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웛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기억하는 304일 미사'의 2015년 1월 14일 미사 장면. 대전교구 새 사제들이 주례와 강론을 했다.
▲ 광화문 광장 세월호 미사 '세웛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기억하는 304일 미사'의 2015년 1월 14일 미사 장면. 대전교구 새 사제들이 주례와 강론을 했다.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참사 1주기다. 1주기라고 적는 것은 내년의 2주기, 그 다음 해의 3주기. 10년 후의 10주기 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과 상관없이 결코 잊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기억과 연대하는 행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오늘, 내 주변에서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리본을 달고 있지 않다고 해서 세월호를 잊은 것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리본을 달고 있지 않더라도 수많은 사람이 세월호의 아픔과 떨칠 수 없는 의문 덩어리를 공유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적어도 오감이 있고,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세월호, 결코 잊지 않았다 

광화문광장에서 부모들과 함께 오늘도 눈비를 맞고 있는 우리 세월호 아이들
▲ 미안하다, 잊지 않을 게 광화문광장에서 부모들과 함께 오늘도 눈비를 맞고 있는 우리 세월호 아이들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우리 부부는 줄기차게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생활한다. 교육 공무원인 아내는 학교에서도 '독불장군' 같다고 한다. 대부분의 교사가 노란 리본을 달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시대의 역주행 현상 때문인지, 뭔가에 주눅 들어 있는 것 같다고도 한다.

아내는 바닷물 속의 세월호를 건져 아직 실종 상태인 아홉 명을 모두 찾으면 그때 노란 리본을 떼겠다고 했다. 나는 조금 다르다. 실종자 아홉 명을 모두 찾는 건 물론이고,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계속 노란 리본을 달고 살 작정이다. 세월호를 건지고 진실을 온전히 밝히는 날이 내가 노란 리본을 떼는 날이다.

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서 세월호 인양은 기본 조건이다. 세월호를 인양하면 진실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므로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은 진실을 인양하는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이고 유가족과 연대하는 수많은 시민은 '진실'을 갈망한다. 감춰진 진실, 권력자들이 한사코 감추려는 진실이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갖가지 의혹과 의문들은 오로지 진실을 캐내려는 쪽으로만 행동을 이끌고 있다. 그러므로 세월호는 이미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 판국에 정부가 돈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모욕이며 치기다.

감출 것도 없고, 드러나서 문제될 것도 없다면 정부는 떳떳하게 두 손 걷어붙이고 세월호를 인양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미 진작에 이뤄졌어야 하는 일이다.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제대로 구조하지 못하고, 아니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아 304명을 수장시킴으로써 '대학살'이라는 말까지 듣는 정부로서는 국민에게 죗값을 치르고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유가족을 보살피며 세월호 인양에 발 벗고 나서야 했다. 

그런데 무엇을 감출 게 있고 두려운 게 있기에 저토록 유가족과 대치하고 욕보이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봉쇄하고 위축할 계략을 꾸미는 모습을 보이는가.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박근혜는 여론에 따라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위원회 조사 활동을 위축하려는 시행령을 철회하지 않는 한 세월호 인양 운운도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불순한 시행령부터 철회하고, 특별위원회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한다면 믿을 수 있는 말이 될 것이다.

나는 매주 수요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천주교의 '세월호 304명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을 기억하는 304일 미사'에 참례한다. 지난 13일에도 광화문광장을 다녀왔고, 16일(세월호 참사 1주기)에는 서울 명동성당이나 대전교구 주교좌성당인 대전 대흥동성당에 가서 추모 미사를 참례할 예정이다.

세월호 추모가 종북이라는 사람들... '무지'가 측은하다

광화문광장 세월호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수필가 윤영전 선생과 함께
 광화문광장 세월호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수필가 윤영전 선생과 함께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내게 '어딜 가느냐'고 묻기에 내 가슴의 노란 리본을 보여주며 서울 '광화문 미사'에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잔뜩 인상을 쓰며 "여태 그 짓을 하느냐"고 힐난했다. "그게 무슨 짓인지, 한 번 광화문에 가서 미사도 참례해보고 내용과 실상을 조금이라도 파악해본 다음 그 따위 소릴 지껄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 바람에 껄끄러운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장이 대다수인 친목회 자리에서는 한 친구가 내 가슴의 노란 리본을 보더니 "여태 그걸 달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어쩌면 그 이후에도 달고 살 것"이라고 했더니, 한 친구가 "야당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것 같더라"는 말을 했다. 그것은 약과였다. 또 한 친구는 불쑥 "그것도 종북"이라는 말을 했다.

나는 "자네야말로 종북일세"라며 "북한 같으면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대한민국은 그래도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이 자유롭게 노란 리본을 달 수 있는 거야. 자유를 누리는 민주 시민의 이런 행동을 감히 꿈꿀 수도 없는 북한을 내가 추종한다니 그게 말이 되나? 은연 중에 북한처럼 획일적, 통제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를 원하는 자네야말로 종북인 걸세. 어디다 함부로 종북 소리를 하는가"라고 말했다.

더 이상 설왕설래는 없었지만, 그 친구가 내 말을 이해했을지는 알 수 없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 친구들을 볼 적마다 '무지도 죄'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애석하고 측은할 뿐이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1주기, #노란 리본, #세월호 미사, #광화문 미사
댓글1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