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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나경원, 박원순 후보 모두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박원순 후보의 8만호 공급 공약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23일자 '임대주택 8만호? "어림없다"-"충분히 가능"'은 박원순 후보의 8만호 공약 실현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는데, 대부분 회의적이라는 의견이었다.

 

우선 박원순 후보의 8만호 공급의 실현가능성을 검증하기 전에 나경원 후보의 5만호 공급 공약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도록 하자. 나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5만호 공급한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서울시가 발표한 물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급물량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계획은 6만호(장기전세 2.5만호, 공공임대 1.9만호, 재개발임대 1.6만호)였다.

 

지금 서울시는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으며, 주거양극화가 심화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오세훈의 서울시보다 1만호나 적게 공급하겠다는 나경원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5만호 공급 공약은, 서울시 전세 및 월세 가격 급등에 대한 상황인식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아울러 나경원 후보는 기존 계획보다 후퇴한 공공임대주택 5만호를 약속한 것도 모자라 비강남지역의 재건축 연한 완화를 약속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기존 주택의 멸실로 인해 전월세 대란을 가중시키는 공약이다. 서로 모순된 것이다.

 

프레임 바뀌지 않는 한, 막가파식 재개발 안 사라진다

 

그럼 이제 박원순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 공약을 살펴보자. 박원순 후보는 서울시 계획물량인 6만호에 2만호를 더 추가하여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전세가격은 지난 7월 이후 또 다시 급등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들의 주거불안정 요인이 지속될 것이기에 적극적인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전월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관련 기사에는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SH공사의 부채 16조 원과 서울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공약이라는 것"이라며 "임대주택 1채당 1억 원가량의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나 후보의 경우 5조 원, 박 후보의 경우 8조 원의 추가 재원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박원순 후보의 8만호 공급공약의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처럼 언급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기사에는 두 가지의 오류가 있다. 우선, 현재 SH공사가 진 빚 16조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들었다는 가정과 임대주택의 공급이 재정의 지출로만 이해되는 편견이다.

 

우선 SH공사의 빚은 엄밀하게 말해, 서울시가 본청의 빚을 줄이기 위해 SH공사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근거로 해당 조례에 따라 서울시가 SH로 출연해야 되는 비용을 제대로 전입하지 않아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또 가든파이브, 용산국제업무지구, 마곡워터프론트 사업 등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즉,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택지개발 및 도시개발을 주요 업무로 하는 SH공사를 공공임대주택 공급만을 하는 기관처럼 이해하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다음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재정의 순지출로 보는 관점의 문제다. 국민연금운용과 관련하여 2000년 대 초반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주택 사업은 초기 비용을 제외하고 10년에서 15년이면 투자비용을 넘어서는 재정구조로 나타났다. 즉,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공유재산의 취득으로 볼 측면이 있다는 말이다. 당장 임대주택 공급정책에 '돈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결국 뉴타운 및 재개발사업과 같이 민간개발을 용인하는 정책적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는 하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이 갖는 정책적 의미와 사회경제적 의미를 애써 외면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검토하기보다는, 오히려 나경원 후보의 비강남지역 재건축 연한 축소 및 용적률 상향 정책 대 박원순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을 비교했어야 옳다. 이를 단순히 재정적인 측면에서, 그것도 단시간의 측면에서 고려하면 정확한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서민들을 위한 서울시의 선행 투자의 성격을 지닌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막가는 식의 뉴타운, 재개발 시도는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

 

8만호 공급,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서울시는 2007년~2010년까지 매년 약 공공임대주택 1만2000호를 공급하고 있다. 이렇듯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그린벨트로 묶었던 택지 등을 활용해 가능한 여건 아래서 진행해도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므로 박원순 후보의 임기 중 8만호 공급은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 서울시가 처해 있는 전세대란의 상황과 서민들의 주거불안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감안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다른 어떤 정책보다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박원순 후보의 8만호 공약은 실현가능하다. 기존 서울시 계획에 의하면 6만호(5만9803호) 공급에 2조8738억 원을 배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1호당 평균 서울시 재정부담분은 4800만 원이다. 이를 추가 공급분 2만호에 반영하면, 총 추가 투자소요분은 9600억 원으로 산출된다. 즉, 1조가량만 기존 계획보다 더 투입되면 실현가능한 것이다. <오마이뉴스> 기사가 이야기한 8조는 순재정으로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근거 없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 수치일 뿐이다.

 

박원순 후보의 공약 자료집을 보면, 전월세 대란으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집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박원순 후보의 최우선 정책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며,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박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공약의 실현가능성보다 정책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8만호 공급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다만 시간과 속도, 그리고 그 최종 공급량에 있어서 일부 '변수'가 있고 '유동성'이 있을 뿐인 것이다.

 

서민들의 삶의 더욱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새로 선출되는 서울시장은 서민들의 보금자리부터 보듬어야 한다. 따라서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 식의 논쟁보다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살피고 어떻게 공약을 지킬 것이냐를 중점에 두어야 한다. 또, 지금 전세대란, 서민들의 주거 불안에 대해 깊은 고뇌를 가지고 특단의 대책을, 획기적인 대안을 강구하고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주원 기자는 주거복지단체 '나눔과 미래' 사무국장, 재개발행정개혁포럼 사무국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공공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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