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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누군가에는 아픔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꼭꼭 숨겨야할 비밀이 되어버린 시간이다.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발견하기 그렇게나 힘드냐" 라는 말을 남기고 청와대에서 홀연히 사라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박근혜 게이트에서 비롯된 국정농단 사태로 재점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세월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박근혜 대통령. 그러나, 이후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의 7시간은 미궁에 빠져있다.
 세월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박근혜 대통령. 그러나, 이후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의 7시간은 미궁에 빠져있다.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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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흘러가는 시간이었을지 모를 7시간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는 크나큰 고통, 절망의 시간이었다. 만일 이 시간이 대통령에게 미용개선 또는 우주의 기운을 모으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세월호 참사 당시의 사진.
 세월호 참사 당시의 사진.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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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지난 16일 7시간 동안 자신의 몸짓을 통해 부산대 학우들에게 메시지를 던진 한 사람을 만나보았다. 현재 부산 청년예술가 네트워크에서 활동중이며 총학생회 선거를 준비중에 있는 부산대 무용학과 강민아씨와 인터뷰를 해보았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7시간 몸짓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나요?

"11월 12일 광화문에 100만 명이 모여서 촛불을 켰습니다. 저도 많은 대학생들과 함께했는데요,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많이 모였다는 것이 허탈하기도 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것에 힘을 받기도 해서 한번 꼭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모인 시민들.
▲ 세월호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모인 시민들. 세월호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모인 시민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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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시간 몸짓을 마치고 나서 느낌은 어떤가요?

"많이 힘들고 피곤했어요. 지금도 목이랑 어깨가 많이 뻐근하네요. 7시간이 이렇게 길 줄 몰랐습니다. 제 몸짓으로 7시간의 의혹이 풀어진 건 아니지만, 행동을 이렇게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둡니다. 나름 행복합니다."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7시간동안 진행 되었다.
▲ 다양한 몸짓을 통해 학우들에게 표현중인 강민아 회원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7시간동안 진행 되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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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짓의 소재로 밧줄과 창틀을 준비하셨던데 두 소재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요?
"밧줄로 숨이 조여 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세월호가 침몰할 때 피해자 분들이 겪었을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었습니다. 밧줄을 몸에 칭칭 감으니까 정말 옴짝달싹 못 하겠더라구요. 이렇게 아픈데, 7시간동안 이렇게 아픈데.

창틀은 절대 깨지지 않는 창문을 뜻합니다. 세월호가 좌초되어 뒤집혔을 때 아이들이 이 창문을 깨지 못하고 갇혀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유리창 한 두개에  생사의 기로가 갈렸으니까요. 제가 달려가서 몸으로 창틀에 부딪혀도, 두드리려고 노력해도 절대 깨지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을 연출하려 했어요."

세월호에 같힌 참사 피해자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 창틀을 가지고 몸짓을 표현중인 강민아의 7시간. 세월호에 같힌 참사 피해자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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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요, 7시간 공연의 흐름이 기억난다면?
"박근혜는 그 7시간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생생히 기억 날거에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도 아니죠.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공연한 저도 앞의 7시간이 너무 생생히 기억납니다. 2시간동안 정말 열심히 춤을 췄어요. 그러다가 어느덧 '힘들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2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에 분노하게 되었어요.

창틀을 깨는 모습을 표현하고, 밧줄로 몸을 칭칭 감아서 숨 막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7이라는 숫자가 창틀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었어요. 너무 화가 났습니다. 만약 정유라가 거기에 있었더라면, 모든 것이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겠지요? 2시간이 더 지나서는 누워서 잠을 잤어요. 너무 춥더라구요. 살을 에워싸는 추위가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바닷물은 이것보다 더 차가웠을 거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끝날 때 즈음엔 격렬한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쳤어요. 나가지 못하고, 이제 이 안에서 끝나야 한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끔찍했고, 허무했고, 공허했어요. 공연의 마지막은 그냥 걸어 다니는 걸로 끝났습니다. 아쉽더라구요. 다음 주에는 더 섬세하게 준비 하려구요."

▲ "박근혜 퇴진" 7시간 춤 춘 대학생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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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평소의 7시간과는 정말 다른 7시간을 보내셨네요. 7시간이 본인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나요?
"사실, 이 시간은 무용 실습시간이에요. 교수님에게 다양한 몸짓을 배우고, 학우들과 함께 배우는 시간이었을 텐데, 저는 제쳐놓고 7시간 동안 혼자서 춤을 췄죠. 7시간 동안 힘들고, 허무하고, 공허하고... 다양한 감정이 오갔어요. 그만큼 세월호 안에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아팠을 거라는게 온몸으로 와 닿았습니다."

- 학우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어요. 핸드폰 보다가 시계를 툭 치고 저를 바라보면서 '아직도 해?' 하는 학우들도 있고, 등하교 하면서 '대단하다'라고 하는 학우들도 있었고, 그냥 무심히 지나치는 학우들도 있었어요. 제가 속한 무용과 친구들은 응원하러 한번씩 와줬어요. 비록 같이 못춰서 너무 아쉬웠지만, 다음 주에는 꼭 같이 췄으면 좋겠네요."

- '아직도 해?'라구요? 그런 학우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그래 나 아직도 하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서 응원처럼 들었습니다. 학우들이 그래도 제 몸짓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면 좋겠어요. 7시간의 비밀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니까요."

▲ "박근혜 퇴진" 7시간 춤 춘 대학생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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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많은 대학생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러 거리로 쏟아져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교내에서는 어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이라서 관심도 높고, 단톡방에서 시국선언 관련된 이야기들도 올라오고 박근혜와 최태민,최순실,정유라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와요.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저만의 행동을 함으로써 친구들이 더 많이 관심 가지고, 한 인물에 대한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그 길고 긴 7시간. 단절된 7시간을 반드시 밝혀내고 싶어요."

- 또 한번 7시간 동안 몸짓을 하실 거라고 이야기 하셨는데 언제 하실 건가요?

"네, 다음 주에 화요일 부산대 넉넉한 터에서 또 한번 할 거에요. 많은 분들이 와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강민아 회원의 프로필 사진.
▲ 프로필 컷 강민아 회원의 프로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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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아 회원의 프로필 사진
▲ 프로필 컷 2 강민아 회원의 프로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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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7시간, #세월호, #박근혜,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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