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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방적으로 까치에 대한 선한 신화를 만들어내고 그 신화에 힘입어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나라새 뽑기 운동'에서 나라새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추어 까치를 대합니다. 하지만 까치에게 원래 생태와 습성을 버리고 우리의 인위적인 이미지에 맞추어 살아줄 것을 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까치에 대한 선한 신화를 만들어내고 그 신화에 힘입어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나라새 뽑기 운동'에서 나라새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추어 까치를 대합니다. 하지만 까치에게 원래 생태와 습성을 버리고 우리의 인위적인 이미지에 맞추어 살아줄 것을 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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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저는 거의 매일 헤이리 참나무골 야산 숲, 나무꼭대기에서 무리를 지은 까치들의 지저귐 속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불청객>을 연출한 이응일 감독의 전공은 생물학이며 동물생태학을 연구했고 한때 크레인을 타고 까치집 안을 들여다보면서 까치의 습성을 살폈습니다. 일전에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밥과 함께 까치얘기를 상에 올렸습니다.  

"까치들이 아침에 무리지어 우짖는 것은 그들의 사회활동입니다. 그해에 태어난 어린까치는 어미까치를 떠나 어린까치들끼리 모여서 생활합니다. 특히 밤에는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 무리를 지어 함께 잠을 자는데 '잠자리 무리'라고 합니다. 어린까치들도 성장하면 어린 무리를 떠나 어른 무리로 합류합니다."  

매일 아침 참나무골에서 소란스러운 아침을 맞았던 그 까치들은 잠에서 깨어 아침 사교를 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까치는 영험한 능력을 가진 길조로 오랫동안 대접을 받았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감나무 가지 끝에서 지저귀는 까치를 보면 설레는 마음이 되곤 했었습니다. 어떤 반가운 이가 오실지 모른다는 기대를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수많은 지자체와 학교에서 상징새로 지정되어있습니다.  

까치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니

제가 헤이리로 이주해서 매일 까치를 목도하는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까치에 대한 이런 우호적인 생각은 어릴 적의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헤이리에서 매일 까치와 함께 생활하면서 까치의 사생활을 고스란히 지켜보게 되었고 저는 까치에 대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모티프원 정원에서 삽시간에 쑥새를 사냥하는 모습을 목도한 것이었습니다. 까치의 식성이 초식으로 잘못알고 있었던 저의 탓이기도 했지만 큰 쑥새를 단숨에 제압하는 까치의 부리와 발톱의 위력을 확인하는 것은 제게 적지 않은 쇼크였습니다.

까치의 쑥새사냥. 까치는 작은 새를 사냥할 줄 아는 잡식성입니다.
 까치의 쑥새사냥. 까치는 작은 새를 사냥할 줄 아는 잡식성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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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무리의 상공을 지나가는 말똥가리를 멀리까지 추격해 위협하는 모습은 차라리 두려움이었습니다.

까치는 자기 영역을 수호하기위해 대담하게 맹금류를 공격하는 용감한 전사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잦아졌다.
 까치는 자기 영역을 수호하기위해 대담하게 맹금류를 공격하는 용감한 전사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잦아졌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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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치는 지렁이를 오른쪽 다리로 밟고 부리로 당겨 두 동강 내는 모습은 까치에 대한 잔정조차도 옅어지게 했습니다.

까치의 지렁이 사냥
 까치의 지렁이 사냥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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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은 새나 지렁이를 사냥하는 것은 잡식성 까치의 당연한 행위임에도 말입니다.  

혼자 까치에 대해 분노를 느꼈던 저는 홀로 까치와 화해했습니다. 잡식성 까치의 원래 식성을 몰랐던 제가 잘못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그의 천성적인 습성을 탓할 자격이 제게 없음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까치와의 신경전

화해 후 저는 까치에 대한 미운 감정을 삭이고 서로에게 무심한 태도로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초겨울로 접어들고부터 다시 까치와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서재 앞에 있는 애완견 해모의 밥그릇 속 사료를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침부터 해거름까지 한 마리, 혹은 두 마리가 교대로 오가며 해모의 밥을 탐했습니다. 저보다 더욱 느긋한 심성을 가진 해모는 자신의 밥을 축내는 까치를 본 체 만 체 했습니다.   

반면, 제 책상에서 유리문 너머로 바로 보이는 곳에 놓인 해모의 밥그릇을 오가는 까치의 일거수일투족은 바로 저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까치의 태도는 양상군자(梁上君子)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주변을 살피고 살금살금 접근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목적을 달성하고 서둘러 현장을 떠납니다. 이런 모습이 하루 종일 무시로 되풀이 됩니다.   

저는 야생에서 당당하게 먹이를 찾는 대신 천한 자세로 쉬운 먹이를 탐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위를 채우고 떠나면서도 부리에 3~4개씩의 사료를 문 그 게걸스러움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입에 먹이를 가득 문 까치
 입에 먹이를 가득 문 까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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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난폭함도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해모집 위의 작은 돌확에 고인 물을 먹고 있는 멧비둘기를 발견하고 나무위에서 바로 돌진해서 멧비둘기를 공포스럽게 내쫒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열심히 먹이를 줍고 있는 참새무리에게 짓궂게 다가가 기어코 몰아냈습니다.

물을 먹는 비둘기를 위협해 내쫒은 다음 물을 먹고 있는 까치
 물을 먹는 비둘기를 위협해 내쫒은 다음 물을 먹고 있는 까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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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에게 시비를 거는 까치
 참새들에게 시비를 거는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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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행동거지가 전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침마다 약 한 시간동안 열리는 사교회합에서도 자신들의 포악함과 게걸스러움을 제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제로 올린바가 없는 듯했습니다. '자동차를 전속력으로 몰아 상대를 향해 질주하는 것 같은 위협비행은 삼가자'나 '주인 있는 먹이를 취할 때도 너무 천박하게 굴지는 말자'라든지 하는 내용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그 요란스러운 지저귐들은 다 무엇인지….

▲ 애완견 해모의 먹이를 탐하는 까치 .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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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군자와 악동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이 까치와 어떻게 다시 화해할 수 있을까? 저는 제 마음속의 다툼질로 인한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기위한 실마리가 필요했습니다.

까치에 대한 모든 이미지는 사람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람들이 임의대로 만들어둔 이미지에 맞추어 까치에게 살아줄 것을 요구하니 까치로서는 참 억울할 노릇입니다. 저는 다시 까치의 본성 그대로를 존중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해모 먹이를 탐하기 위해 방문하는 그 까치를 제가 키우는 애완조와 반려조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해모에게 주는 사료 량을 조금 늘였습니다. 홍시 두어 개 만큼…. 가을, 감나무에서 감을 따면서 몇 개를 까치밥으로 남겼던 우리네 부모님들의 그 마음으로.

붉은 감 하나의 여유, 까치밥
 붉은 감 하나의 여유, 까치밥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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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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