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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곳은 마산시 회원2동에 위치한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입니다. 간혹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국악공연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뭉뚱그려 대답하곤 하는데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야할 경우가 생기면 곧잘 가곡에 대해 아시냐는 질문을 먼저 던져봅니다. 일단, 100이면 100 모두 제가 말하는 가곡과는 다른 '가곡'을 떠올리기 때문에 자연히 말은 길어집니다.

 

'가곡'을 아시나요?

 

여기서 말하는 가곡은 신라시대 향가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는 천년이 넘은 우리 전통성악곡입니다. 가곡(歌曲). 우리말로는 노래인데요. 다들 잘 아시는 판소리는 뒤에 '소리'가 붙습니다. 서도소리, 남도소리, 일소리... 도 소리입니다. 가곡은 가야금, 대금, 거문고, 해금, 장구 등 관현반주를 갖추고 45자 내외의 시조시를 노랫말로 하며 초장, 이장, 삼장, 사장, 오장까지의 악곡 형식을 갖춘 '노래'입니다. 노래가 나오기전 전주부(대여음)가 나오고 서론, 본론까지의 삼장이 나온 후 클라이막스인 사장이 나오기전 간주부(중여음)가 나오는 굉장한 형식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곡은 1920년대부터 들어온 서양가곡입니다. 이는 서양악곡에 우리말 노랫말을 붙여 만든 곡을 말합니다. 서양가곡에 '가곡'이란 이름을 내어주면서 우리 전통 가곡은 어느 순간 잊혀져 버렸습니다. 엄연히 천 년이 넘게 불렸는데 말이죠. 하지만 아예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청구영언, 가곡원류 등이 그것입니다.

 

 

가집 속에 숨은 노래, 가곡

 

청구영언, 가곡원류는 가곡의 노랫말을 모아 놓은 '가사집'입니다. 이를 '가집'이라 하는데, 오늘날로 치면 80~90년대에 많이 나왔던 '대중가요 가사집'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지만 실은 그보다 조금 격이 높겠지요. 주향유계층이 시도 쓰고 거문고도 타면서 풍류를 즐기신 분들이 만든 거니까요. 그래도 한참 시간이 지나 노랫말을 시, 그러니까 '문자'로만 보고 연구, 분석하는 후대 사람들을 보면 풍류를 모르고 문자만 논한다고 한 마디 하지 않으실까 합니다.

 

가곡보다 조금 익숙한 가사, 시조도 노래입니다. 가곡, 가사, 시조를 묶어 정가(正歌)라고 하는데, 결론적으로 가곡, 가사, 시조가 모두 노래라는 말입니다. 저는 90년대에 초, 중, 고를 다녀서 시조를 노래로 배우지는 못했으나, 현행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를 노래로 배워볼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가곡이 기존 서양가곡과 다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셨나요? 아, 다른 거구나 하셨으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풍류방 공연의 공연곡목에 대한 사전지식을 쌓으신 셈입니다. 

 

가곡에서 배우는 새날을 여는 지혜

올해 3월은 유독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곡전수관이 위치한 마산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로 3.15의거 50주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 가곡전수관에서 열린 3.15의거 50주년 기념음악회 <새날을 여는 겨레의 노래>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가곡전수관에서 마련한 <새날을 여는 겨레의 노래>는 3.15의거 50주년을 맞아 문화행사로서 혁명을 기리는 또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날 공연에서는 기악곡을 시작으로 가곡, 가사, 시조와 대금 산조가 연주되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3.15의거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우리 전통음악들이지만, 천년이 넘게 불려온 가곡처럼 느리고 기나긴 혁명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3.15의거 정신에 이만큼 걸맞는 곡목선택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공연의 첫 문을 연 건 <천년만세>라는 기악곡인데요. 요전에 MBC드라마 <동이>에서도 잠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천년만세>는 17, 8세기에 새로운 시민문화가 형성되면서 나온 대표적인 풍류방 음악입니다. 이어서 가곡 '버들은', 대금산조 '이생강류 산조', 가사 '춘면곡' , 시조 '삼동에 베옷입고', 가곡 '불아니', 태평가 '이려도' 등을 차례로 연주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3.15의거기념사업회 백한기 회장님은 "누군가에게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입니다' 하니 '데모대장이네'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는 말을 전하시면서, 3.15의거를 여전히 데모 정도의 수준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 "3.15 기념 사업 중 이런 정가 공연을 기획한 조순자 선생님의 의도를 공연에 직접 와보고 많이 느끼게 됐다."며 "가곡 공연은 처음 보는데, 호흡이 아주 긴 노래인 듯 하다. 3.15 의거의 정신 역시 호흡을 길게 하고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덧붙여 본인도 가곡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밖에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은 공연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 단아하고 정갈한 새로운 세계로의 경험이었습니다.

▲ 우리 문화의 보존과 전수를 위해 노력해 주세요.

▲ 처음이지만 좋았습니다.

▲ 더욱 발전 바랍니다.

▲ 노래의 비교가 좋았습니다.

▲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네요. 고맙습니다.

▲ 최대의 감동, 최고의 느낌

▲ 신선함? 참 좋았습니다~ 편안히 눈 감고 명상하는 마음으로 즐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처음 와보는 자리인지라  촌놈 서울 구경온 듯 두리번거리다 공연이 끝나 아쉬웠어요.

▲ 오늘 뜻깊은 시간 가질 수 있게 좋은 공연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처음 접해본 것이라 새로웠고 국악을 배워 나도 이런 무대에 서보고 싶습니다.

▲ 신기하다.

▲ 정말 감동적이고 가곡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 홍보를 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가인분들이 내는 목소리가 가장 인상 깊었고, 멋있었다.

▲ 책으로만 보았던 가사와 시조를 음악으로 들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 열심히 정진해서 크게 이루시길 바랍니다.

▲ 가곡을 알게 되어서 좋았고 훌륭하다는 점을 잘 알게 되었다.

▲ 3.15의거 정신은 반드시 계승해야 한다는 약속이며 가곡이 가슴에 와닿는 선율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가곡전수관의 공연 모습은 조금 이색적입니다. 과거 풍류방 문화를 재현하여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고, 객석에도 열이나 행이 따로 없이 원하는 자리에 방석 하나 털썩 놓고 편한 자세로 공연을 즐기시면 되고요. 떡과 차도 놓아두고 공연 중에 먹기도 합니다. 공연 사이 사이 중요무형문화재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 명인(가곡전수관장)의 국악 이야기는 덤입니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단원들에게 미쳐 물어보지 못한 것도 살짝이 물어봅니다. 관객과 함께 하는 시간 역시 풍류방 공연의 연장이니, 매번 관객이 다른 이상 같은 곡목을 연주해도 매 공연이 특별합니다.

 

느닷없는 행복을 선사한 특별공연

이번 공연에서는 서울과 제주도에서 오신 특별한 손님으로 더욱 풍성한 공연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삼스님과 송인길 선생님이 그분들이십니다. 공연이 끝난 후 연주를 들려달라 청하여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두 분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삼스님은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을 못쓰게 되신 후 왼쪽 손만으로 대금을 부시는데요. 중요무형문화재 제20호 예능 보유자셨던 녹성 김성진(1916~1996) 선생님께 대금을 사사받으셨답니다.

 

한쪽 손으로(그것도 왼손으로!) 대금을 연주하시는 것은 물론, 못만드는 악기도 없으시데요. 이번에 전수관에 오시면서도 직접 만드신 대금 2개를 선물로 두고 가셨습니다. 이삼스님이 부시는 대금은 한 손으로 불 수 있게끔 고안된 대금(좌측 하단)이라는데요. 양 손 다 이용해도 불기 힘든 대금을 왼손으로 직접 만들고 불기까지 하시니 입이 떡 벌어질 일입니다. 또 가야금을 연주하신 송인길 선생님은 오랫동안 국립국악원에 계신데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을 하셨으니 두 분의 연주는 정말 돈 주고도 못볼 귀한 공연이었던 셈입니다. 

 

1부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이어지는 아래 글은 금요풍류의 하이라이트인 2부 '나눔' 시간에 함께 한 이야기입니다. 나눔 시간은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데요. 이번 공연에서는 경남대 사학과 유장근 교수님과 학생들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생들과 우리의 오랜 전통음악을 하는 분들의 특별한 만남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10. 4. 2. 새날을 여는 겨레의 노래

함께 나누는 이야기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흔적을 남겨"

 

유장근(경남대 사학과 교수, 이하 유장근)

(이삼스님께) 어떤 연유로 왼손으로 대금 연주를 하시게 된 건 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삼스님

사고 후 대금을 가르치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하고 왼손으로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과거에 했던 걸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왼손으로 대금 연주한 지가 8년째인데, 오른손보다 10배는 더 노력해야 합니다.

 

유장근

그럼 8년 불면 스님처럼 불 수 있는지... (웃음)

 

이삼스님

10년은 불어야 기초가 닦여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 다른 악기도 다 10년은 해야 기초는 땠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지요. (웃음)

우리 음악은 자연이랑 똑같습니다. 산능선이 흐르는 것처럼 음의 흐름이 그렇습니다. 연결이 물 흐르듯 유유히 이어져야 해요. 우리 음악은 서양음악처럼 단계별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대금의 경우 많은 음을 높이고 낮추고 하는 것은 손가락으로 하지만, 조금씩 음낮이를 조절하는 건 취법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숨이 가빠서 대금을 잘 불수가 없었어요.

단소도 초등학생들이 불고 하니까 쉽다고 생각하는데, 잘 불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거문고도 중심인 단전에서 힘을 끌어 모아야 확실한 소리가 나요.

 

영송당 조순자(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이하 영송당)

기를 담아야 하니까요. 기를 손끝으로 해서 내보내야 하지요. 머리 아파서 아무도 안하려고 하겠습니다. (일동 웃음) 중요한 것은 근~이 있어야지요. 유장~하게 근~이 있어야. (일동 웃음)

 

유장근

영광입니다.

 

영송당

일부러 해외(제주도)에서 여기까지 구경 오신 송인길 선생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송인길

3.15의거기념 공연이 있다고 해서 오늘 꼭 구경해야 한다고 해서 같이 왔습니다.

 

유장근

제주도에서도 공연 하십니까?

 

송인길

공연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조선생님 모시고 공연 한번 해야지요. 발이 나으시면...(일동 웃음)

 

영송당

오늘 특별히 경남대 학생들이 늦게까지 자리를 함께 했는데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

 

 

김명섭(경남대 사학과/ 대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사학과 동아시아지역사회연구회 회장 김명섭입니다. 공연을 보면서 궁금한 게 있었는데 노래를 부를 때 'ㅐ'와 'ㅔ'를 ㅏ, ㅣ 와 ㅓ, ㅣ로 나누어 부르던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송당

한글이 1443년에 창제되었을 때 'ㅔ'는 중모음이었습니다.  'ㅔ'가 단모음이 된 것은 조선시대 후반부터였습니다. 모든 존재했던 것들이 없어질 땐 어딘가에 흔적을 남깁니다. 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넷이요 하는 말을 하나요, 둘이요, 서이요, 너이요 라고 하는 것도 그 흔적이 남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현대에 와서 고치치 않은 이유가 있어요. 'ㅔ'를 길게 하면 그냥 얇은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장음을 할 때는 초출과 재출만으로 발음합니다. 초출인 'ㅗ, ㅏ, ㅜ, ㅓ, ㅡ, ㅣ'를 발음하고 초출과 'ㅣ'가 결합된 재출인 'ㅛ, ㅑ, ㅠ, ㅕ'는 중모음이지만 바로 발음하는 것이지요. 천(天), 지(地), 인(人)을 따서 만든 모음의 3요소 ․ , ㅡ, ㅣ로 만든 순수모음 'ㅗ, ㅏ, ㅜ, ㅓ, ㅡ, ㅣ'는 길게 발음해도 귀에 거슬리지 않지만, 혀나 입술이 닿아서 생기는 닿소리는 오랜 시간 발음하면 귀에 거슬리고 그 음빛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곡은 순수모음 'ㅗ, ㅏ, ㅜ, ㅓ, ㅡ, ㅣ'로 발성하는 발음의 원칙이 있습니다.

 

가곡은 발음법, 발성법이 굉장히 정교한 성악곡

그래서 가곡은 세계인들이 한국어를 몰라도 다들 좋아해요. 순수모음은 부담감을 주지 않거든요. 가곡의 음역은 여자가 소프라노에서 메조소프라노 사이, 남자가 바리톤 정도인데 이게 전세계 사람들의 80%가 가지고 있는 음역이라고 합니다. 음성을 들을 때 부담감이 없어요. 세지 않고 부드러운 소리입니다. 계단식으로 가지 않고 유장~하게 근~이 있는 (일동 웃음) 목소리로 가기 때문입니다. 문화권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아름다움은 똑같이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오페라나 조수미 노래를 처음 들어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누군가는 '태평가'를 부를 때 '태'를 '타-이'라고 부른다고 무슨 중국말이냐 하는데, 가곡은 발음법, 발성법이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 있어요. 노랫말도 그것에 맞게 당위성 있게 들어가 있습니다. 창자(唱者)가 풀어서 부르더라도 단어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고 해서 자음은 짧게 하고 모음은 길게 발음해서 가사 전달을 정확하게 합니다.

 

노랫말이 잘 전달되어야 성악곡이라 할 수 있지 노랫말이 전달되지 않으면 기악곡이에요. 자음은 분명하고, 모음은 부드럽게 발음하면서 우리말의 초성, 중성, 종성을 분명하게 해주면서 노랫말을 전달하는 겁니다. 오늘 관객으로도 오신 최천희 선생이 '논개'를 오페라로 만드는데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가 하나같이 노랫말 전달이 안됐다는 거예요. 종성발음을 다 떼버려서 그런건데, 외국어에는 종성발음이 없으니까 외국에서 주로 유학한 사람들이 노래 부를 때 종성발음을 못하게 된 겁니다. 경상도 사람들이 '쌀'을 '살'로 발음하는 걸 못 고치듯이 말이에요.

이해가 좀 되셨어요? 또 다른 질문은 없나요?

 

도경 이종록(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이하 도경)

회장이 했으니 이제 총무가 질문할 차례 아닌가요?

 

총무

...

 

도경

그럼 제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역사 공부는 왜 하게 되었지요?

 

총무

고등학교 때 그림공부를 하면서 한국 미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그러고 나서 자연스럽게 사학과를 가게 되었습니다.

 

도경

그럼 당신은 왜 시조를 부릅니까? 하고 질문이 나와야지요. (일동 웃음)

제가 예전에 방송국에서 취재 와서 한 질문에 얼버무린 대답이 하나 있는데, 그분들이 그게 명답이라고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한 질문이 왜 당신은 이런 케케묵은 단조로운 소리를 애들에게 가르치려 하냐는 것이었어요.

 

제가 그때 한 대답이 자, 두 친구 있다고 생각합시다. 한 사람은 잘 살아서 고급 아파트에 살고, 한 사람은 못살아서 오두막집에 산다고 쳐요. 그런데 후자인 친구가 잘 사는 친구 집 거실이 넓어서 좋다, 뭐가 좋다 이런 얘기만 하면 자기 정체성이 없어지는 거예요. 대신 자기 오두막집에 싸리문도 만들고 조롱박도 달고, 봉숭아도 심고 하면 잘사는 친구가 와서 싸리문 앞에서 사진도 찍고 조롱박으로 물도 떠먹어 보고 합니다.

 

우리 것에서 보람과 행복 느끼는 게 필요

우리는 서양에 뭐뭐 부럽고, 따라하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버리면 나라는 존재가 없어져요. 우리 것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게 필요하지요. 취재했던 분을 우연히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 그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고 얘기해요.

 

우리 지역에도 그렇지만 대단한 가수 와서 공연할라치면 1천만원 줬다, 5백만원 줬다 그럽니다. 예기 악기편에는 "예야자(禮也者)는 보야(報也), 악야자(樂也者)는 시야(施也)"라는 말이 나와요. 악은 베푸는 것이에요. 공연 가서 노래 부르는 저 사람 얼마짜리야 하는 그런 식은 안됩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2천년 전에 유대인들이 뿔뿌리 흩어질 때 자기 나라의 '흙'을 한 보자기 싸서 갔데요. 그 사람들이 다시 돌아갈 때 다른 것 하나 안가지고 그 흙보자기 하나만 들고 갔답니다. 세계 유명한 사람의 30%가 유대인이래요. 이 유대인들은 어느 지역에 살던지 반드시 하루 1시간씩 유대인 역사를 배웁니다. 매일 1시간씩 말입니다. 역사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역사를 배우는 여러분들을 존경합니다. 요즘 배우는 거 컴퓨터 치면 다 나와요. 그런데도 사회는 계속 안좋은 방향으로만 갑니다. 선조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역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엄마 품 속처럼 편안한 우리 음악 해야

얼마 전 미혼모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보니 동사무소에 상담사를 둬야 된다 뭐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그게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어요. 한데 이건 근본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저수지에 물이 새면 들어가는 쪽에서 막아야 하는데 나오는 쪽에서 막고 있는 격이에요. 뉴스에 보니 22살 먹은 여자가 칼로 아이를 찔렀다는 게 나와요.

 

머리는 발달했는데 가슴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따뜻한 마음이 없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느냐?

이런 걸 해야 합니다. 우리 피, 우리 뼈에 각인돼 있는 걸 해야 합니다. 엄마 품 속이 얼마나 좋아요? 젖 안먹어도 편하잖아요? 이런 걸 안해서 그럽니다. 엄마 품속이 아니고 다른 아줌마 품에서는 과자를 주면 안기기는 해도 마음은 발버둥을 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마음을 다스려 주는 것, 따뜻하게 해주는 것을 해야 해요. 생각은 놀부, 마음은 흥부를 만든다는 말처럼 말로만은 안되요.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이런 거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영송당

사람의 마음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움직이게 하는 게 바로 음악입니다. 고운 소리를 듣고 하다보면 마음도 같이 고와짐을 느낄 수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다음번 공연에 남은 이야기들을 마저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여기서 마칩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3.15의거50주년기념공연

         새날을 여는 겨레의 노래

 

해 설

   조 순 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가곡전수관장)

 

프로그램

  줄풍류 '천년만세'

  가곡 평조 이삭대엽 '버들은'

  대금독주 '이생강류 산조' 

  가사 '춘면곡(春眠曲)'  

  영제 평시조 '삼동에 베옷입고'  

  가곡 평조 소용이 '불아니'

  가곡 계면조 대받침 '이려도(태평가)'  

 

연주자

  노   래_ 이종록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조수연 (전수장학생․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이성순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노래‧양금_ 김나령 (전수자․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가야금_ 오은영 (국악연주단 정음 현악사범)

  거문고_ 신근영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장  고_ 정동주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단   소_ 김성태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대   금_ 정나례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가곡전수관의 공연은 매주 금요일 늦은 7시 30분에 계속됩니다.

 

가곡전수관 블로그 : http://gagok.tistory.com

문의 전화 : 055- 221 - 0109

주 소 : 마산시 회원2동 631-6번지

 


태그:#가곡전수관, #3.15의거기념음악회, #새날을 여는 겨레의 노래, #영송당 조순자, #이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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