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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난 달 말이었던 것 같다. 전철을 타고 귀가하는 데 <오마이뉴스>에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하였더니 '성인병 탈출 기사 쓰고 무료 검진 받자'에 공모한 글이 우수상으로 뽑혀 상품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상품은 강남에 있는 헬스클럽 이용권과 자전거 두 가지가 있는데 의정부에 사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자전거가 좋을 것 같아 그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당뇨병 덕택에 좋은 일이 생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경쟁률이 보통이 아니었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사람이 나와 김동이 기자님 두 명인 데 비해, 응모작은 360편이나 되었다. 그러니까 무려 180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한 것이었다. 상품보다는 생애 최고의 경쟁률을 통과한 기쁨이 더 컸다.

 

마침내 기다리던 자전거가 도착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택배회사 직원이 가져온 박스가 너무 작아보였다. 의아한 마음에 박스를 뜯어보았더니 웬 여성용 자전거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위풍당당한 고가(高價)의 산악용 자전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싸한 자전거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중형 승용차를 기대했다가 티코를 받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잔뜩 기대했던 아이들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들에게 "이건 중국산 짝퉁이 아니라 아주 비싼 삼천리표 오리지널 메이커 자전거"라고 말하기는 하였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딸아이가 타고 다니는 보급형 짝퉁 자전거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며칠 동안이나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사내가 아줌마들이나 타고 다니는 - 쇼핑용 바구니까지 붙어 있었다 - 자전거를 타려니 영 남우세스러웠던 탓이었다. 그러다가 밑져야 본전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운동하라고 보내준 것이었으니 그것을 이용해야 마땅했다.

 

마침 아파트 앞에 자전거 도로가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꼬마 자전거가 적지 않게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더 작아 보이는 자전거들도 보란 듯이 씽씽 달리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타는 것인데 짐 자전거면 어떻고 세발 자전거면 어떻겠는가,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진 길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하지 않으며, 갔던 만큼 돌아와야 한다는 것은 삶의 진리가 아니던가. 아하! 나는 이제야 도를 깨우친 것이었다.

 

내 자전거는 티코처럼 작지만 강하고 빠르다. 특히 힘들게 언덕을 오른 다음 빠르게 내리막을 하강할 때 온몸에 부딪는 속도감은 이루 표현하기 어렵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혈당이 쑥쑥 내려가는 것 같다. 운동량이 러닝머신에 뒤지지 않는데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지루하지 않게 운동할 수 있다. 게으른 탓에 등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자전거가 딱 제격이다.

 

당뇨가 생긴 다음부터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 더부룩했던 속도 이제는 걱정 없다. 그럴 때마다 자전거를 타면 바로 즉효다. 그리고 자전거가 돈도 절약해 준다. 현금지급기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15분 이상 걸어야 했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고 부근의 편의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자전거가 생긴 다음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는 자전거를 타게 되어 건강도 챙기고 교통비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 참으로 고맙고 신통하다.

 

지금은 겨울이라 그리 많이 타지는 못하고 있다. 러닝머신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지만 어디 자전거만 하겠는가, 봄이 되면 아내 것도 마련하여 온 식구가 함께 달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한겨레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 #성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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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출판을 목표로 하는 재야사학자 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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