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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새벽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지브크레인(35미터)에서 고공농성을 190여 일째 진행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삶과 희망 그리고 그의 투쟁을 지지하며, 희망버스를 타고 동참한 사람들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깔깔깔 기획단이 펴낸 <깔깔깔 희망의 버스>(후마니타스, 2011년 7월)는 희망을 않고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송경동 시인,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 배우 김여진씨, 가수 정태춘씨, 김용택 시인, 공선옥 소설가, 백기완 선생, 김선우 시인, 강정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등 30여 명의 글을 실었다.

 

먼저 책의 주인공 격이고 지난 1월 6일 첫 고공크레인에 오르면서 쓴 김진숙 지도위원의 여는 글이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지난해 1월 26일 구조조정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후 한진중공업에선 3000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잘렸고, 설계실이 폐쇄됐고, 울산공장이 폐쇄됐고, 다대포도 곧 그럴 것이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강제 휴직당했습니다. 그런데 400명을 또 자르겠답니다.(중략) 그 파리 목숨을 안주 삼아 회장님과 아드님은 배당금 176억원으로 질펀한 잔치를 벌였습니다. (중략) 여기 또 한 마리의 파리 목숨이 불나방처럼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그는 "85 타워크레인이 죽음이 더 이상 아니라 더 이상 눈물이 아니라 더 이상 한과 애끓는 슬픔이 아니라 승리와 부활이 되도록 가진 힘을 다하겠다"면서 "내발로 크레인을 내려가는 일을 꼭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그는 190여 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고공농성 100일째인 지난 4월 17일 '오늘 이 백 일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백일 전 그 새벽은 몹시 추웠습니다. '우리 조합원을 지켜야한다, 아무 죄 없이 쫓겨 나가야 하는 우리 조합원들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백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모든 추위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어 대는 비바람 속에서도 동상 한번, 감기 한번 안 들고 견뎌낸 건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리해고 싸움은 원래 힘든 싸움입니다. 한진중공업 자본과의 결사항전입니다.

 

6월 17일 농성 163일 째를 맞아 '매일 내려가는 연습을 한다'고 적었다.

 

누군가 이 질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지난 1월 6일 나의 20년지기 김주익 지회장이 시신으로 내려온 이 크레인에 다시 올라 163일째 새벽을 맞고 있다. 아마 이글은 내가 크레인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중략) 나는 내 발로 살아 내려가고 싶다. 그런 날을 163일 동안 한결같이 마음으로 기다리며 하루도 빠짐없이 계단에서 내려가는 연습을 했다. 더 이상 아무도 울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조남호 회장님, 이제 그만 좀 하시죠.

 

<깔깔깔 희망의 버스>에 쓴 저자 중 김진숙 지도위원 다음으로 주목할 사람이 있다. 송경동 시인이다. 그의 글 '김진숙과 85호 크레인'은 한진중공업 사측의 악랄한 노동자탄압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글이다.

 

먼저 김 지도위원의 말을 인용한 '문상 다니는 시간이 잔업시간 다음으로 많았던 공장 생활'부터, 지난 1991년 5월 6일 발생한 김 지도위원과 입사동기 고 박창수 열사의 의문의 죽음, 2003년 10월 17일 발생한 85호 크레인에 오른 지 129일 만에 크레인 난간에 녹을 맨 고 김주익 열사와 보름 뒤 목숨을 내던져 투신한 고 곽재규 열사의 한 맺힌 이야기들이 소개돼 있다. 그리고 박창수와 김주익과 곽재규의 목숨을 삼킨 한진중공업의 사주에 대항에 다시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지도위원의 진솔한 삶을 그리고 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방에 불을 때지 않고 살았다. 85호 크레인에서 혼자 추위와 외로움에 떨다 죽어간 김주익 때문이다. 그런 그가 웬일인지 지난 1월 5일 저녁 함께 살던 황이라에게 굳이 밥을 같이 먹자 하고, 8년 동안 가지 않던 목욕탕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틀 전에 비로소 8년 동안 불을 때지 않던 방에 보일러를 켰다고 한다. 그렇게 목욕을 재계하고 밤늦게 나간 그가 새벽에 문자를 보내왔다. '놀라지 말고 책상 위 편지를 봐라'는 문자였다.

 

그 편지에는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85호 크레인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게 이번 결단을 앞두고 번민했다"라고 적었다고.

 

이 책에 배우 김여진씨도 '희망버스'를 독려한 글을 남겼다.

 

김진숙 님이 더운 여름을 저 철판 위에서 나지 않도록 당신, 입을 떼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희망버스에 올라주세요.

 

특히 공선옥 소설가가 쓴 '자본가도 사람이고 노동자도 사람'이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

 

조남호씨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이다. 그는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고 자본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을 하게 해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한 다음 자신의 부를 축척해가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조남호씨는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하지 않으면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부를 축적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깔깔깔 희망의 버스>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해 송경동 시인,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 배우 김여진씨,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윤성현 순천들풀한의원 원장, 심보선 시인, 어느 비해고 노동자의 아내, 김중미 동화작가,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정혜윤 CBS 라디오 PD, 하종강 '노동과 꿈' 대표, 이선옥 르포작가, 강병택씨, 강정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제현, 도리, MoonY,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평화바람, 김선우 시인, 가수 정태춘씨, 백기완 노나메기 추진위 고문, 문재훈 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산적두목, 공선옥 소설가, 김용택 시인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최근 펴낸 김진숙 지도위원의 책 <소금꽃나무>는 일반판 도서에 이어 한정특별판을 발간했다. 이 책의 출판사인 '후마니타스'가 제작과 유통 이익을 없애기 위해 '한정특별판'을 만들었다. 한정특별판은 출간 직후 주요 온라인 서점의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 순위에 진입했다. 특히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는 7월 7일 종합 베스트 순위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6월 6일 '제7회 박종철 인권상'을 받았다. 현재 쉰두 살인 그는 1982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최초의 여성용접공으로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스물여섯에 해고됐다. 노동운동을 하다 대공분실에 세 번이나 끌려갔고, 5년의 수배생활과 두 번의 징역을 살았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는 2008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뉴코아 이랜드, KTX 여승무원, 코스콤 비정규직 등의 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눈물과 아픔을 보며 '860만 명에 이른 비정규직 세상은 이제 그만'이라는 각성으로부터 출발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의 백만 행진 사업으로 시작됐다. '연대만이 희망이다'를 모토로 사업을 진행한 팀이 <깔깔깔 희망의 버스>를 만든 깔깔깔기획단이다.


깔깔깔 희망의 버스 -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깔깔깔 기획단 엮음, 후마니타스(2011)


태그:#김진숙, #희망버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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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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