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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부중심전형으로 명칭을 달리하며 오히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학생부중심전형은 부족한 교과성적을 비교과활동으로 보충하여 한 단계 높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 고1 때부터 준비를 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현 중3 학부모나 학생들은 다가오는 겨울방학 동안 학생부중심전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전직 입학사정관으로서 학생부중심전형 이해에 대한 글을 단계적으로 쓰고자 한다.<글쓴이 주>

자식 교육비 투자, 그 효과는?

서민들이 느끼는 자녀 교육비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어떻게 보면 부모들은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교육비를 대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부터 시작된 사교육비는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계를 마비시킬 정도다.

그래도 과거에는 다들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과외는 일부 부유층에나 해당 되는 일이어서 서민들은 자식들이 대학에 들어가야 집안의 보물인 소를 팔면 되었지만, 이제는 서민들에게도 사교육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이런 지경이니 송아지조차 키워보지 못하고 한 달 한 달 월급 받아 학원비며 과외비로 고스란히 바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네 부모들은 뼈 빠지게 일한 돈으로 자식들에게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고 있을까? 각자 기대치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아마도 4% 이내의 1등급 자녀를 둔 부모들은 꽤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2등급의 마지노선인 11%까지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지 모른다. 그리고 3등급에 걸려 있는 23% 이내의 부모들은 조금만 더 투자를 하면 2등급 또는 1등급으로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고1 때 3등급이면 고3 때도 3등급... 대학입시 마라톤 경주 같아

수천 통의 고3 수험생의 학생부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고등학교 3년 동안 내신등급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먼저 공부를 해봤자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할 필요가 없다고 오해를 하지 말기 바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만큼 교과성적 올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학생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은 조기 교육과 사교육 광풍이 가져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대학입시는 단지 고등학교 3년 동안의 경쟁이 아니라 초등학교 아니 걸음마를 막 뗀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12년 이상을 달려야 하는 경쟁인 것이다.

마라톤 경주 초반에는 많은 선수들이 선두그룹에 몰려있다. 힘찬 발걸음으로 수십 명이 떼를 지어 앞서가고 그 뒤를 또 다른 그룹이 바짝 추격하는 형세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학원, 과외 등으로 무장된 두뇌는 스펀지 같은 흡수력으로 정보를 빨아들인다. 남들이 하는 웬만큼 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요즘 초등학교에선 평균 90점이 넘어도 부모들은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 올백이냐 아니냐에 목숨을 걸고 전체 과목에서 몇 개 틀렸는지가 관심사다. 평균 80점대는 가장 못하는 아이들이다. 90점 중반이 되어야 보통의 아이들로 평가 받으니 학력 인플레이가 가장 심한 곳이다. 물론 이들 중에도 사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뒤처지게 마련이지만 대부분 학원쯤은 다니는 실정이다 보니 초등학교 공부는 따라가기 마련이다.

레이스가 중반에 접어들수록 차이가 드러난다

레이스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순위가 정해진다. 다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기도 하지만 각 그룹 내에서의 이야기이지 하위권이 갑자기 선두그룹으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한 공부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실력 차가 벌어지게 된다.

중3이 되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 언덕 30km 지점에서 박차고 나온 것처럼 상위권 학생들은 특목고나 자사고를 향하여 스퍼트를 내는 것이다. 중반이나 후미그룹에 있는 주자들도 있는 힘을 다하여 뛴다고 하지만 선두그룹에 있는 주자들은 오히려 더 빠른 걸음으로 내달리고 있다. 그만큼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입학은 마라톤에서 몇 km 남지 않은 구간이나 마찬가지다. 이 구간쯤 되면 이미 순위는 정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페이스만 잃지 않고 달린다면 골인 지점까진 무난하게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 단지 다리에 쥐가 나거나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대부분의 고1 최상위권 학생들도 일탈행위만 하지 않고 평소처럼 공부만 한다면 무난히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 이들은 이미 중학교 과정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끝내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등학교 3년 내내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모들은 자식들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조금만 더하면 꼭 오를 것 같아 여기저기 귀동냥으로 잘한다는 과외 선생을 찾느라 바쁘다. 하지만 시험 대박은 없다. 마찬가지로 수능대박 또한 없다. 한두 문제야 운으로 더 맞을 수도 있지만 난이도 별로 배치된 수백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큰폭의 운은 절대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과성적은 점프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입시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교과성적뿐이었다. 즉 학습능력에 의해 대학이 결정되었다. 수시전형은 학교 내신 성적으로 정시는 수능성적으로 당락이 결정되었으며, 논술이나 인·적성 시험 또한 공부 잘한 수험생들이 좋은 결과가 나온 터라 교과성적의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6년 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입시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비교과 성적이다. 내년부터는 학생부 중심전형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시행되지만 그 중심에 비교과성적이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비교과 성적이란 고교 재학시절 학교 내 활동들이 기록된 학생부의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이 내용을 입학사정관들이 정량화 작업을 하여 성적을 매기는 것이다.

학생부중심전형에서 비교과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교과성적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교과성적의 부족분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내신등급이 한두 등급 낮은 학생이 오히려 합격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간혹 합격자 발표 후에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도 합격했는데 자신은 왜 불합격이냐고 항의하는 수험생들이 있다. 이들은 비교과성적을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더욱이 비교과성적은 학습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다. 교과성적과는 달리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반드시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예비 고1 학생들이 학생부중심전형과 비교과성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태그:#비교과성적, #학생부중심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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