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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 전 <오마이뉴스>의 '죽음'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에 공모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몇몇 기억과 미리 써보는 나의 유서가 그 내용이었는데 막상 원고를 작성하고 송고하고 나니 벌거벗은 느낌이 들어서 될 수 있으면 많은 분이 보지 않았으면 했지요. 특히 아내가 그 글을 보지 않았으면 했고 다행스럽게(?) 잉걸에 걸려 내가 원하는 바대로 된 것 같았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무안한 글은 쓰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고 며칠 후, 아내가 저녁상을 차려주며 "뭐 유서가 그렇게 슬프냐? 갑자기 유서는 쓰고 그래?"합니다.


"언제 봤냐?"

"오늘, 갑자기 왜 그래?"

"뭘, 유서 같은 거 미리 써놓으면 좋지."


아내는 남편의 유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지만 말하는 투로 봐서는 도심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중년의 남편이 안쓰러워 보인 것 같았습니다.


저녁상을 물리고 뉴스를 보는데 유서에서 언급되었던 수목장에 대한 뉴스가 나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수목장에 대한 법적인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내용과 더불어 수목장을 이용해 돈벌이하려는 이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적게는 300만 원, 많게는 몇 억에 이르기까지 묘지를 쓰는 것보다 훨씬 비싸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수목장이 결코 자연적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혀, 돈 없는 놈은 죽지도 못하겠네."

"유서에 수목장 치르는 법까지 상세하게 기록해야겠네. 얘들이 원망할 거 아니야. 비싼 장례식 치르게 되었다고."

"그냥 화장해서 선산에 있는 나무 아래 뿌리든지 묻어. 아니면 우리 꿈대로 이담에 시골에 집 짓고 살면 마당에 심은 나무 아래 묻거나 뿌리면 되지."


살아 있을 때에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살고, 죽어서도 살아 있을 때의 온갖 영화를 누리겠다는 인간의 욕심이 주검을 빌미로 한 돈벌이까지 가능하게 한 것으로 생각하니 씁쓸합니다.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죽어서까지도 반자연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세태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지난 1월 용산참사로 목숨을 잃은 철거민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직도 주검을 냉동실에 두어야 하는 유족들의 아픈 마음, 이번 추석을 넘기지 말게 해달라는 유족들의 눈물 어린 하소연조차 용납할 수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살아있는 것 같지만 살아있음이 없는 죽은 사회, 살아있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드러움이 없는 사회는 '어두운 죽음의 시대'입니다.


'어두운 죽음의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살아있다고 몸부림치는 것이 죄가 되고 불온시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누구일까 싶습니다.


맘몬(mammon-황금 신)을 섬기는 이들이 득세하는 세상, 돈이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세상에서 죽음은 얼마나 평등한 것인지 오히려 감사하게 됩니다. 맘몬의 노예들은 죽어서까지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감사하게 됩니다.


유서를 써놓고 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 유서의 효력이 언제 발생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오늘 살아있음이 그냥 고맙고 행복합니다.


태그:#죽음, #유서, #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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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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