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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교육을 재판합니다’ 동영상 모습.
 ‘근대교육을 재판합니다’ 동영상 모습.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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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사이에 유튜브에서 유명한 외국 동영상 '근대교육을 재판합니다'를 본적이 있는가? 아직 보지 않았으면 한 번쯤 볼만하다.

"150년 동안 확 바뀐 전화기와 자동차, 그럼 교실은?"

이 6분짜리 동영상 앞쪽 53초 부분. "학교는 오래 전 세워진 기관이며 이제 시대에 뒤떨어져 있습니다"란 학교 기소 검사의 발언이 나온다. 이어 재판관은 "증거를 제시해보세요"라고 말한다.

이어서 나오는 증거. 전화기, 자동차 그리고 학교 교실. 150년의 시간 동안 투박한 전화기는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고, 마차는 스포츠카로 바뀌었다.

그런데 교실은 어떨까? 검사가 오늘날의 교실과 150년 전의 교실을 보여주자 "우와" 하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교실 모습은 그 때나 지금이나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검사는 다음처럼 말한다.

"이제 부끄러워지셨습니까? 말 그대로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바뀐 게 없습니다."

그런데 2017년 하반기, 한국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교실환경을 확 바꾼 '꿈을 담은 교실'(꿈담교실)이 세상에 나왔다. 서울지역 20개 초등학교 103개 교실을 시대에 맞게 탈바꿈시킨 것이다. 사업비 53억2000만 원은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돈을 나눠 냈다.

서구에서 근대교육 초기 교실은 불친절했다. 지금도 친절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사각형' 교실 안에 있는 칠판, 텔레비전, 사물함, 창틀…. 대부분이 어른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1~2학년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를테면 칠판 옆 천장 가까이 매달려 있는 텔레비전을 오래 쳐다보다간 고개가 넘어갈 지경이다. 높이 올라간 칠판에 글씨를 쓰려면 의자 위에 올라가야 한다. 이런 칠판과 텔레비전을 수 없이 쳐다봐야하는 아이들 사정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작품 전시 공간으로 쓰이는 양옆 창틀 선반도 무척 높다. 따라서 초등 저학년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쳐들어야 한다.

아이들 고개 넘어갈 지경인 교실 텔레비전

 꿈담교실 공사 전 교실 사진. 텔레비전이 천장 가까운 곳에 매달려 있다.
 꿈담교실 공사 전 교실 사진. 텔레비전이 천장 가까운 곳에 매달려 있다.
ⓒ 서울안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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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장 쪽 창가에서 찍은 교실 앞쪽 사진. 낮아진 여닫이 칠판 속에 텔레비전이 보인다.
 운동장 쪽 창가에서 찍은 교실 앞쪽 사진. 낮아진 여닫이 칠판 속에 텔레비전이 보인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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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꿈담교실 사업을 벌인 김정임 건축가는 "학교건물은 대표적으로 공급자 중심이고 관리자 편의에 의해 건물이 설계되어 있다"면서 "육체적으로도 크기가 다르고 정신적으로도 급격한 변화가 있는 1학년과 6학년 교실환경은 똑같다"고 지적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벌인 '초1·2학년 안정과 성장 맞춤 교육과정'(안성맞춤 교육과정)의 핵심은 '재미있고 친절한 눈높이 맞춤'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실 환경 또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지난 12월 7일 오후 '꿈담교실' 공사가 끝난 서울안암초 2학년 1년 교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교실 가운데 있는 학생 의자에 앉아봤다.

교실 앞쪽 가운데 설치한 여닫이 식 칠판, 문을 열 때만 보이는 텔레비전, 그리고 교실 양옆의 창틀 앞 선반의 높이가 모두 같았다. 아이들이 앉아서 봤을 때 딱 그 눈높이였다. 운동장 쪽 선반은 책 읽기 용 동굴 위였고, 복도 쪽 선반은 사물함 두 개를 쌓아 만든 것이었다.

뒤를 돌아봤다. 검정색 합판의 높이가 교실 양쪽 선반과 칠판 아래 선반의 높이와 같았다.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춘 이 합판엔 자석이 붙어 있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아이들이 직접 가서 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실 환경을 눈높이에 맞췄더니 아이들이 편해졌어요"

 박혜경 교사가 교실 복도 쪽 창가에서 원래 있던 창의 높이를 표시하고 있다.
 박혜경 교사가 교실 복도 쪽 창가에서 원래 있던 창의 높이를 표시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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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아진 칠판.
 낮아진 칠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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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 박혜경 담임교사는 "교실 4면을 모두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더니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  속에서부터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아이들이 작품 감상할 때도 고개를 들지 않아서 편하게 볼 수 있고요. 아이들이 칠판에 글을 쓰려면 의자를 갖다놓고 써야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정말 좋아요."

2학년 2반 정승요 담임교사도 "교실환경이 아이들과 눈높이가 맞으니까 학습 집중이 더 잘 된다"고 만족해했다.

요즘 텔레비전도 빼놓을 수 없는 학습도구다. 인터넷활용교육이나 방송조회를 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이 다 좋은 건 아니다. 교사와 얼굴 마주보는 시간을 빼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교실은 칠판 뒤에 텔레비전이 숨어 있다. 여닫이 칠판을 열 때만 텔레비전이 보였다. 기존 교실에서는 텔레비전이 창문 쪽 천장 쪽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를 칠판 뒤로 갖다 놓은 것이다. 꼭 필요할 경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텔레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같은 교실환경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이 학교는 올해 4월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건축수업을 6차례 벌였다. 10여 차례에 걸쳐 아이들, 교사, 건축디자이너가 참여한 가운데 협의회도 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눈높이 맞춤 교실' 환경이었다.

이 학교 교실 4개를 이처럼 '눈높이 교실'로 만드는 데 들어간 돈은 2억 원 정도다. 한 교실마다 5000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전국 모든 교실에 이처럼 큰돈을 들일 수는 없는 형편이다.

50만원이 생긴다면, 어디에 먼저 쓸까?

 교실 뒷쪽. 아래쪽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게시할 수 있다.
 교실 뒷쪽. 아래쪽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게시할 수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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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실마다 50만원의 예산이 있다면 '눈높이 맞춤 교실'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박 교사는 "여닫이 칠판을 만들고 그 속에 텔레비전을 갖다 놓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보통 교실 뒤쪽에 있는 비좁은 4층짜리 작은 사물함을 교체해 크기를 넓힌 뒤 교실 복도 쪽 창문 앞으로 갖고 와 2층으로 만들어놓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요즘 일부 정치인이나 교육감이 아이들을 만날 때 허리를 굽혀 아이들과 눈을 맞춘 것이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 교실도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도록 정치인이나 교육감들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시교육청 공식블로그 <서울교육나침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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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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