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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감독과 야구클럽 아이들의 멋진포즈. 김 감독은 청소년 협동조합 유스큡이 강사도 하고 있다. 경기도 사회적 기업 협의회 상임대표겸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 연수를, 2008년에는 프랑스 지역관리기업, 벨기에 '크레아솔'연수를 다녀왔다.
 김기홍 감독과 야구클럽 아이들의 멋진포즈. 김 감독은 청소년 협동조합 유스큡이 강사도 하고 있다. 경기도 사회적 기업 협의회 상임대표겸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 연수를, 2008년에는 프랑스 지역관리기업, 벨기에 '크레아솔'연수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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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굴리는 자전거 교실' '대야미 크로우즈 야구클럽' '나도 예술가 청소년 예술학교' '숲 속 생태학교' '야생동물생태교실' '정글의 법칙 에너지 학교' '꿈의 공작소' '수리산 별 밤 지기 교실' '청소년 협동조합 유스쿱'

군포 대야미에 있는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아래 오만가지 꿈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꿈의 학교가 교육프로그램 하나만 진행하는 걸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왜 학교 이름에 '오만가지'가 붙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만가지 꿈의 학교는 군포 초·중·고 학생 200여 명을 모아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오는 12월까지 활동한다. 방과 후형과 방학 때만 운영하는 계절형이 결합한 혼합형 꿈의 학교다. '대야미 마을 교육공동체'(대표 구영희)에서 운영한다.

대야미 마을교육 공동체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른이 아이를 매개로 해서 서로 교류하다가 지난 2014년에 만든 단체다. 이 공동체와 함께 '대야미 마을 협동조합 꿀참나무'가 오만가지 꿈의 학교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만가지 꿈의 학교가 있는 '대야미'는 산본 신도시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도·농 복합 마을이다. 혁신학교와 일반 학교 외에 공동육아 학교와 대안학교까지 있는, 교육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욕구가 모여 있는 마을이다. 이 다양한 관심과 욕구가 오만가지 꿈의 학교 바탕을 이루고 있다.

작은 꿈의 학교에서 아홉 가지 교육 프로그램, 가능할까

경기도 교육청  마공단(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 꿈의 학교 담당팀이 중간 컨설팅을 하고 있다. 파란색 자켓이 윤계숙 꿈의 학교 담당 장학관.
 경기도 교육청 마공단(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 꿈의 학교 담당팀이 중간 컨설팅을 하고 있다. 파란색 자켓이 윤계숙 꿈의 학교 담당 장학관.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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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개도 아닌 아홉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한 학교에서 진행한다는 게 놀라운 일이긴 한데, 과연 잘 될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19일 이 학교를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심플(simple)하고 아기자기하게 단장된 50평(165㎡) 남짓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예쁘긴 하지만 '오만가지 교육'을 하기엔 턱없이 작아 보였다.

강선영 교장(44, 여)과 김기홍 청소년 협동조합 유스쿱 전담 강사'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마침 윤계숙 경기도교육청 꿈의 학교 담당 장학관이 직원들과 함께 오만가지 꿈의 학교 임원들을 대상으로 '중간 컨설팅(consulting)'을 하고 있었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강 교장은 '(꿈의 학교 기본인) 학생 스스로 정신과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을교육공동체 정신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분명, 윤 장학관이 '꿈의 학교 본래 취지를 잘 살려서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을 것 같은데, 이 얘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윤 장학관을 비롯한 교육청 직원들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방 말을 경청하는 편이었다. '스스로 정신'을 강조하는, 스스로 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꿈의 학교'다운 컨설팅이었다. 취재는 컨설팅이 끝난 뒤 진행했다.

아빠들이 회장, 감독, 코치, 도우미까지

강선영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 교장. 강 교장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시키는 '홈스쿨'을 하고 있다. 이유를 묻자 "아이가 하고 싶어해서"라고 대답했다. 홈스쿨을 한 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 강 교장은 본래 직업은 발도르프 교육 예술강사다. 딸 홈스쿨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발도르프 교육은, 20세기초 오스트리아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창한 교육 사상 으로 독일에서 시작된 대안교육의 일종이다.
 강선영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 교장. 강 교장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시키는 '홈스쿨'을 하고 있다. 이유를 묻자 "아이가 하고 싶어해서"라고 대답했다. 홈스쿨을 한 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 강 교장은 본래 직업은 발도르프 교육 예술강사다. 딸 홈스쿨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발도르프 교육은, 20세기초 오스트리아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창한 교육 사상 으로 독일에서 시작된 대안교육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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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굴리는 자전거 교실 수업. 19일, 아이들은 양평 자전거 길을 달렸다. 강 교장은 "학부모들이 대거 동참해서 행복한 수업이 됐다"고 전했다.
 꿈을 굴리는 자전거 교실 수업. 19일, 아이들은 양평 자전거 길을 달렸다. 강 교장은 "학부모들이 대거 동참해서 행복한 수업이 됐다"고 전했다.
ⓒ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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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교육공동체에서) 원래 하던 일이고, 담당자들이 각자 알아서 잘하고 있어요. 프로그램마다 전문 강사도 있고, 무엇보다도 학부모들 참여가 활발하다는 게 큰 장점이죠. 전문지식이 있는 학부모는 강사로 활동하고, 일반 학부모는 학습 도우미로 참여하고 있어요. 저도 물론 학부모고요."

오만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강 교장은 이렇게 답했다. 옆에 있던 김기홍 강사는 "야구 같은 경우, 학부모들이 감독, 코치는 물론 경기 진행 도우미까지 하고 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김 강사는 청소년 협동조합 유스쿱 강사와 함께 야구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두 아들은 야구교실 학생이다.

이날 하루 '오만가지 꿈의 학교'는 야구와 자전거, 야생동물 생태교실, 청소년 협동조합 수업을 진행했다. '도대체 이 많은 수업을 이곳에서 어떻게?'라고 묻자 강 교장은 "수업을 하는 장소와 시간이 달라서 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오만가지 교육을 진행 하는 힘의 원천은 '마을 교육공동체'였다. 오만가지 꿈의 학교는 그 탄탄한 토대 위에서 세워진 학교다. 경기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꿈의 학교 사업이 '대야미 마을교육공동체'에 날개를 달아줬다.

"예전부터 여러 가지 수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꿈의 학교에 선정되지 않았다면 이 정도 규모로는 어려웠겠죠. 일단 교육에 참여하는 아이가 두 배 이상 늘었으니까요. 예산 지원이 돼서 전문 강사를 모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고요. 많은 사람이 우리(마을교육공동체와 협동조합)를 안다는 게 정말 큰 도움이에요. 덕분에 조합원도 늘어나고 있고요. 올 해는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내년쯤 되면 정말 큰 공동체로 발돋움할 것 같아요."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미 이루고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 모집도 수월했다. 인기가 많은 '야생동물 생태학교'나 '수리산 별 밤 지기 학교'는 1~2분 만에 마감됐다. 야구는 마감했는데도 계속 '추가모집'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강 교장은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서 덜 미안했다"라고 전했다.

"떨어진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분한 일이거든요. 신청하려 했더니 '벌써 마감!' 이러면 굉장히 속상해요. 그러면 뒷말이 나올 수도 있고요. '쟤네 교육청 돈 받아서 어떻게 쓰는 거야!' 같은. 다행히 (교육 프로그램이) 많으니까, 이거 넣어서 안 되면 저거 넣게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대기자로 있게 하다가 누군가 빠져나가면 넣어주고 하면서 대부분 다 받았어요."

직접 보고 체험하는 생태교육... 이게 인기 비결

구준희 강사 손가락에 앉은 '고추 좀 잠자리'
 구준희 강사 손가락에 앉은 '고추 좀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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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생태교실 수업 장면. 구준희 강사가 풀대로 개구리 낚시를 하고 있고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야생동물 생태교실 수업 장면. 구준희 강사가 풀대로 개구리 낚시를 하고 있고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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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야생동물생태교실 수업현장에 들렀다. 대야미 갈치 저수지 인근이다. 작은 수로 주변에 아이들이 빙 둘러서 있고 그 안에 구준희 강사가 있는데, 그는 개구리 낚시를 하고 있었다. 구 강사는 자연복원연구원에 근무하는 야생동물 전문가다.

"개구리는 움직이는 것에 무조건 반응해요. 보세요."

이렇게 말하고 그는 풀대를 개구리 입 주변에 갖다 대고 살살 흔들었다. 그의 말대로 개구리는 풀대를 덥석 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풀대를 들어 올렸는데도 쉬 떨어지지 않고 대롱거렸다. 한 아이도 구 강사와 같은 방법으로 개구리 낚시에 성공했다.

기자가 "풀대만 있으면 개구리 얼마든지 잡겠네"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구 강사는 "개구리는 양서 파충류라 포획금지 대상이에요, 정말로 잡으면 큰일 나요"라고 말했다. 한 아이가 "야! 고추잠자리다"라고 말하자 구 강사는 "고추잠자리가 아니라 이건 고추 좀 잠자리야"라고 가르쳐줬다. 구 강사는 이날 손가락 위에 '고추 좀 잠자리'를 착륙시키는 묘기도 선보였다.

김태은(둔대초 3학년, 여) 학생은 "개구리가 살아있는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는 것과 풀대로도 개구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직접 해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기에 많이 물리는 건 단점"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오만가지 꿈의 학교는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을교육 공동체 정신의 모범답안 같은 학교였다. 마을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엄마 아빠 즉, 마을 사람이 교장이고 교사였다. 이들이 잘 화합하고 있었다. 마을 전체가 학교인 것이다.

이 정도면 아이가 커가다가 잠시 길을 잃어도, 부모가 그 길을 찾아주지 못해 잠시 헤매도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을이 아이를 돌봐줄 것이고 마을이 부모에게 길 찾는 법을 귀띔해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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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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