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거장 차이밍량 감독과 배우 리캉생이 보내온 부산국제영화제 지지 동영상이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고발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탄압 논란이 일면서 해외 영화인들의 부산영화제 응원 인증 샷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은 사진 대신 영상으로 지지의사를 보냈다.

차이밍량 감독이 만든 40초 분량의 부산영화제 지지영상(위 영상)은 야외에 앉은 두 사람이 아무런 대사 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만을 담고 있다. 뭔가 불편한 기색으로 눈만 껌뻑이며. 이 영상은 "우리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한글과 영문 자막으로 끝이 난다. 부산영화제 대한 정치적 탄압에 대해 해외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짧지만 이미지가 강렬하다.

12일 부산영화제 페이스북에 공개된 이 영상은 이틀 만에 5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시네마틱한 침묵시위가 감동"이라며 "대사 없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소름끼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국내외 영화인들도 자신들의 SNS에 이 영상을 적극 공유하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은 차이밍량과 리캉생에 대해 "뼛속까지 영화인들, 강렬한 한 편의 시"라고 찬사를 보냈다. 안정숙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차이밍량 감독과 리캉생의 부산영화제 지지 영상은 그들의 영화처럼 멋있다"며 "정부가 행하는 모든 일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해외 영화인들 역시 훌륭한 영상이라며 공유를 통해 부산영화제 소식을 알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지지 영상을 보내온 대만 감독 차이밍량과 배우 리캉생

부산영화제 지지 영상을 보내온 대만 감독 차이밍량과 배우 리캉생 ⓒ 부산영화재


 대만 감독 차이밍량과 배우 리캉생이 보내온 부산영화제 지지 영상의 한 장면

대만 감독 차이밍량과 배우 리캉생이 보내온 부산영화제 지지 영상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차이밍량 감독은 <애정만세>로 1994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대만의 대표 감독이다. 1997년 제2회 부산영화제에 <하류>, 다음해 제3회 부산영화제에 <구멍>이 각각 초청된 바 있다. <거기는 지금 몇시니?>는 2001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을 비롯해 부산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몬트리올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차이밍량 감독과 리캉생 배우는 1997년 2회 부산영화제 당시 남포동에서 독립영화인들이 검열 철폐 및 표현의 자유 요구 시위를 벌일 때도 현장에 나타나 주목받는 등 부산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한편 부산영화제를 응원하는 해외 영화인들의 인증샷 올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욘판 감독과 태국의 논지니미부트로 감독,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 프랑스 영화평론가 장 미셸 프로동 세인트루이스대학 영화과 디나 이오르다노바 교수 등이 지지의 뜻을 보내왔다. 외신을 통해 부산영화제 상황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탄압에 대한 국제적인 반대 여론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997년 2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독립영화인들의 남포동 시위 현장에 나타난 차이밍량 감독(우측)과 배우 리캉생

1997년 2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독립영화인들의 남포동 시위 현장에 나타난 차이밍량 감독(우측)과 배우 리캉생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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