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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유기견 위탁업체 엄벌을 촉구하는 네티즌 서명운동이 2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이 서명운동은 동물보호단체 '동물반려연합'이 추진하는 것으로 서명인수는 17일 현재 4000명을 넘었다. 이들은 특히 6개 시청의 위탁업무를 맡고 있는 특정 업체를 '유기견들의 아우슈비츠'라 부르며 맹비난하고 있다.

농림부 가축방역과에서 작성한 유기동물 관리현황 보고에 따르면 2005년 유기동물 포획건수는 6만5392마리로, 이는 그 전해에 비해 약 44%가 증가한 수치이다. 2006년에는 그보다 만 마리 이상 증가한 약 7만9200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마다 눈에 띄게 증가하는 유기동물의 수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애완동물 양육 붐이 일면서 주변에서 유기동물을 발견하는 일이 잦아졌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유기동물 증가추세가 꾸준히 보도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포획된 유기동물의 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BRI@표면상으로는 좀체 드러나지 않았던 유기동물 위탁보호소 운영 실태에 문제제기하기 시작한 이들은 몇몇 애견인들이었다.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거나 주인 잃은 강아지를 분양받으러 보호소를 방문했던 사람들에게서 유기견 위탁업체의 실태에 대한 이야기가 새어나왔던 것이다. 위생 및 관리상태가 엉망이고, 직원들의 태도가 고압적이며, 강아지를 잘 돌려주지 않으려 한다는 내용의 소문은 시간이 갈수록 퍼져 갔다. 다녀온 사람이 늘어날수록 유기견 위탁보호소가 사실 도견장에 불과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도 늘어났다.

인터넷 애견카페에는 강아지를 분양받으러 갔다가 봉변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게 올라온다. 아이디 SHIN을 사용한 한 네티즌의 글은 조회수가 만 명을 넘었다. 이 네티즌은 강아지를 분양받기 위해 미리 메일로 보호소 측이 요구하는 '집 사진' 등을 보내고 어렵게 입양승낙을 받은 뒤 선물까지 사들고 보호소에 찾아갔으나, 책임비 지불 외에 화장품 세트 등의 강매와 지속적인 후원금 계약서 작성 및 정기적인 가정방문 요구에 입양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이미 보호소 측에 알려준 탓에 그 후로도 협박메일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 '아우슈비츠' 내의 유기견들
ⓒ 동물반려연합
소문에 불과했던 보호소의 파행운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동물보호단체가 농림부 담당자와 함께 특정 위탁업체를 급습한 후부터였다. 보호소 측의 완강한 거부를 뚫고 진입한 보호소에서 그들은 급하게 치운 듯한 흔적과 그럼에도 열악한 위생 상태, 고통 받는 강아지들을 발견했다. 사전 통보 없이 보호소를 방문한 후 이들 단체는 네티즌 서명운동과 해당업체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유기동물 문제를 통합적으로 총괄하는 부서가 없어 현재 유기동물처리는 지자체별로 조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지정한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는 법정보호기간인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킨다. 유기동물 위탁보호소에 대한 지원금은 지자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안락사시킨 유기동물 한 마리 당 10만 원 정도. 작년 한 해 동안 안락사 또는 폐사된 유기동물은 4만3000마리가 넘었다.

보호소의 위생상태가 열악하고,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다른 곳에 입양을 보내는 것보다는 도견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보호소의 실태는 기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호소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안락사 수를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위탁업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관악구청의 유기동물 담당자는 위탁업체 선정에 대해 "선정 기준은 내부적인 것으로 알려줄 수 없으며, 관련 부서의 담당자 여러 명이 상의 끝에 결정한다"고 말했다. 업체선정에 대해 공시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담당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나마 서울시는 조례에서 후보업체의 조건을 명시하고 있어 나은 편이다. 현재 서명운동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업체는 주로 경기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선정뿐 아니라 관리 및 감사에 대한 규정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위탁업체의 계약기간은 보통 1년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그 기간 중 몇 번의 감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지역을 불문하고 담당자만이 알 수 있는 '기밀'이다.

현재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시설은 총 225개소로 그 중 211개가 위탁시설이다. 사실 이러한 파행운영이 모든 보호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들만 보아도 일부 유기견 보호시설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문제들이 좀 더 공론화되지 못한 것은 여기에 일부 애견인들과 동물보호단체들만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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