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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어시장 골목 풍경
ⓒ 배민
지난 9월 안경률(한나라당·행정자치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2005년 전국 288개 대형 할인점에서 벌어들인 돈은 23조 5000억 원인데 반해, 1660개 재래시장은 3조 5000억 원을 벌었다. 대형 할인점 1개 매장은 816억 원의 매출을 올려 2004년에 비해 10% 가량 증가했고, 재래시장 1곳에서는 21억 원을 벌어들여 20%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

이런 수치상의 재래시장 침체는 직접 시장에 나가보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시장 상인들마다 "장사 안 된다" "그만 두지 못해 하지만 너무 어렵다"며 한숨을 내쉰다.

최근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시장 내부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더는 안 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경남 최대 규모 재래시장인 마산 어시장을 통해 최근 재래시장의 변화와 활성화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90년대 전국 1·2위 규모... "이제는 지난 꿈"

@BRI@마산 어시장은 1760년 마산창이 생기면서 형성됐다고 알려져 있다. 마산시 조사에 따르면 어시장은 19만여㎡ 규모에 고정점포와 노점 2000여 곳이 장사하고 있다. 하루 3만~5만여 명이 시장을 이용하고 연간 매출액은 1000억 원 정도.

어시장에는 수산물뿐만 아니라 과일·채소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팔고 있어 지난 수십 년간 마산·창원·진해 지역의 대표시장으로 여겨졌다. 마산수협 공판장은 1990년대까지 1일 거래량 전국 1·2위를 다투었지만 최근에는 한 해 매출 300억 원 정도로 전국에서 중간 정도 규모로 떨어졌다. 마산 어시장이 침체에 들어선 것은 마산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5월 시장경영혁신 지원사업 중 하나로 전국 25개 재래시장을 시범시장으로 선정해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때 발표된 시범시장에는 경남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경남중소기업청과 어시장 상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 필요성을 지적,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4월에 업종별 번영회를 통합, 출범한 어시장상인회가 시장 내 CCTV 설치 등 자구노력이 시작되면서 6월 중소기업청 추가 심사에서 시범시장으로 선정됐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어시장 상인대학에서 중소기업청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변화 노력이 부족한 탓에 시범시장에서 떨어진 것은 큰 충격"이었다며 "경남에서 어시장이 시범시장으로 추가 선정된 것은 상인회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시설투자·상인 교육 등 '변화 몸부림'

▲ 지난 10월 연 어시장 상인대학.
ⓒ 배민
시범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최근 마산 어시장에는 지자체의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 시설투자, 상인의식 변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산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어시장 전어 축제'를 확대지원하고 재래시장 상품권을 만들어 유통 시켰다. 또 올 초 문을 연 대형 할인점 영업시간을 제한했고,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마산 어시장은 시범시장에 선정되면서 받은 지원금과 마산시 예산 등으로 일부 지역에 차양막 설치, 어시장 공영 주차장 설치, 배수관 설치 등을 실시했다.

또 상인 의식 변화를 위해 중소기업청과 어시장상인회는 상인대학을 열고, YES마산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판매를 유도했다. 또 어시장상인회가 하루 2~3차례 방송을 통해 상인들에게 친절 교육과 상품 원산지를 꼭 표시 할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했다.

어시장상인회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시설투자와 상인교육을 계속할 예정이다. 상인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년 사업은 지하1층 지상 2~4층 규모의 주차장 건설, 고객센터 마련, 차양막 추가 설치, 상인대학 심화가정 개설, 노점상 정리 등이다.

재래시장 장점 살리고, 상인 의식 높여야

▲ 차양막과 배수로를 새로 설치한 어시장 진동골목.
ⓒ 배민
박영근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래시장이 대형 유통점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래시장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사람과 정'이다.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상품과 대화를 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소비자와 상인이 1대 1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상품과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키울 수 있다."

박 교수는 또 현재 재래시장 주요고객이 40대 이상인 점을 들어 젊은 층을 재래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시장 상인들이 젊은 마인드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젊은 상인들이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며 "빈 점포에 젊은 상인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열악한 시장 시설 개선에 정부의 지원과 함께 개인점포에 간판·인테리어 등 개인 투자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재래시장 지원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경남지방중소기업청 지원총괄과 김민조씨는 "잘 되고 있는 시장에 대해 적극 투자하고 살리는 것이 정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재래시장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상인들이 변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정부가 아무리 지원책을 내놓아도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시장 상인들은 상인 단체를 조직하고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준에 맞춰 상인들의 의식도 변화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정책적인 지원이 빛을 발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만큼 상인들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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