진 무언가를 가져다가 비유하면 된다는 의미일 터. 둥근 얼굴을 다른 무엇, 즉 둥근 모양을 나타내는, 그러면서도 읽는이들이 대뜸 얼굴로 알아채는 물건에 비유하면 된다.

그래서 둥근 모양의 얼굴을 대신할 수 있는 상징물인 '보름달'을 사용하여 문장을 수정해보자.

"나의 얼굴은 보름달처럼 둥글다"라고 쓸 수 있다. 어떤가. 처음 읽었던 밋밋함보다는 조금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보름달'보다 조금 더 감각적인 말인 '달덩이'로 비유를 해보자. "달덩이 같은 내 얼굴" 어떤가. 시에서 본 듯한 표현이지 않은가.

그럼 이번에는 둥근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굴렁쇠'나 '동전'을 사용하면 어떨까. 물론 사용해도 된다. 나의 얼굴이 '굴렁쇠처럼 둥글다' '동전처럼 둥글다' 그런데 문장의 맛이 '보름달'이나 '달덩이'만큼 안 나는 아쉬움이 생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얼굴이 부풀어 있다고 해보자. 이럴 경우 '찐빵처럼 부풀어있다'와 '거품처럼 부풀어있다'에서 어느 표현이 더 와 닿는가. 나는 당연히 '찐빵'이 더 와 닿는다.

이처럼 비유의 대상물은 글 쓰는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충실하여 선택하면 된다. 꼭 이거야만 된다는 것은 없다. 물론 '달덩이'나 '찐빵'처럼 많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일수록 좋은 비유가 된다. 

비유법에는 직유법을 비롯하여 은유법, 의인법, 대유법, 활유법, 풍유법 등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비유법들 모두를 잘 활용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복잡함에 '어휴~ 그걸 다 어떻게' 하면서 낙담부터 하게 된다. 그럴 필요는 없다. 내가 글을 써본 경험에 비추어보면, 직유법과 은유법만 제대로 알아도 좋은 문장을 구사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 해서 직유법과 은유법만이라도 제대로 알도록 해보자.

직유법은 앞의 예시문에서 '보름달처럼', '달덩이처럼'과 같이 '~처럼'을 비롯하여 '~같이', '~듯', '흡사' 등의 연결어를 사용하여 표현한 비유법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직접 비유하는 방법이다. [예 : 구름에 달 가듯이, 굼벵이같이 느려 터진]

은유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원관념과 비유하는 대상인 보조관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간접적으로 같도록 표현하는 경우를 말한다. 흔히 '~은 ~이다'로 표현된다. [예 : 그녀의 눈은 호수다(호수처럼 맑고 깊은 눈이라는 의미), 나는 언제나 당나귀다(당나귀처럼 짐꾼이라는 의미)]

이밖에 의인법은 동식물이나 무생물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비유법이다. [예: '가만히 놔둔 핸드폰이 한걸음에 달려갔다'에서 핸드폰이 사람처럼 '달린다'는 표현을 했다.]

대유법은 사물의 명칭을 직접 쓰지 않고 사물의 일부나 특징을 들어서 그 자체나 전체를 나타내는 비유법을 말한다. [예: '요람에서 무덤까지'에서 요람은 출생, 무덤은 죽음을 의미한다.]

활유법은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비유법이다. [예: '발에 걷어차인 돌부리가 아파했다'에서 생명이 없는 돌이 살아있는 생명처럼 아픔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풍유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은 드러내지 않은 채 보조관념만으로 의미를 암시하는 비유법이다. [예: '등잔 밑이 어둡다'는 눈앞에 있는 일을 오히려 먼 곳에 있는 일보다 모른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밖에도 비유법 범주에 드는 몇 가지가 더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이만한다.

말 잘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지만 특히 정의당의 노회찬 의원은 감칠맛 나는 표현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는 비유법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비유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있다. 이처럼 비유법을 적절히 구사하면 읽는이의 가슴에 확 가닿는 글을 쓸 수 있다. 비유법이 글 잘 쓰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비유법, #직유법, #은유법, #글쓰기, #글잘쓰는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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