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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부중심전형으로 명칭을 달리하며 오히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학생부중심전형은 부족한 교과성적을 비교과활동으로 보충하여 한 단계 높은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 고1때부터 준비를 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현 중3 학부모나 학생들은 다가오는 겨울방학 동안 학생부중심전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전직 입학사정관으로서 학생부중심전형 이해에 대한 글을 단계적으로 쓰고자 한다. - 기자 말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길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한 여행이라면 이곳 저곳 들리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과 비용으로 어느 한 곳을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여행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럴 경우에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교통편을 먼저 결정한 다음 길을 떠나야 방황하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는 배낭여행이 아니다

대학입시는 한가로이 경험을 즐기는 배낭여행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할 시기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부모들과 자녀들은 대학입시를 향하여 그들이 가진 모든 열정과 힘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대학입시로 가는 길이 과거처럼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개가 넘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대처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물론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원칙은 교과성적 높은 수험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가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교과성적만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비교과성적과 합산하여 최종 합격자를 산정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수험생들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교과성적은 고교 재학시절 교내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의 계량화된 성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처럼 단순히 많이 보고, 많이 듣는 방식으로는 보다 높은 비교과성적으로 환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즉 철저한 계획과 계산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전략적 여행이 되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옮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된 시작이 아니라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결과를 예측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전에 준비를 한 다음 출발해야만 자신의 각오가 배가되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부중심전형의 시작 또한 마찬가지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준비는  '진로희망'에서 시작된다. 중학교 때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인들이 과거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부중심전형에서는 올바른 '진로희망'의 결정이 성공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진로가 결정되어야만 그에 따른 관련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희망'은 고교 시절 매 학년 세 번 기록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진로희망'란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보니 막상 입학사정관제로 지원 하려다 보면 자신이 지원한 학과와의 연관성이 떨어져 애를 먹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되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 6번 항목인 진로희망사항의 기록은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 학생부 진로희망사항 학교생활기록부 6번 항목인 진로희망사항의 기록은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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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의 눈엔 '진로희망'이 먼저 들어온다

'진로희망'란은 학생부의 여러 항목 중 앞쪽에 위치한다. 이는 '진로희망'에 맞는 활동사항들이 뒤를 이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먼저하고 그에 따른 근거를 들어 뒷받침 하는 두괄식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두괄식은 미괄식보다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쓴이의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보다 강하고 뚜렷하게 나타내는 효과가 있다.

특히 심사를 위한 글은 평가자들이 일정 시간 내에 정해진 분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 강한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글의 주장이 강한 공감을 주더라도 이것을 뒷받침 하는 근거들 사이의 상호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독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처럼, '진로희망'란에 적힌 분야와 그 뒤를 이은 활동사항 그리고 지원학과 사이에 연과성이 부족하다면 입학사정관들 눈에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고1 학생들이 '진로희망'란을 채울 때 신중해야 할 이유이다. 그리고 한 번 작성하게 된 학생부의 기록들은 나중에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변경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도 '진로희망'을 기록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진로희망'란을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특성 즉 적성·인성·지능 등을 이해하고, 주위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하여야 한다. '진로희망'란에는 부모의 의견란도 있기 때문에 부모님과 신중하게 의논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특정 진로를 결정하게 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실제 전형 시 자기소개서나 심층면접에서 명확한 지원동기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로희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구체적으로

진로희망은 학년이 올라 갈수록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진로희망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학년별 진로희망 예시 진로희망은 학년이 올라 갈수록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진로희망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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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진로희망'란에 '초등교사'라 적어놓고 사범대를 지원했다면 입학사정관들은 어떻게 판단을 할까? 십중팔구 성적 때문에 사범대를 지원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범대 보다는 교대가 훨씬 합격선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3년 연속 '진로희망' 란에 '영어선생님' 이라고 적힌 학생이 윤리교육학과를 지원했다면 어떨까? 진정으로 윤리교사가 되고 싶어 하기보다는 영어교육과를 가고 싶어 했으나 성적 때문에 윤리교육과를 지원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진로를 너무 구체적으로 기술하다 보면 지원할 때 선택의 폭이 상당히 좁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3년 내내 '연구원'처럼 광범위하게 적어 놓은 경우엔 구체성이 떨어져 입학사정관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가 없다. 따라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구체성을 띠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령 1학년 때는 '초등교사' 나 '영어선생님' 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적고 2학년 때 자신의 성적과 적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과목 선생님을 표기한다면, 1년 동안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였다는 증거를 남길 뿐 아니라, 위의 예와 같이 학과 선택에 따른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게 될 것이다.

진로희망은 변할 수도 있어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진로희망과 지원한 학과 사이의 연관성은 입학사정관들이 평가할 때 지원동기, 지원학과에 대한 열정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항목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순히 진로희망과 지원학과가 일치하였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부단히 노력했다는 활동의 증거가 보여야 한다.

반대로 진로희망과 지원학과가 불일치한다고 해서 무조건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입학사정관제의 가장 큰 특징이 산술적인 기준을 정해놓고 점수를 계량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진로희망과 지원학과가 일치하면 몇 점, 그렇지 않으면 몇 점, 이런 식으로는 평가를 하지 않는 다는 뜻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수험생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몇 시간 이상 봉사를 하면 만점을 주나요?"다. 간혹 교사들도 이런 질문을 하는데 이것은 입학사정관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정량적 지표는 교과성적 반영 외에는 쓰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로희망' 또한 중간에 바뀌었다고 해서 감점 처리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진로희망이 바뀌었다면 나중에 입학사정관에게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와 바뀐 이후에 새로운 진로희망을 위해서 노력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3학년 때 진로희망과 지원학과 사이에는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성적에 따른 지원학과 변경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로희망'란 작성은 대부분의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신중하게 생각지 않고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학생부 전형에서도 수험생의 진로희망은 입학사정관들이 지원동기와 열정을 평가하는 중요 항목으로 사용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자신의 적성·인성·지능에 따른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의 '진로희망'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의 주관적 견해임을 밝힙니다.



태그:#진로희망, #학교생활기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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