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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단오춤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단오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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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니까 너무 좋습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자연도 아름답구요."

한국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은 공연이 끝나고 이렇게 한국에 온 소감을 말했다. 무대 앞에 앉아있는 많은 관람객들도 커다란 박수로 화답한다.

이 공연의 정식 명칭은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고려인 단오 전통 춤'이다. '페르가나'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동서로 길고 비스듬하게 놓여진 우즈베키스탄의 영토에서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지역이다.

페르가나 지역은 자연이 아름답고 기후가 좋으며 물이 풍부하다. 그래서 면적은 우즈베키스탄 전체 국토의 4%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30% 가까이 모여있다. 이 페르가나 지역에 고려인들도 살고 있다. 약 4천 명 가량이 살고 있는데 이번에 강릉단오제(6월 12일~6월 19일) 주최측의 초청으로 15명이 한국을 방문해서 단오춤을 보여준 것이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은 풍물놀이를 시작으로 전통가요와 부채춤으로 이어졌고 우즈벡 전통 복장을 입은 젊은이들의 춤과 노래로 끝이 났다. 이들은 평소에도 해마다 단오가 되면 페르가나에서 이런 단오공연을 벌인다고 한다. 페르가나에 있는 고려문화협회가 주도가 되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매년 여름 단오가 되면 페르가나에 있는 커다란 공원에서 씨름, 태권도, 그네타기, 전통춤과 전통노래 등의 공연을 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니만큼 이런 공연에는 많은 현지인들도 모여들 것이다. 공연을 접하는 현지인들의 반응도 아주 좋다고 한다. 페르가나 지역에도 많은 한글학교가 있어서 고려인들이 한글을 배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최근에는 한글을 배우려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인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는 축구시합 같은 거 보더라도 '한국일등!' 이렇게 응원해요. 한국사람들 최고예요. 우리도 한국사람들처럼 일도 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

공연단의 한 명이었던 고려인 4세대 '한비니에라'씨는 다소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말한다.

단오 공연을 위해서 한국을 찾은 외국 공연단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단오춤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단오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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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단오춤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단오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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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단오제는 우리의 문화유산이지만 '단오'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지키고 있는 명절이다. 베트남에서도 단오는 명절이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작은 명절이라고 한다. 커다란 행사를 열기 보다는 가족끼리 모여서 함께 전통식사를 하는 정도라고. 베트남 공연단도 공연을 위해 강릉단오제를 찾았다. 공연명은 '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베트남에서 사자, 기린, 용은 재산과 행복, 개화(開化)를 의미하기 때문에 세 동물을 춤으로 표현하면 이 세 가지가 자신들에게 온다고 믿는다. 단오를 전후로 한 시기에 벼도 수확하고 과일도 빨리 자라기 때문에 이때 이 세 동물을 춤으로 표현하면 자신들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믿는 것이다.

공연은 세 명의 고수가 북을 흥겹게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중간에 추임새로 소리도 한 번씩 질러가면서 신나게 북을 친다. 잠시 후에 옆에서 기린이 등장한다. 노란색 동물 복장에 사람 두 명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것이다. 설명에 의하면 기린이라는데 암만 봐도 기린보다는 사자에 가까운 것 같다.

기린은 무대 바깥에 놓여있는 노란색 구조물로 향한다. 공연 시작 전부터 '저 구조물이 무얼까'라고 궁금했었는데 바로 이 기린을 위한 것이었다. 기린이 네 발로 뛰어서 오를 수 있도록 네 개의 발판이 있다. 그 앞쪽에 좀더 높은 발판 네 개, 또 그 앞에 더 높은 네 개의 발판이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바라는 베트남 공연

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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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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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그 앞에서 서성이며 분위기를 잡다가 숨을 한 번 고르더니 껑충 뛰어서 첫번째 발판에 올랐다. 관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호흡과 집중력이 중요하다. 네 발 중에 하나라도 발판을 못 짚는다면 바로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많다. 다치는 것도 큰 일이지만 이 먼곳까지 와서 많은 관객들 앞에서 스타일 구기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그동안 많은 연습과 실전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지금도 복장 안에서 서로 대화하면서 점프할 타이밍을 찾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또다른 문제점은 이들의 얼굴이 복장 안에 있기 때문에 시야가 넓게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앞쪽 발판을 제대로 쳐다보면서 거리와 높이를 측정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들은 전부 기우였나 보다. 기린은 다시 껑충 뛰어서 두번째 발판에 올랐고 잠시후에는 가장 높은 세번째 발판으로 뛰어올랐다. 그때마다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온다. '생활의 달인'들을 보면 온갖 종류의 묘기를 눈 감고도 해낸다. '3단 뛰기의 달인' 기린에게 이 정도 점프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기린은 다시 아래쪽 발판으로 두 번 점프해서 바닥으로 내려갔고 잠시 후에는 무대 뒤로 들어갔다. 이어서 붉은 복장, 하얀 복장의 동물이 차례대로 나와서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공을 든 사람, 독특한 가면을 쓴 사람이 같이 나와서 동물과 어울린다. 이것은 동물과 사람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친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지진에도 한국을 찾았던 중국의 사천성

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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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베트남 호치민 유니콘 드래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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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의 공연은 야외에서 열렸지만 중국 사천성 지아장현에서 온 민속예술공연단은 실내에서 공연을 한다. 사천성은 재작년에 있었던 대지진으로 언론에 많이 오르내렸던 곳이다. 강릉단오문화관 실내공연장은 가족단위 관객들로 가득하다.

이 공연도 춤이 주를 이룬다. 한 해 동안의 풍년과 모든 사람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춤이라고 한다. 베트남도 중국도 농경사회이니 풍년과 풍요를 바라는 심정은 한결 같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중국 관계자의 말에 의하며 오늘 공연하는 내용은 오래 전부터 전해져온 중국 무용의 한 종류란다. 전통 민간무용이기 때문에 우리의 단오제처럼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무용이다.

사천성에서는 단오 때 무엇을 할까. 용선시합을 하고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해서 쑥을 대문마다 걸어놓는다. 우리의 비름나물과 비슷한 나물이 있는데 그것을 볶으면 보라색 물이 나온다. 그 나물이 사천쪽에서 많이 나고 단오가 지나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단오에는 꼭 그 나물을 볶아서 먹는단다. 평소에 돼지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돼지고기의 안 좋은 부작용도 그 나물이 씻어 없앤다고 한다.

사천성 민속예술공연단은 올해로 다섯번째 강릉을 찾았다. 그동안 꾸준히 강릉단오제 측과 문화교류를 해온 것이다. 사천성에서 어떤 행사가 있을때는 강릉농악대 등이 중국으로 가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한국의 농악이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한다. 2년전에 사천성에 대지진이 있었을 때도 그쪽의 학생들을 단오제에 초청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공연단을 볼 수 있길

중국 사천성 지아장현 공연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중국 사천성 지아장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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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천성 지아장현 공연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중국 사천성 지아장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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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장현의 공연은 붉은 옷, 흰 옷을 입은 무용단의 춤으로 시작했다. 붉은 색의 둥그런 베개, 네모난 방석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무용수들이 음악에 맞춰서 화려한 춤을 춘다. 이 베개와 방석은 평화와 부를 상징하는 것인데 춤이 끝나자 이것을 관객들에게 선물로 줄 테니까 원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라고 한다.

그러자 어린아이들의 손이 일제히 올라갔다. 중국에서 온 의미있는 선물인데 이걸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무용수들은 객석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겨주었다. 어느새 공연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이후에도 화려한 공연이 계속 되었다. 우즈벡, 베트남의 공연과 비교해서 가장 다채로운 볼거리를 주는 공연이었던 것 같다. 공연이 모두 끝나자 무용수들은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오르게 해서 같이 손을 잡고 돌며 춤을 추었다. 관객과 함께 어울리려는 노력, 이것도 역시 앞선 두 국가 공연과의 차이다.

이외에도 다른 아시아 국가의 공연들이 많이 열렸다. 필리핀 이프가와주, 일본 오이따현, 일본 돗토리현, 중국 산동성 등에서도 공연단이 왔지만 일정상 이들을 모두 볼 수는 없었다. 강릉단오제에 와서 유일하게 서운한 점이다.

단오제는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년에도 계속 열릴 것이니 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해가 거듭될 수록 외국 측의 공연단도 더욱 많아 지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강릉단오제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것이다.

중국 사천성 지아장현 공연
▲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중국 사천성 지아장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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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릉단오제, #세계무형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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