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목에서 말하는 탯말은 우리가 흔히 사투리라 하는 방언, 지방/지역의 언어를 말한다. 이를 굳이 탯말이라 한 까닭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탯줄을 통해 들어온 말,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맨 처음 어머니에게 배우고 고향의 친구들과 같이 써온 말, 그래서 고향과 어머니가 가르쳐 준 말이 바로 '탯말'"이기 때문이다.

중심에서 벗어난 변두리 언어, 타자화된 언어로서의 '사투리'가 아니라 어머니와 고향이 가르쳐준 영혼의 말이라는 의미로 새로이 명명된 이 탯말,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곳, 경상도의 탯말을 여러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 <경상도 우리 탯말>이다.

존칭어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경상도 탯말

<경상도 우리 탯말>은 경상도 탯말을 예화와 해설을 겻들여 재미있게 알려준다.
▲ <경상도 우리 탯말> 책 표지 <경상도 우리 탯말>은 경상도 탯말을 예화와 해설을 겻들여 재미있게 알려준다.
ⓒ 소금나무

관련사진보기

편자는 "따라서 우리에게 이 탯말처럼 소중하고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강조하는데, 최근 탯말의 급속한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비단 이들만이 아닌 듯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도 탯말이 유네스코 지정 '소멸 위기 언어'로 등재되었고, 언젠가부터 각 지역마다 사투리경연대회를 열며 사투리 보존에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책은 다섯 사람이 나누어 썼는데, 그래서 각각의 장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경상도 탯말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재미있었던 1장은 아버지의 장례를 둘러싼 가족들의 대화와 이에 대한 해설, 경상도 탯말에 대한 특징이 잘 쓰여져 있다. 저자가 꼽은 경상도 탯말의 특징은 존칭어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는 점, 표현이 직설적이라는 점, 모음수가 전국 탯말 중 가장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경상도에서 사용되는 존칭어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예컨대 존칭어미라 할 수 있는 '~이니더', '~했니껴?' 등은 어찌 들으면 평어같기도 하고 듣기에 딱히 존칭어스럽지 않다. 그나마 남자들 사이에서는 존칭이 이루어지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뭉뚱그려 이야기해버릇 하는 걸 많이 들어 왔다.

언어적 특징은 그러할 지라도 경상도의 문화는 유교의 문화,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영남학파가 강한 명분 우월주의 문화를 강하게 간직하고 있다. 전라도가 정자가 많은 풍류의 고장이라 할 때, 경상도는 서원이 많은(조선 시대 전국 600여개의 서원 중 60여개가 경상도에 소재해 있었다고 한다) 선비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이유로 춘향전은 애당초 경상도에서 나올 수 없었고, 천주교는 경상도가 아닌 전라도에서 번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환경적 요인이 만든 언어상의 특징

옛부터 서원이 많았던 경상도 지역에서는 성현의 제사를 많이 지낸데다 이기론 논쟁의 발원지이기도 해서인지, 제사나, 예절에 관한 한 지금도 전국 어느 지역과 비교해 봐도 이처럼 까다로운 격을 논하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다. 그런 연유로 경상도 큰집에서 자란 나 역시 어릴적부터 결혼의 제1원칙, 제사 지내는 집과는 결혼하지 않겠다, 제2원칙 경상도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를 굳게 다짐해 왔던 게 아니겠는가. 제1원칙은 지켰으되, 제2원칙은 실패했지만.

경상도 말이 직설적이고 잔정이 없이 느껴지는 것은 산세가 험하고 평야가 거의 없었던 환경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보리문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릿고개의 어려움이 컸고, 자연물이 풍족하지 않은 탓에 안동간고등어와 같은 재어 먹는 음식은 있어도 전반적인 음식문화가 발달하기는 어려웠다. 경상도 음식은 짜고 맛이 없다, 라는 평가는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경상도 우리 탯말> 보다 먼저 나온 <전라도 우리 탯말>도 찾아 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됨



태그:#경상도 우리 탯말, #경상도 사투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