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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역 환자 증세.
ⓒ 카토 소아과 의원 웹사이트
[기사 보강 : 27일 오후 5시 35분]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서태평양지역 국가로는 처음으로 '국가 홍역퇴치 선언'을 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영예로운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홍역퇴치국가'의 지위는 인구 100만 명당 홍역 환자가 1명 이하의 수준으로 관리될 때 부여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올해 6월 25일 현재 홍역 최종 진단을 받은 환자가 88명으로 인구 100만 명당 홍역 환자가 1.8명꼴로 늘어나 이 기준을 초과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4월 이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0∼1세 아기들을 중심으로 발병이 늘기 시작해 지난 2001년 이래 현재까지 가장 많은 88명의 홍역 환자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것입니다.

한국, 홍역퇴치국가 지위 상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팀 최원석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갑자기 홍역 환자가 늘어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1세 이전의 아기들은 태어날 때 엄마에게 받은 항체에 의해 면역이 유지되는데, 1세에 가까울수록 항체가 감소한다. 이번 홍역은 연령이 1세에 가까운 환아들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위험군이 많이 모여 있고 집단 면역의 효과가 떨어지는 보육시설이나 병원 등에서 전파가 많이 된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홍역의 발생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홍역을 치른다'는 '몹시 애를 먹거나 어려움을 겪다'는 표현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홍역은 평생에 안 걸리면 무덤에서라도 앓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홍역은 위험하고 피할 수 없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누군가가 '홍역'이 어떤 병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곤란하실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질병입니다.

이렇듯 질병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인은 현격하게 줄어든 홍역의 발생 상황 때문일 겁니다.그러나 우리나라가 홍역퇴치국가의 지위를 상실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해야 하겠습니다.

홍역에 걸리면...

▲ 지난 2000년 서울에서 홍역 환자가 집단 발생했을 때, 홍역으로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는 어린이 모습(왼쪽 사진). 붉은 반점이 퍼져있는 홍역의증 환자의 손(오른쪽 사진).
ⓒ 홍진기
홍역은 8세 이하의 어린이들, 특히 1세 전후의 유아에게 발병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어느 세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초기 3일간의 증상으로 열과 콧물, 심한 마른기침이 동반되는 심한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잘 살펴보면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기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기침할 때 나오는 타액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이므로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아가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빨리 인근 소아과에서 확실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시기 이후에는 코플릭 반점이라고 불리는 마치 소금가루 같은 작고 흰 반점들이 입 안쪽에 여러 개 나타납니다. 4∼5일째에는 귀 뒤쪽부터 크고 붉은 부스럼이 있는 반점(발진)이 나타나기 시작돼 그날 바로 얼굴로 퍼지고, 다음날 몸으로 번지고 결국 팔과 다리까지 퍼지게 됩니다.

이후 생긴 순서대로 발진이 사라지고 1주일 이후 모든 증상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발진은 피부에 갈색의 색소 침착을 남길 수도 있고, 겨 껍질 모양으로 벗겨지기도 합니다.

일단 홍역으로 진단되면 특별한 치료법은 없습니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 밝은 빛을 피하고 열이 떨어질 때까지 침상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심한 기침에는 기침 시럽을, 고열에는 해열제를 투여하며 증상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아스피린을 소아의 해열제로 사용하는 것은 소아에게 치명적인 라이 증후군(Reye Syndrome)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홍역을 앓는 소아에게 비타민 A의 투여를 권고하고 있으므로 시도해 볼만 합니다.

홍역에 걸린 아이들의 약 4%에서 호흡기 합병증이 보이며, 약 2.5%에서는 급성 중이염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홍역에 걸린 아이들 중 0.1∼0.2%에서 급성 뇌염 증상이 나타나고, 극히 드물지만 홍역을 앓고 난 이후 약 12년 후에 매우 치명적인 아급성 경화성 전뇌염(SSPE)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예방주사로 안전하게 예방할 수 있어

▲ 홍역은 철저한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병입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말부터 일본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가가 '홍역' 때문에 그야말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일본은 홍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휴교령을 내리고 백신을 접종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에서는 1989년 봄 홍역, 볼거리 그리고 풍진을 함께 예방할 수 있는 MMR 종합 백신이 도입되었지만,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기피했습니다.

비록 일본이 1993년 이후에는 국가적으로 철저하게 접종을 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일본 젊은 층에서 홍역의 유행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던 세대가 그 유행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2001년 사이의 홍역 대유행기에 5만6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7명이 숨지는 사건을 겪은 이후 '홍역퇴치 5개년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을 포함한 홍역퇴치 사업에 나섰고, 2002년 11명, 2003년 13명, 2004∼2006년까지 6명 등으로 급감하며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홍역퇴치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홍역은 예방접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홍정연 제주의대 소아과 교수는 "예방접종은 생후 12∼15개월에 한 번, 그리고 4∼6세에 추가로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홍 교수는 "홍역이 유행하는 시기라면 생후 6∼11개월 사이라도 홍역 단독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홍역이 유행하는 기간에는 백신접종을 위해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조언합니다. 또 접종을 받은 아이들은 만일 면역능력이 부족해서 홍역을 앓더라도 '경증화된 홍역'을 앓고 가볍게 끝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일부 홍역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 쪽에서는 홍역 백신 후의 자폐증 우려와 계란에 의한 알레르기 등을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백신과 자폐증의 관계를 발표했던 저자가 오류를 시인하고 논문을 철회하면서 무관한 것으로 증명되었고, 계란에 의한 알레르기는 백신 접종의 금기사항에서 제외되는 등 더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지 주의할 점은 홍역 이외의 다른 심한 급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임산부인 경우에는 접종을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팀 최원석 책임연구원은 "당국에서는 대국민 홍보, 보육시설이나 병원 등에 안내자료 배포와 함께 예방접종 적극 권장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현재 산발적인 발생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므로 곧 안정화될 것"이라고 홍역이 앞으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의학적 대증요법도 한 방법

한의학에서는 홍역은 마진(痲疹), 두진(痘疹) 등으로 불리는데, 39∼40도 이상의 고열(열이 치성)이 나는 전형적인 외부 감염(외사(外邪)) 현상으로 바라봅니다.

김덕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소아과 교수는 "현재 홍역은 예방백신에 의해 한방 병원에서 볼 기회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단지 치료법으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있는 약(패독산 등)이나 독소를 풀어주는 약(승마갈근탕 등)을 복용하는 등의 대증요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홍역은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므로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홍역은 철저한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병입니다.

'홍역을 치른다'는 관용적 표현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도록 홍역이 우리나라에서 박멸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홍역, #환아, #예방, #건강, #질병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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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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