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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도 친구과 함께 스스로. 왼쪽 김혜미 (고2), 오른쪽 이나리(고2)
 분장도 친구과 함께 스스로. 왼쪽 김혜미 (고2), 오른쪽 이나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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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부터 우선 행복해야 합니다."

김아영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 교장이 한 말이다. 지난 17일(토) 오전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 수업이 이루어지는 김포 '푸른솔중학교'를 찾아 김 교장과 강사, 학생들을 만났다. 김 교장은 가수 조관우가 부른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곡 '그가 그립다' 작곡가로 유명하다.

'맏언니로서 앞으로 꿈의 학교에 도전할 이들에게 도움될 말을 해 달라'고 하자 그는 "유혹에 견딜 힘을 가져야 하는데, 자기가 우선 행복해야 그 힘이 나온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꿈의 학교 운영을 일이 아닌 자신의 꿈으로 받아들여야 행복할 수 있다"라고 귀띔하며 "꿈의 학교가 곧 내 꿈"이라고 덧붙였다. 꿈의 학교를 운영해서 행복하다는 것.

그런데 도대체 어떤 유혹이기에 의지나 깡다구로 뿌리치는 게 아닌 '행복'으로 극복해야 할까?

"꿈의 학교는 '학생 스스로 정신'이 중요하기에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 잘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이걸 참기가 정말 힘들어요. 혼내고 싶고, 개입해서 알려 주고 싶고, 빨리 성과 내고 싶고. 한 마디로 편하게 하고 싶은 거죠. 그러지 않으려면 꿈의 학교 운영이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가 '맏언니'인 이유는 이 학교 전신인 '콩나물 마을학교'가 경기도 교육청이 진행하는 꿈의 학교에 모티브를 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5월 꿈의 학교 운영자를 위한 워크숍에서 김 교장이 직접 '콩나물 마을학교'를 운영한 경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혼내고 싶은 마음 견디려면 교사가 우선 행복해야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 김아영 교장 작곡 지도 모습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 김아영 교장 작곡 지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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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교장
 김아영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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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학생 스스로 잘할 수 있게 하려고 지난 9월 '꽈당 콘서트'를 열어 아예 실수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꽈당 콘서트는 이미 만들어진 뮤지컬을 그대로 따라한 것인데, 글자 그대로 한번 넘어져 보자는 취지의 콘서트다.

김 교장은 "한번 넘어져 보자는 의미다. 남의 작품을, 그것도 고작 7번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절대 잘할 수 없다. 넘어지는 게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시켜주자는 의미로 '꽈당'이라 이름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꽈당 콘서트 효과는 무척 컸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자신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행복의 전제조건인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다. 또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발전할 힘도 얻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변한 것을 김 교장은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이러한 변화는 자기 의견이 수용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꽈당 콘서트를 연습하면서 아이들이 이런 것 해도 될까요? 하고 물으면 '너희가 좋다면 한번 해봐' 그랬어요.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서, 너를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죠. 지금은 이거 해도 될까요? 보다는 '이거 할게요'가 훨씬 더 많아요. 이럴 때 보람을 느끼죠.

물론, 실수 잦죠. 참 신기한 게 어른이 그거 실수야 하고 지적하면 잘 안 고쳐지는데 자기가 실수라고 느끼는 순간 알아서 고친다는 거예요. 꽈당 콘서트가 막 끝나고 나서는 자기들이 굉장히 잘한 줄 알더라고요. 그런데 모니터로 자기들 공연 모습 보면서는 '왜 저렇게 하는데 박수 받은 거예요'라고 물었어요. 자기들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거죠. 그다음엔 알아서 고치고요."

재능기부 많은 예술 시장, 대가는 꼭 받으라 가르친다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이서현 (고2, 왼쪽) 학생과 윤여원 학생(고2)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이서현 (고2, 왼쪽) 학생과 윤여원 학생(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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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노래연습을 하는 김윤아 강사와 박영진 학생(고2)
 무대에서 노래연습을 하는 김윤아 강사와 박영진 학생(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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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에서 누누이 강조한 것은 스스로 정신이다. 이를 위해 이 학교에서 하는 모든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심지어 예산 집행까지도. 또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도록 아이들이 만든 음악을 음원 사이트에 등록해 주고 저작권까지 획득하게 해 작곡·작사가로 인정받게 한다.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우뚝 설 힘을 주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게 하기 위해 공연 등을 하면 꼭 대가를 받으라고 가르친다. 김 교장은 "우리 분야(예술)는 재능기부가 참 많은 시장인데, 이게 참 먹고 살기 힘들게 한다"며 "꿈을 잘 키워서 잘 살지 못하고 재능기부만 하게 될까 봐 상품권 하나라도 받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분노 등 마음속에 응어리진 감정을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풀기를 바라며 지난 2013년 '콩나물 마을학교' 문을 열었다. 꿈의 학교라는 날개를 달면서 김 교장 꿈도 커졌다. 지금은 성적 위주 같은 해묵은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아이들이 그동안 신뢰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참 마음이 아팠어요. '넌 잘할 수 있어'라고 하면 '위로하시는 거예요? 동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어요. 이게 수학, 영어 점수로 아이들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저는 공교육이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공부 못하는 놈'으로 낙인찍지 말고 좀 더 다양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야지요.

그런데 공교육의 틀은 참 단단해요. 그게 꼭 나쁘다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만큼 스스로 변하기는 힘든 거죠. 그런데 이게 성공 사례가 있으면 깨지기도 해요. 수학, 영어 못하는 것을 실패로 낙인찍지 말고 과정으로 받아들여서 성공적인 교육이 이루어진 사례를 만들면 공교육도 변하게 할 수 있는 거죠. 이게 제 가장 큰 목표입니다."

교장, 교사, 강사가 '꿈 찾아' 꿈의 학교로

밴드, 왼쪽부터 박하진(고3, 리더)학생, 유동 (중3, 베이스)학생, 김동주 학생(중2, 드럼)
 밴드, 왼쪽부터 박하진(고3, 리더)학생, 유동 (중3, 베이스)학생, 김동주 학생(중2,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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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반 학생들의 열띤 제작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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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는 지난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운영한다. 김 교장은 현재 30여 명의 학생, 대학생 등으로 구성한 강사진 8명과 함께 뮤지컬을 만들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꽈당 콘서트'에 이어 10월 말엔 마을잔치를 열고 11월엔 갈라 쇼를, 내년 1월엔 졸업 작품격인 창작뮤지컬을 발표한다.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는 '맏언니'답게 다른 꿈의 학교를 지원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 꿈나무들로 이루어진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 학교'에 영화 음악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물론 작곡은 학생들이 직접 한다. 작곡가인 김 교장은 도우미일 뿐이다.

김 교장은 "영화학교는 저작권에 신경 쓸 일 없는 안전한 음원을 사용해서 좋고, 작곡하는 학생들은 자기 음악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자부심이 생겨서 좋은 일"이라며 "(그래서)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게 아닌 서로 돕는 일"이라고 영화 음악 제작에 선뜻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 학교의 특징은 강사, 학생 등 구성원 모두가 김 교장처럼 꿈의 학교에서 꿈을 찾는다는 점이다.

조연출을 맡은 박경림 강사(대학생)와 기획 프로듀서 기태의 강사(대학생), 안무를 지도하는 김윤아 강사(대학생) 모두 "이 일이 내 꿈을 찾는 것이기도 해서 무척 보람 있다. 중·고등학교 때 이런 학교가 있었으면 전공이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 강사 모두 뮤지컬과 관련한 분야가 중·고생 시절 꿈이었지만 현재 전공은 아니다.

학생 중에는 뮤지컬 관련 분야 진출을 꿈꾸는 이도 있고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 왔다는 이도 있다. 모두 꿈을 찾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밴드 리더 박하진(고3)학생은 "예술대학이 목표"라고 말했고, 시나리오를 쓰는 이서현 학생(고2)은 "소설가 같은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서현 학생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는 윤여원 학생(고2)은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지만 이런 일에도 관심이 많아서 오게 됐다"고 말했고,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맡은 유동(중3) 학생은 "장래 꿈을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이 학교가 꿈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아서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방문 당시 꿈의 학교 수업이 이루어지는 '푸른솔중학교' 곳곳은 뮤지컬 연습장으로 변해 있었다. 강당에서는 노랫소리, 시청각실에서는 피아노 소리, 밴드실에서는 고막을 자극하는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소리와 함께 교장, 교사, 학생들 꿈이 익어가는 소리도 새어 나왔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자기 자신부터 우선 행복해야 합니다"라는 김 교장 말이 구두 뒤축에 오래도록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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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 ‘콩나물 뮤지컬 꿈의 학교’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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