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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 희망의 버스> 표지
 <깔깔깔 희망의 버스> 표지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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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모자를 쓴 이가 종이를 나눠준다. 종이에는 '2차 희망버스' 전체 일정이 나와 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의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김진숙씨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버스의 이름이다.

종이 아래쪽을 보니 <깔깔깔 희망의 버스> 책에 대한 안내가 있다. 반가웠다. 버스에서 판매도 한단다. 나는 버스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책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책을 빨리 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1차 희망버스에 다녀온 뒤에 내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가 책에 실렸기 때문이다.

희망버스가 고속도로로 들어서면서 희망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각각 자기소개를 하였다. 앞에서부터 소개를 하다보니 앞쪽에 앉은 내 순서가 좀 빠르게 왔다. 소개말 끝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제가 1차 희망버스에 다녀와서 쓴 글이 <깔깔깔 희망의 버스> 책에 실리게 되었는데요…."     
"와~우!"

반응이 좋다.

"아까 나눠주신 종이를 읽어 보니까 버스에서 그 책을 판매한다고 하더라구요. 책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서 빨리 책을 보고 싶습니다."

응원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반응에 내 스스로도 대단한 사람이 된 듯 좀 으쓱해졌다. 내가 소개를 마치자 진행요원이 한 손에 분홍색 책을 들고 한마디 한다.

"자 그럼 여기서 잠깐 소개를 중단하고, 지금 앞의 분이 말씀하신 <깔깔깔 희망의 버스>란 책을 팔도록 하겠습니다. 버스마다 20개 한정, 한정판매를 합니다. 자 20부 완판을 목표로 그럼 여기서 바로 주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진행요원에게 전해주었다. 그러곤 손에 분홍색 책을 받았다.

"자, 만 원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필요하신 분…. 감사합니다…. 자 모두 14권 팔았습니다. 그럼 소개가 다 끝내고 나머지 6부도 마저 다 팔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처럼 진행요원도 즐겁게 장사를 잘한다. 나는 내 글이 실린 면을 찾았다. 앞에 사진도 있고 편집도 멋지게 나왔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책의 두께가 얇다. 그리고 책 표지의 종이 질이 너무 약해서 몇 번 읽으면 너덜너덜해질 것 같다. 출판사는 김진숙씨의 <소금꽃나무>를 출판한 후마니타스다. 다음 인쇄 때는 표지종이를 더 좋은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소개가 이어질 때 나는 계속 책의 차례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의 이름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누구지? 생각해보니 책 차례에 나왔던 이름이다.

'어, 저 사람 글도 책에 실렸는데….'

좀 쑥스러웠다. 내 소개 때 책에 내 글이 실렸다고 자랑한 거 같아서. 그런데 소개가 계속 될수록 책에 글이 실린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우리 버스 동승자 45명 중에 책에 글을 쓴 이가 나까지 포함해 총 7명. 게다가 그중 전업작가가 3명. 아…. 아까 내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은 것은 아니었는지.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부는 김진숙씨가 크레인에 오른 날 새벽에 후배에게 남긴 편지 글을 시작으로 해서 크레인에 오른 뒤에 쓴 글과 말을 모아서 만들었다. 1부 맨 마지막 글은 크레인에 오른 지 152일 되는 날 발표한 '제7회 박종철인권상' 수상 소감이다.

2부는 1차 희망버스의 동승을 제안하기 위해 송경동 시인과 김여진씨 등이 쓴 글을 모았다. 3부는 1차 희망버스를 탔던 사람들이 쓴 후기를 모은 것이다. 4부는 다시 2차 희망버스를 제안하는 글을 모아서 만들었다.

책의 구성 면에서 보면 이 책은 1차 희망버스가 오기 전의 김진숙씨 상황을 알리고, 1차 희망버스의 성과와 2차 희망버스의 필요성을 알려서 사람들에게 참여를 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이 나온 7월 9일은 2차 희망버스가 출발하는 날이다. 2차 희망버스가 목표했던 버스 대수인 185대보다 더 많은 수의 버스가 전국에서 출발했으니 출판의 1차 목표는 출판도 되기 전에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목표는 희망버스 재정후원이다. 재정후원의 목표의 달성 여부는 책이 앞으로 얼마나 팔릴지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수 있다. 나 역시 책의 판매에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한다. 책은 인터넷서점과 '비정규직없는세상' 사이트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깔깔깔 희망의 버스>(깔깔깔기획단 엮음, 후마니타스 펴냄, 2011년, 10000원)



깔깔깔 희망의 버스 -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깔깔깔 기획단 엮음, 후마니타스(2011)


태그:#한진중공업,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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