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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가음면 순호리에서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만납니다. 푸른 들판 사이로 난 좁은 시골길이 무척이나 예쁘고 아름답네요.
▲ 순호리 마을 시골길 풍경 의성군 가음면 순호리에서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만납니다. 푸른 들판 사이로 난 좁은 시골길이 무척이나 예쁘고 아름답네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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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일)는 고갯길을 몇 번이고 넘나들면서 갑자기 시커멓게 밀려드는 먹구름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홀딱 젖었다가 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이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에 흠뻑 젖었던 몸이 바싹 마르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에 소나기를 두 번씩이나 맞았지요.

비를 맞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남편과 나는 서로 물에 빠진 생쥐 모양새를 한 모습을 보고 깔깔거리며 한바탕 크게 웃기도 했지요. 만약에 곁에 누군가가 지나가다가 우리를 봤다면, 머리에 대고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뱅뱅 그리기라도 했을 거예요. 뜨거운 여름, '폭염주의보'가 날마다 발표되던 날, 휴가를 받아 자전거 타고 여행길에 오른 우리는 그렇게 즐거웠습니다.

자전거 나들이를 나갔다가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면 덜컥 겁이 납니다. 틀림없이 소나기가 쏟아질 테니까요. 어떤 날은 소나기를 두 번씩이나 맞을 때도 있었답니다. 비를 흠뻑 맞고 온몸이 젖었어도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이런 풍경들을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니까요.
▲ 먹구름 자전거 나들이를 나갔다가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면 덜컥 겁이 납니다. 틀림없이 소나기가 쏟아질 테니까요. 어떤 날은 소나기를 두 번씩이나 맞을 때도 있었답니다. 비를 흠뻑 맞고 온몸이 젖었어도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이런 풍경들을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니까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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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의성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찌감치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지난밤, 억수같이 쏟아지던 소나기 때문이었는가?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들판을 가로지르며 시골마을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고 그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걸어서 가든지, 자전거를 타고 가든지 시골 마을길을 다녀본 이들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고, 오로지 두 바퀴 자전거만 두 대가 부지런히 오르막 고갯길로 올라갑니다. 안개가 잔뜩 끼어서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흐렸지만, 안개 싸인 푸른 들판이 온통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천천히 오르며 하나 둘, 눈에 새겨둡니다. 논에는 하얗게 이슬이 내려앉았고 벼 위로 하얀 거미줄이 칭칭 쳐져 있는 것을 봅니다. 낮에는 푸르기만 하던 논이 온통 거미의 삶터가 되고 말았네요. 눈에 보이지는 않았어도 그 작은 녀석들이 참으로 '치열하게' 사는구나 싶었어요.

79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이곳 순호리에는 의성군과 군위군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마을입니다. 이쪽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실겅'을 따로 집안에 만들어 둔 집이 많습니다. 마늘도 걸어놓고 말리고, 곶감도 말리고, 여러 가지 곡식들을 걸어두고 말리는 곳이지요.
▲ 순호리 마을길 79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이곳 순호리에는 의성군과 군위군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마을입니다. 이쪽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실겅'을 따로 집안에 만들어 둔 집이 많습니다. 마늘도 걸어놓고 말리고, 곶감도 말리고, 여러 가지 곡식들을 걸어두고 말리는 곳이지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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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의 참맛은 '시골길' 풍경과 마주할 때

순호리 마을 앞 들판 사이로 난 길이에요.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무척이나 멋스럽습니다.
▲ 순호리 들판길 순호리 마을 앞 들판 사이로 난 길이에요.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무척이나 멋스럽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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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가음면에서 79번 지방도를 따라 순호리 마을에 들어섰을 때였어요. 아까보다는 안개가 조금 걷혔네요. 둘레 풍경이 더욱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키 작은 지붕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길을 따라 모퉁이를 하나 돌았어요. 마을 들머리에는 있는 버스정류장이 무척 정겹습니다. 다리를 하나 지나자말자 오른쪽으로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전거에서 내려섰답니다. 그 풍경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와! 이건 그냥 찍을 수 없다. 내려서 제대로 찍고 가자."
"맞아. 여기 어쩜 이렇게도 예쁘냐? 참말로 멋지다. 아니, 참말로 아름답다."

우리가 선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푸른 들판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얼마나 멋스러운지 모릅니다. 누군가 일부러 구부려놓은 길도 아니고 본디부터 있던 좁은 길에 다니기 편하도록 시멘트만 깔았을 뿐이에요. 저 멀리까지 이어진 길이 한창 자라고 있는 푸른 벼들과 함께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 풍경을 내려다보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기쁘고 즐거웠답니다. 그 자리에 서서 한 삼십 분쯤은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때마침, 오토바이 한 대가 그 길로 들어섭니다. 아마도 들일을 하러 가시는 거겠지요? 오토바이도 아름다운 풍경에 한 몫을 차지합니다.

의성군 가음면 순호리 마을, 이 들판길은 철따라 찾아와도 무척이나 아름다울 듯합니다. 가을엔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금빛 물결 일렁이는 사이로 난 길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겨울엔 빈 들판이겠지만 그것 또한 아름답겠지요. 철마다 달리 보이는 풍경이 퍽 멋스러울 듯하여 다음에도 꼭 찾아오고 싶은 곳이네요.

아름다운 풍경에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서며 더욱 멋스런 풍경을 자아냅니다.
▲ 시골길과 오토바이 아름다운 풍경에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서며 더욱 멋스런 풍경을 자아냅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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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참으로 많이 한 얘기가 있답니다. 그건 바로 '우리나라는 참으로 아름답다!'는 거였어요. 철마다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들판은 들판대로 때마다 다른 빛깔로 옷 갈아입고 앉은 새색시처럼 곱고 예쁩니다. 또 옹기종기 서로 담을 맞대며 사는 허름한 촌집도 정겹기만 합니다. 무엇보다도 시골풍경 가운데에 가장 아름다운 건 마을과 마을을 잇고, 집과 논, 들을 이어주는 좁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랍니다.

마을사람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소중한 길이지요. 더러 경운기에 짚을 잔뜩 싣고 가기도 하고, 아랫마을 갈 때는 오토바이도 타고 이 길로 지나갑니다. 또 아버지 자전거(지난날 '호차'라고 했던 생활자전거) 뒤에 삽 하나 싣고 논에 물꼬를 트러 가는 아저씨도 있습니다.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호미 자루 하나 쥔 채 허리 굽은 할머니가 종종걸음으로 바삐 걸어가시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이들한테 소중한 마을길에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나그네도 또 다른 풍경이 되겠지요.

의성과 군위가 맞닿은 고갯길 끄트머리엔 작은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의성군의 마지막 마을이지요. 이 마을을 벗어나면 군위군 의흥면으로 들어간답니다.
▲ 순호리 끝 마을 의성과 군위가 맞닿은 고갯길 끄트머리엔 작은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의성군의 마지막 마을이지요. 이 마을을 벗어나면 군위군 의흥면으로 들어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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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돌담으로 둘러쌓고 여느 집처럼 집안에다가 실겅을 만들어둔 창고가 많이 보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 순호리 끝 마을 흙돌담으로 둘러쌓고 여느 집처럼 집안에다가 실겅을 만들어둔 창고가 많이 보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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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여객'이라고 쓴 버스 한 대가 고갯길을 올라오더니 이내 차머리를 돌립니다. 바로 여기가 종점이군요.
▲ 시골버스 종점 '의성여객'이라고 쓴 버스 한 대가 고갯길을 올라오더니 이내 차머리를 돌립니다. 바로 여기가 종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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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을 달리다가 자전거에서 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참 동안 길 풍경에 사로잡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다가 다시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의흥이나 우보면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서둘러 자전거 발판을 밟습니다. 아, 그러나 이내 또 자전거에서 내리고 맙니다. 가음면 순호리 마지막 마을이 꼭대기에 있네요. 몇 집 안 되는 마을이지만 그 풍경 또한 얼마나 정겨운지 모릅니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버스 한 대가 올라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우리한테 참 많은 행운이 찾아옵니다. 이 깊은 곳에 버스가 올라오다니요.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 마을 앞까지 왔던 버스가 이내 차머리를 돌립니다. 아, 그랬군요. 여기가 '종점'이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이 고갯길이 바로 의성군과 군위군의 경계였던 거였어요. '의성여객'이라고 적힌 버스가 마지막 정류장까지 와서 돌아가려는 거였답니다. 아쉽지만, 순호리 마을 정겨운 풍경을 뒤로 하고 고갯길을 마저 올라섭니다.

안개싸인 내리막길이 퍽이나 아름답습니다. 오르막 고갯길을 올라오느라 힘들어 이젠 신나게 내리막을 달립니다. 그러나 이내 또 자전거에서 내려서고 맙니다. 여러분 아세요?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다가 멈춰서서 사진을 찍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 내리막길 안개싸인 내리막길이 퍽이나 아름답습니다. 오르막 고갯길을 올라오느라 힘들어 이젠 신나게 내리막을 달립니다. 그러나 이내 또 자전거에서 내려서고 맙니다. 여러분 아세요?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다가 멈춰서서 사진을 찍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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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아시나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나 힘들지만 천천히 발판을 밟으며 꼭대기에 올라서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말이에요. 힘든 오르막길을 견뎌내며 올라왔다는 것도 기쁘지만 우리가 힘겹게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것도 무척이나 뿌듯하답니다. 또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기에 이제부터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랍니다. 어쩌면 오르막길을 올라올 때 고생했던 것보다 몇 곱절이나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만나는 풍경이 또 얼마나 멋진지 모릅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기에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그런 멋진 풍경을 놓치고 지나갈 때가 많아요. 아니,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풍경을 만나더라도 이미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에 자전거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답니다.

고갯길을 넘어서자마자 또 다시 안개가 자욱합니다. 온통 뿌연 안개 속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찻길도 참 멋진 풍경이군요. 이번에는 도저히 그냥 내달릴 수가 없었어요. 또 다시 내려섰어요. 남편은 아직도 꼭대기에 있네요. 아마도 거기서 보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부지런히 사진에 담고 있겠지요.

난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어요. 아까 순호리에서 그렇게 멋진 풍경을 보고 감동을 받았는데, 이렇게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보는 풍경에 또 가슴이 뜨거워진 거예요. 이른 아침에 만나는 풍경들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끼고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감동이 온몸에 스며듭니다.

시골마을 곳곳을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만납니다. 생각보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많지요. 아무도 안 믿겠지만, 이런 풍경을 보면서 감동 받고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답니다.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런지요.
▲ 안개싸인 길을 자전거 타고 달리며... 시골마을 곳곳을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만납니다. 생각보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많지요. 아무도 안 믿겠지만, 이런 풍경을 보면서 감동 받고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답니다.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런지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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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풍경 보고 감동 받아서 눈물 흘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하하하"
"봐봐, 진짜 아름답잖아. 늘 얘기했지만, 우리나라 참 아름다운 나라다. 사람들은 알까?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남편은 나한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지만, 자기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압니다. 내리막길에서도 몇 번이고 내려서 사진기를 들이대곤 했으니까요.


태그:#아름다운 풍경, #의성군 가음면 순호리, #시골길,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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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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