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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편집자말]
송남초등학교
 송남초등학교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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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주말에도 학교에 오고 싶어요."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 하는 연극도 매우 좋아요."

송남초(교장 윤희정, 충남 아산시 송악면) 5학년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을 묻자 곧바로 튀어나온 대답이다. 쉬고 싶은 게 아닌, 가고 싶은 학교는 어떻게 가능할까? 의문을 갖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눈여겨 보았다.

지난 21일, 마침 5학년 오전 수업은 학교에서 약 5km 떨어진 인근 아산보건소 강당에서 진행 중이었다. 학생들이 무대감독에서부터 의상팀, 분장팀, 무대미술팀, 배우 등으로 나누어져 실제 연극 수업이 한창이다.

"감정 표현이 너무 약해…. 조금 더 큰 소리로…!"
"시간 초과…. 무대 조명 아웃!"

복준수, 김태곤 교사가 시간을 재가며 학생들의 총연습을 지휘했다.

"저기 배우들이 입고 있는 옷도 우리 의상팀에서 직접 만든 거예요" (이지윤 학생)
"문화예술 집중학교에서 연극을 배울 수 있어 아주 좋아요." (정한들 학생)

연극 공연 연습 중인 송남초 5학년 학생들
 연극 공연 연습 중인 송남초 5학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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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초 1학년 1반의 가을 시간. '가을 잠자리'를 그린 아이가 담임선생님에게 품평을 해달라고 졸라대고 있다.
 송남초 1학년 1반의 가을 시간. '가을 잠자리'를 그린 아이가 담임선생님에게 품평을 해달라고 졸라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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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때요?", "제 것도 봐주세요!"

1학년 1반 교실로 향했다. 이날 수업 주제는 '가을 잠자리'다. 아이들이 열심히 잠자리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라. 준혁이가 그린 잠자리는 헬리콥터 같네."
"이건 나비 같아, 조금 더 크게 그려봐."

담임교사가 5개 모둠을 돌며 그림을 보고 일일이 중간 품평을 한다.

"다 그렸어요. 이건 어때요?" "제 것도 봐주세요."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제 것을 서로 봐 달라고 아우성이다. 한 아이는 기다리다 못해 그림을 들고 선생님 앞으로 달려간다.

같은 시간 옆 교실인 1학년 2반은 수학 시간이다. 교과서 108쪽을 공부하는 시간이다. 담임교사와 보조교사를 포함, 모두 세 명의 교사가 모둠별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의 문제풀이를 차근차근 봐주고 있다. 교사가 친부모처럼 학생들을 눈높이에서 가르치고 있다. 문제를 다 푼 아이들은 교실 안을 오가며 재잘거린다.

2학년 1반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개 나라 중 곡물 수입량이 세계 10위예요."

담임교사가 곡물에 대해 설명한 후 이같이 말했다. 곧바로  질문이 쏟아졌다.

"곡물이 뭐예요?" "1위는요?"

송남초 2학년 1반 교실 풍경
 송남초 2학년 1반 교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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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그림 자료를 보여주며 온난화와 이로 인한 가뭄과 눈사태, 홍수 등을 설명했다. 또 '우리가 사는 아산의 기후'를 통해 극심한 가뭄 피해 현실을 알려졌다. 선생님의 소감을 묻자 서로 대답하려고 소란하다. 한 아이가 답한다.

"선생님 때문에 우리나라에 살기가 싫어졌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송남초 졸업하면 누구나 갖추는 기본 역량

이 학교의 임태봉 교무부장은 "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기본 역량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6년 과정 동안 주제 체험학습과 계절 스포츠, 산 탐사를 해요."

송남초 1학년 시간표. 교과목에 이웃 3시간, 가을 4시간, 통합 3시간이 들어 있다.
 송남초 1학년 시간표. 교과목에 이웃 3시간, 가을 4시간, 통합 3시간이 들어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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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체험학습은 숲과 친해지기(1학년), 숲 알아보기(2학년), 텃밭체험(3학년), 수서 생태체험(4하견), 원예체험(5학년), 농사체험(6학년)으로 짜여있다.

"계절 스포츠는 1~2학년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3~4학년은 수영, 5~6학년은 캠프 형태로 스키를 배워요. 형식적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해당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본 실력을 누구나 갖출 수 있게 지도해요.

산 탐사의 경우 학년에 맞는 6개의 산(영인산,봉수산,도고산,광덕산,망경산,설화산)을 선정, 아산의 주변 산을 알고 느낄 수 있도록 등산까지 합니다."

'문화예술 집중학교'는 학년별로 주제를 선정해 학생들이 문화예술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전래놀이(1학년), 줄넘기와 요가(2학년), 손으로 즐기는 예술체험(3학년), 생활 속 미적 체험(4학년, 천연염색, 비누만들기 등), 진로와 만나는 연극(5학년), 목공예(6학년) 등이다.

김태곤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즐거워 하고,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며 "문화예술 감수성도 높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충남형 혁신학교인 '행복나눔학교'에서 중요한 한 가지로 "한 아이를 전체 교사가 키우기 위한 '교사학습 공동체'"를 꼽았다.

송남초 도서관. 미끄럼틀, 다락방(원안)까지 갖춰진 배움과 놀이 공간이다.
 송남초 도서관. 미끄럼틀, 다락방(원안)까지 갖춰진 배움과 놀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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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초 도서관에는 '마을사서'가 있다

이 학교는 지난 2006년부터 학교 도서관(솔향 글누리 도서관)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했다.

"도서관을 새로 만들자마자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마을주민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했어요. 그러자 주민들이 도서관 후원회를 만들어 후원했어요. 학교도서관은 학부모 동아리 모임이나 강좌가 열리는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 공간이기도 해요. 도서관 후원회에서는 아예 마을사서를 자체 비용으로 채용하기도 했어요. 오후 5시까지는 학교 사서가, 오후 7시까지는 마을 사서가 근무해요."

처음엔 도서관 개방에 교장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교장 선생님께서 반대하셨어요. 사고가 나면 어떡하느냐고요. 하지만 동문회와 학부모, 교사 참여하는 협의회에서 논의돼 쉽게 해결이 됐어요."

교사회의 결과 해서는 안 되는 것들
 교사회의 결과 해서는 안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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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마련한 이 도서관은 학생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 미끄럼틀, 다락방까지 갖춘 놀면서 즐기는 공간이다.

이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있다. 운동장에는 학교마다 있는 조회대가 없다. 학생훈화 조회가 오래전 사라졌기 때문이다.

훈화 조회가 없어도 전교생이 참여하는 전교자치회의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칭찬하고 제안하고 반성하고 실천하고 있다.   

송남초에서 사라진 것들

강압도 없다. 교사들은 혼을 내고 강요하기보다 기다린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자존감도 높다.

일제식 평가도 없다. 평가권은 교사가 갖고 있다. 대신 학생의 학습영역에서부터 생활 관찰을 꼼꼼히 하고 있다.

이 학교 교무실 복도 게시판에는 교사회의 토론 결과가 붙어 있다. 이중에는 '교육자가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한 논의 결과도 들어 있었다.

-해서는 안 될 일 : ▲ 비교경쟁 각종 평가 ▲ 불필요한 공문처리 ▲ 평가중심 장학(배움 중심 공유와 나눔으로) ▲ 관행적 학교 행사(자치적 학생문화로)

송남초등학교는
1924년 송남공립 보통학교로 개교해 지금까지 5754명이 졸업(89회)했다. 현재 12개 학급 228명이 재학중이다. '자율과 창의가 꽃피는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를 목표로 교장과 교감을 포함 17명의 교사가 몸 담고 있다. 

아산 도심과 떨어져 있는 농촌이지만 일찍부터 생태체험학교, 자연친화 학교, 즐겁게 공부하고 신나게 가르치는 학교 등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윤희정 교장은 "주제가 있는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향토애와 창의성,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행복나눔학교, #충남형 혁신학교, #송남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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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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