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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 끝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할 국가의 위기 상황이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문재인 정부 앞에 어떤 과제가 놓여있고,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4회에 걸쳐 진단해봤습니다. [편집자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관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지난 4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고에 빗방울이 맺혀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관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지난 4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고에 빗방울이 맺혀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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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정윤회 문건 부실 수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 개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희대의 사건에는 검찰,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 경찰 등 권력기관의 연루 의혹이 항상 따라다녔다. 이로 인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의 불신이 축적돼왔고,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그 분노가 일시에 폭발했다. 박-최 게이트가 촛불혁명의 결정적 불씨였다면, 정권에 기대 '칼춤'을 춘 권력기관들의 연루는 불씨의 폭발을 도운 도화선과 기폭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박근혜 시대를 논외로 치더라도 대통령직선제가 확립된 제6공화국에서 권력의 핵심은 단연 검찰이었다. 영장청구권과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수사를 해 기소할 수 있고, 반대로 수사는 해도 기소하지 않는 '생사여탈권'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는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다가 말기로 갈수록 권력이 검찰의 눈치를 보는 '검찰 공화국'의 전횡 때문에 국회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특검법안들이 발의되곤 했다.

때문에 권력기관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마주한 숙제이자,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성공할 경우 국정 신뢰도 상승은 물론, '적폐청산 이미지 굳히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자신도 10대 공약 중 두 번째로 권력기관 개혁을 내세웠다. 일자리 공약에 이어 다음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일자리 대통령'을 캐치프레이즈처럼 사용했는데, 이를 제외하면 최우선 공약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꾸준히 강조해왔던 '광화문 대통령' 프로젝트와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아래 공수처) 신설 및 검경수사권 조정과 같은 검찰 개혁 과제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유리한 협상카드, '견제자에서 집권자로'

사실 검찰 개혁은 대선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 중 하나다. 그만큼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특히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은 매번 검찰, 법무부 그리고 구여권의 반발에 부딪혀왔다. 아래는 이번에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검찰 개혁의 세부 내용이다.

▲ 고위공직자의 비리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공수처를 설치하여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 수사를 차단 ▲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 ▲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 보유

문 대통령의 큰 그림은 '공수처-검찰-경찰'이 삼각관계를 형성해 서로 견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공약이 이행될 경우,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의 고위관계자를 수사·기소할 수 있고, 검찰은 기존에 갖고 있던 기소권과 2차 수사권을 통해 공수처와 경찰을 견제할 수 있다. 경찰 역시 수사권이 생기므로 수사 대상에 검찰과 공수처를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자는 것이 '문재인표 검찰 개혁'의 목표다.

이러한 검찰 개혁 공약은 특별한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법의 제·개정만으로 가능하다. 공수처 신설은 관련법 제정, 검경수사권 조정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문제는 검찰, 법무부, 구여권 등과의 협의 과정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다. 이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은 너무도 예상 가능한 미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의 의석도 120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제·개정 작업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두 가지 기회 요인이 있다. 하나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론이 상당히 모아졌다는 점이다. 검찰이 공수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등 세부 공약에는 매우 방어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에선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 개혁 자체에는 상당수가 수긍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른 하나는 문 대통령의 위치가 '견제하던 사람'에서 '집권한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의 목적은 '검찰이 권력에 기대 칼춤을 추지 못하게 하는 것'에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청와대와 여당에게 엄청난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 견제자 입장에서 집권자에게 칼을 내려놓으라고 외치는 상황과 집권자 입장에서 스스로 칼을 내려놓겠다고 하는 상황은 천지 차이다. 문 대통령이 첫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비검찰 출신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에도 검찰개혁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검찰 개혁 공약에 관여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은 "청와대가 스스로 검찰을 칼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니, 우리 입장에선 협상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라며 "이를 활용하면 충분히 개혁 과제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왼쪽)가 27일 오후 경기 성남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문 후보와 대화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 머리 맞댄 조국 교수와 문재인 후보 조국 서울대 교수(왼쪽)가 27일 오후 경기 성남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문 후보와 대화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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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필요한 것은 법 보다 '인사'

그렇다면 당장 문 대통령 눈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

문 대통령은 곧바로 법의 제·개정을 추진한 뒤, 법 통과 후 1년 이내에 개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의 제·개정이란 과제가 단기간에 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올해 안에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일단 시급한 과제는 인사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법무장관, 검찰총장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앉혀야 개혁의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다. 특히 최전방에서 검찰 내부를 설득할 검찰총장 임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후보들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공약도 내놨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부정적이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검찰 커넥션'의 핵심이 민정수석실이었던 것은 맞지만, '민정수석실이 문제가 아니라 우병우 전 수석 개인의 문제였다'는 인식 때문이다.

앞서 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 후보는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민정수석실 폐지를 제시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아예 모든 청와대 수석을 없애고, 부처와 대통령 사이의 연락을 담당할 비서관만 남기겠다고 제안했다. 세 후보 모두 우 전 수석을 향한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맞춤형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은 "헌법이 잘못돼 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됐나? 민정수석실 역시 마찬가지다. (민정수석실 역할인) 인사 검증과 측근 비리 단속은 필요하다"라며 "아마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더라도 그 역할을 하는, 이름만 바뀐 민정수석실이 탄생할 것이다. 검사의 청와대 순환 근무를 막는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제2의 우병우 방지법(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검사는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 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는 검찰청법의 탈법 사례(검사 사직→청와대 근무→검사 복직)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당시 노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다 검찰로 돌아온 검사가 박근혜 정부에서만 15명이고, 그 중 13명은 우 전 수석과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에서 퇴직한 자는 1년 간 대통령 비서실에서 임용하지 못하게 됐고, 대통령 비서실에서 퇴직한 자도 2년 간 검찰에 임용되지 못하게 됐다.

국가정보원, 17년 만에 이름 바뀔까?

한편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이름을 바꿀 생각도 갖고 있다. 그의 구상은 중앙정보부(1961~1981), 국가안전기획부(1981~1999)을 거쳐 국정원(1999~)으로 얼굴을 바꿔 온 정보기관을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경찰에 이양)하고, ▲ 대북한 및 해외 ▲ 안보 및 테러 ▲ 국제범죄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그의 공약에는 국정원의 수사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에 그곳으로 옮긴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대선 개입, 불법 민간인 사찰,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을 예방하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공안 범죄에 연루·가담한 조직과 인력에게 보다 강한 처벌과 형량을 내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10일 '지명'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이번에 (국정원의) 정치개입·선거개입·사찰 등을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내정자는 "(저는) 국정원에서 29년 가까이 근무했다. 정말 건강한 국정원 구성원들이 가장 원하는 게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라며 "그 열망과 소망,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국내정보 수집 기능을 경찰로 옮기면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구분해 전자는 전국적 치안에 대응하고, 후자는 지방행정과 연계해 지역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또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찰위원회(행정자치부의 소속, 경찰행정의 최고 심의·의결기관)의 역할 강화를 통해 민주적 통제도 기획하고 있다.

[관련기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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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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