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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쓰기에 앞서  -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영광원자력본부(이하 영광원전본부)에서 지난 12월 15일에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우리나라 원전 사고 단 한건도 없었다고?'에 대한 기사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반박해 왔다. 이와 더불어 '고흥원전유치위원회'에서 작성했다는 홍보자료를 보내왔다. 이에 따라 한수원(주) 영광원전본부에서 보내온 첫 번째 반박 내용과 '고흥원전유치위원회'의 홍보자료를 분석, 원전유치를 위해 얼마나 황당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오마이뉴스>에 '우리나라 원전 사고 단 한 건도 없었다고?'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리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영광원전본부 홍보팀에서 댓글을 달았다.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달라 독자여러분께 진실을 알리고자 하며 이 기사에 대한 다각적인 법적 대응방안도 검토 중 입니다'라는 다소 협박조의 댓글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영광원전본부 홍보팀장으로부터 '법적조치'의 '전초전'에 해당하는 두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영광원자력 본부 홍보팀장이 보내온 것은 '기사 내용이 너무나 황당한 내용이 많다'며 몇 가지 질문에 답해 달라는 것과 고흥원전 유치위원회에서 작성했다는 통계자료였다.

내가 쓴 기사가 얼마나 사실과 다르기에 황당하다는 것일까? 혹시 잘못나간 내용은 없는 것일까? 다소 불안감을 갖고 편지함을 열어 보았다. 하지만 그가 보내온 여섯 가지의 질문 중에 단 한 가지 질문사항을 제외하고는 일일이 답변할 만한 가치 없는 내용들이었다.

원전 비판기사에 대한 한수원의 반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그 반박을 위한 질문들이 한마디로 저급했다. 시민기자를 물로 보나? 아니면 질문자의 수준이 낮아서 그런가? 그럼에도 '법적조치'를 하겠다느니 하는 다소 '협박조'의 댓글과는 달리 예의를 갖춘 정식적인 반박서이었기에 공개적으로 답변에 응하기로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한수원의 반박

첫 번째 질문은 기사에 증언자로 등장하는 김용국씨의 정식직함 여부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김용국씨의 직함을 잘못 기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시비를 걸 사람은 한수원측이 아니라 김용국씨였다.

두 번째  질문 역시 황당했다. 다양한 사진과 조사 자료를 통해 밝혔음에도 '실상에 대하여 조사 자료는 있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설명이나 주관적인 기사를 작성하였는지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례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지, '원자력발전소가 무시무시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위험성을 알려'달라고 했다. 논문 수준의 조사 자료를 요구한 것은 아닐까 싶다.

하물며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확인했을 '성산리 복지 회관을 확인했나'를 묻거나 '식당을 가도 찬반으로 나눠서 간다는 이야기는 누가 했나' '집 한 옆에 지어놓은 작은 도서관은 어느 곳에 있는가'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질문까지 던져왔다. 없는 '작은 도서관'을 거짓으로 꾸며 써놓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의 진실성을 깡 무시하고 있었다.

고작 이런 질문들을 던지기 위해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너무나 황당한 내용이 많다'며 '법적조치 검토'를 운운했던가? 도대체 이들의 속셈은 무엇일까? 독재정권때 언론장악을 위한 '사전검열제'를 떠올리게 했다. '법적조치'라는 공포탄을 함부로 쏘아가며 핵발전소 관련 비판 기사 앞에서 기자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드는, 일종의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한수원(주) 영광원전본부 팀장이 참고하라며 보내온 홍보자료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홍보자료는 영광원전 주변 바다가 온배수로 황폐화 되었다(계미리 어촌계장 증언)는 기사내용을 간접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보인다.

영광원자력본부에서 반박내용과 함께 참고자료로 보내온 고흥원전유치위원회의 홍보자료 표지.
 영광원자력본부에서 반박내용과 함께 참고자료로 보내온 고흥원전유치위원회의 홍보자료 표지.
ⓒ '고흥원전유치위' 홍보 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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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바다는 살아 있습니다. 더 살기 좋은 고흥사회로 만듭시다'라는 제목으로 고흥원전유치 위원회(이하 고흥원전유치위)에서 작성했다는 홍보자료를 펼쳐 본 순간, 무척 당황스러웠다.

'원전지역 어업은 계속 발전합니다'라는 어선보유 통계자료와 더불어 영광군과 고흥군을 비교해 연도별로 어선수와 어획고를 나열해 놓았다. 그 통계자료에는 분명 '영광군의 1980년 어획고가 30년이 지난 2008년에는 4배로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원전이 들어서기 이전에 비해 영광군 내 어선수는 2배로 늘어나고 어획고는 4배로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수치상으로 본다면 분명 그들의 말대로 '원전지역 어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본래 숫자에 약한 나는 계산기까지 동원해 가며 재차 확인했다. 분명 원전이 들어서기 이전인 1980년의 어획고에 비해 2008년의 어획고가 4배나 많았다.

영광원전본부에서 내게 '똑바로 봐라 이 통계자료를 보고도 영광의 황금어장이 황폐화 되었다고 말할 수 있나? 네가 쓴 기사는 거짓이다'라고 삿대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기사를 잘못 쓴 것인가? 그들 말대로 사실 내용과 다른 황당한 기사를 쓴 것일까? 정신이 아찔했다. 반나절 가까이 고민을 했다. 기사를 잘못 썼다고 이실직고, 정정 보도를 내야 하는가? 지역주민들이 내게 거짓 증언을 한 것일까? 난감했다.

원전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숫자 놀음에 말려들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하지만 통계자료가 분명하게 나와 있는데 말려들고 말고도 할 것이 없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 이 통계자료를 보면 액면 그대로 믿을 게 뻔했다. 통계자료를 덮어 놓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왜 영광군의 어획고가 늘었을까

첫 번째 의문은 저급한 수준의 황당한 질문을 던져 오는 사람들이 왜 이런 통계자료를 정면에 내놓지 않았을까? 였다. 분명 어떤 꼼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 통계 자료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영광군에 관련된 통계청 자료 역시 수치상으로 볼 때 고흥원전유치위에서 작성했다는 통계자료와 일치했다.

한수원(주) 영광원자력본부에서 참고하라며 건네준 통계자료.
 한수원(주) 영광원자력본부에서 참고하라며 건네준 통계자료.
ⓒ '고흥원전유치위' 홍보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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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원전 근처에 자리한 계마리 어촌계장 김영오씨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영광군에서 원전이 들어서기 이전보다 어선수가 늘어나고 4배나 더 많은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영광군에서의 나오는 어류 중에 조기가 대략 70% 정도 차지할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를 비롯해 목포 여수 등지에서 조기 배들이 영광수협에 들어오고 있다. 그 이유로 어획량이 늘어난 것이다. 어선수가 늘어난 것은 원전 피해 보상 등으로 인한 것인데 그렇다고 원전 이전보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이전보다 어획량이 늘어난 것은 꽃게다. 하지만 꽃게를 잡으려면 10여 킬로에서 20여 킬로미터에 이르기까지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그만큼 원전이 들어서기 전보다 고기잡이가 힘들어졌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영광수협장에게 물어봐라."

보다 확실한 증언을 듣기 위해 김영복 영광군 수산업협동조합장(이하 영광수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광에 원전이 들어서기 이전과 비교해서 어획고가 4배로 늘어났다는 것에 대한 사실 확인과 외부에서 영광수협위판장에 들어오는 조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누가 그런 쓰잘떼기 없는 소리를 하나. 어류 중에 조기가 70% 정도 차지하는데 그 중 70% 정도가 제주 인천 군산 목포 등지에서 들어오는 조기들이다."
"2008년도에는 어떠했나?"
"40% 정도였다.(외지에서 영광 수협 위판장으로 들어오는 조기) "     
"이 수치 또한 영광군의 전체 어획고에 포함되나?"
"그렇다."

원전이 들어서기 이전보다 어획고가 늘어난 것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조기들이 영광군의 어획고를 늘리는데 큰 역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광수협장의 말을 듣고 처음부터 다시 분석에 들어갔다.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도표를 만들어 연도별로 어선수와 어획고를 비교해 보았다. 그 과정을 통해 교묘하게 숨겨진 꼼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꼼수를 분석해 보니 어촌계장과 수협장의 증언을 뒷받침 해주고 있었다.

영광원전이 들어서기 이전에 비해 2008년도에 어획량이 증가한 것은 단순비교 수치에 불과했다. 2008년도의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은 80년도에 비해 늘어난 어선수와 성능 좋은 어선, 어촌계장이 증언한 꽃게, 외부에서 영광수협 위판장으로 들어오는 조기배들에 그 열쇠가 있었다.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08년(전체 864척 중에 동력 834척, 무동력 30척)은 1980년(전체 430척 중에 동력 287, 무동력 150)에 비해 전체 어선수뿐만 아니라 80년도의 어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 뛰어난  장비를 갖춘 어선들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

영광원전본부에서 건내준 통계자료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직접 도표를 만들어 비교해 보았다.
 영광원전본부에서 건내준 통계자료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직접 도표를 만들어 비교해 보았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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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과 2008년의 어획고를 비교해 보면 갑각류(대부분 꽃게)가 전체 어획고의 두 배 가까이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먼 바다(10킬로~20킬로미터)로 나가야 잡히는 꽃게와 제주, 인천, 군산, 목포, 배들이 싣고 들어오는 어류(조기)를 제외하면 영광원전 주변 바다에서 잡히는 어획고는 보잘 것은 수준이 된다.

거기다가 원전피해 보상 등으로 인해 2배로 늘어난 어선수를 감안하면 2008년(1980년과 비교)의 어획고는 더욱 더 형편없는 수준이 된다. 결국 김영오 어촌계장의 '영광원전 주변 바다가 온배수로 황폐화 되었다'는 증언은 거짓이 아니다.

그럼에도 원전 이전보다 영광군의 어획고가 4배나 많아졌다는 황당한 주장을 할 수 있나? 고흥원전유치위에서는 이 허황된 통계자료로 '원전이 들어와도 어업이 발전하고 어획고가 늘어 난다'며 고흥 군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기에 가깝다.

한수원(주) 영광원전본부 홍보팀에서 참고 하라며 보내준 홍보자료가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명확하게 증명할 또 다른 자료를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보성환경운동연합에서 제공한, 지난 2006년 국정감사를 통해 나온 기사였다.

'한수원이 제출한 영광원전 6개호기(1~6호기) 운영에 따른 구획어업 피해조사 최종보고서(2006년 3월)에 따르면, 영광원전 온배수의 확산에 따른 정치성 구획어업의 피해범위는 북쪽으로 17㎞, 남쪽으로 20.2㎞, 외해로는 15㎞까지 온배수의 영향으로 어장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로 인한 어업량 생산량 감소량에 따른 피해율은 영광군의 경우 81.96%, 각망의 연 평균 생산량 감소율은 72.78%로 전국 연안 자연 생산량 감소 부분인 11%를 제외한 원전의 온배수로 인한 연평균 생산량 감소율은 주목망이 70.96%, 각망이 61.78%로 산출됐다.

김기현 의원은 "그동안 원자력은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홍보했지만, 원전 온배수는 주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원자력발전소가 원전의 온배수 문제와 정보를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해양환경변화 및 생태계 보존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최정환 기자 2006년 10월 13일 기사 중에서>

영광원전  앞 바다가 황폐화 되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닌 한수원(주)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었다. '법적조치'를 운운했던 한수원(주) 관계자들에게 묻겠다. 누가 사실과 다른 허황된 홍보를 통해 '핵발전소 유치신청 후보지'의 백성들을 혹세무민하고 있는가?


태그:#한수원 영광원전본부, #기사내용 반박, #비판기사 재갈 물리기, #허구적인 통계자료, #시민기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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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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