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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대기초(태안군 원북면) 6학년 교실. 국어 시간이다.

칠판 앞에 선 사람은 국어 선생님이 아니다. 학부모다. 아이들이 바짝 학부모 앞으로 모여들었다. 학부모가 그림책을 꺼내 들더니 이내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은 그림책으로, 귀는 그림책을 읽는 학부모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대기초에서 전교생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을 갖고 있다.
 대기초에서 전교생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을 갖고 있다.
ⓒ 대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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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모임'에서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모임'에서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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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매달 두 번씩 그림책을 읽어준다. 6년 째다. 1.2학년은 방과 후에, 나머지 학년은 재량 시간이 그림책 시간이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들은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모임'(아래 '책주마')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이다.

한성미 교사는 "한 학년을 기준으로 한 달이면 6∼7권, 1년 이면 60∼70권 정도의 그림책을 읽는다"며 "엄마 모임 엄마들이 내 아이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준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6년 내내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뭘까? '책주마' 최수미씨가 말했다.

"'그림책 공부 모임'에서 받은 감동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거예요. 좋은 그림책을 읽어주기만 해도 인격이 길러진다고 해요. 상상력과 집중력도 길러줘요. 책 읽는 즐거움도 알게 되죠. 아이들의 감성도 풍성하게 해주고요."

정월대보름 즐기는 아빠들

대기초에서는 매년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린다.
 대기초에서는 매년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린다.
ⓒ 대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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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초에서는 매년 2월 정월대보름행사가 열린다. 봄방학은 5월에 있다.

대보름행사 때면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학교로 모인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함께 모여 달집을 태운다.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불 깡통을 만들어 돌린다.

매년 7월이면 3~6학년이 참여하는 1박 2일 바다 학교가 개최된다. 매년 바닷가 곳곳을 다니며 태안을 배운다. 바다 학교 첫날 아이들의 점심은 학부모들이 준비한다. 학부모들이 밥을 만들어 바다 학교가 열리는 곳으로 가져간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참여가 남다르다.

저녁은 선생님들이 만든다. 다음 날 아침은 아이들 담당이다. 모둠별로 미리 이날 만들 요리법을 배워온다. 다 허용되지만 인스턴트(즉석) 음식은 안 된다.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마다 모두가 아쉬워한다. 대기초는 내년부터 '바다학교'를 2박 3일로 연장할 계획이다.

배추벌레 잡는 유치원생

한 아이가 배추벌레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 아이가 배추벌레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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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배추 모종 심기, 16일 대기한마당, 18일 큰 터 모임...
-10월/ 21일 벼 베기, 28~30일 가을 계절학교, 가을 방학(31-11월 8일)
-11월/ 10일 가래떡의 날, 18일 김장체험….

이 학교 2학기 학교행사 일정표 중 일부다. 3월에는 대보름행사를 하고 4월이면 감자를, 5월이면 모를 심는다. 6월에는 고구마를 심는다.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누구나 언제 어떤 농작물을 심고 언제 수확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지난 10월 말 어느 날 오후. 한 무리의 아이들이 학교 뒷켠에 있는 배추밭(대기농장)으로 몰려든다. 이 학교에 다니는 유치원생들이다.

"선생님, 여기요 여기…!"
"어이구. 기특하네, 잘 잡았네."

유치원 아이의 엄지와 집게 손에는 파란 배추 벌레가 들려 있다.

"선생님…! 저도 잡았어요."

또 한 무리의 아이들은 배추밭 옆 토끼장에 들려 토끼를 안고 놀고 있다. 배추밭과 토끼장도 대기초 아이들엔 교실이고 놀이터다. 학교에서 직접 기르고 수확하면서 농사짓는 부모들의 노동 가치를 몸으로 체득해 나간다.

오는 18일에는 직접 기른 배추로 전교생이 참여해 김장할 예정이다.

폐교 위기 학교, 유치원도 정원 초과

학교 뒷편 텃밭(대기초)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배추 벌레를 잡고 있다.
 학교 뒷편 텃밭(대기초)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배추 벌레를 잡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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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초에서는 매년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직접 학교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행사를 하고 있다.
 대기초에서는 매년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직접 학교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행사를 하고 있다.
ⓒ 대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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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윤아는 4학년 때 경기도 수원에서 이 학교로 전학왔다. 좋은 학교로 입소문이 난 데다 '공부만 하지 말고 자연을 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삶의 철학이 윤아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대신 아빠는 경기도에서 주말마다 엄마와 이모가 사는 태안으로 내려온다.

몇 달 후면 중학교에 가야 하는 윤아의 고민은 깊다.

"수원에 있는 학교로 갈까 태안여중으로 갈까 고민 중이에요. 태안을 떠나기 싫거든요."

8년 전인 지난 2007년, 이 학교는 폐교 대상이었다. 전교생이 28명에 불과했다. 지원도 끊겼다. 모두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대기초 5,6학년 학생들이 학교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은  김윤아 학생(6학년)
 대기초 5,6학년 학생들이 학교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은 김윤아 학생(6학년)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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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초등학교
 대기초등학교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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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마을 사람들이 뭉쳤다. 서로서로 좋은 학교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외쳤다. 교사들은 수업준비가 힘든 복식수업을 마다치 않았다. 학부모들은 계절학교에 함께 참여했다.

아이들을 사랑과 열정으로 돌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듬해 학생 수는 54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폐교 대상'에서 '좋은 학교'로 새로 태어났다.

대기초 유치원 정원은 20명이지만 내년 입학 신청자는 22명이다. 산골 학교 유치원에 대기자까지 생긴 것이다.  유치원 교사가 상황을 설명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자연 친화적이고 학생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좋은 학교라는 입소문을 듣고 왔다고 해요. 감사하고 미안한 일이지요."

대기초는?
67년 원북초 대기분실로 문을 열었다. 이듬해 대기국민학교로 승격됐다. 2007년 전교생이 28명으로 줄면서 폐교 위기에 몰렸다. 학교혁신과 학교살리기에 학부모, 교사 나섰다. 주제중심 교과과정 재구성과 배움 공동체 수업 등 수업혁신을 통해 학생중심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학생 수는 6학급 68명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행복나눔학교, #충남도교육청, #혁신학교, #대기초,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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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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