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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린다 더켓과 아들 트랜튼의 즐거웠던 한때.
ⓒ TV화면 촬영
어린시절 입양되어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계 엄마 멜린다 더켓 (한국명 이미경). 그녀가 2살난 아들이 실종된 지 2주만인 지난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미 전역을 '더켓 케이스' 논쟁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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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보도]"CNN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19일 현재(미국 시각) 이번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실종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은 물론, 미국의 케이블 방송 CNN 헤드라인 뉴스의 토크쇼 진행자 '낸시 그레이스'의 섣부른 '언론재판'이 멜린다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는 비난이 일며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에서 핵을 이루어온 트랜튼의 실종과 관련하여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논쟁부터 살펴 보기로 하자.

당초 경찰은 실종신고 직후 멜린다와 그녀의 남편 조슈아의 주변을 동일하게 수사선상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조슈아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 응한 반면, 멜린다가 이를 거부하면서 수사의 초점이 멜린다에게로 쏠리기 시작했다. 멜린다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거부한 이유는 그녀의 변호사가 탐지 결과가 증거로서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멜린다는 CNN헤드라인 뉴스의 낸시 그레이스로부터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을 당했다. 낸시 그레이스는 지난 7일 녹화 인터뷰에서 트랜튼의 실종신고 당일 멜린다가 어디에 있었는지, 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 응하지 않았는지를 반복적으로 캐물었으나 이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고, 다음날 멜린다는 자살했다.

여기에 멜린다가 자살하기 전에 권총을 구입했다는 경찰 보고는 멜린다가 실종 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깊게 심어 주었다. 이후로 경찰은 멜린다를 혐의자로 공식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멜린다에게 수사가 집중되었다.

언론도 멜린다에게 일방적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경찰의 수사과정을 집중 보도했다. 일반 여론도 여러 정황으로 보아 멜린다가 트랜튼을 납치 살해 했을 것이라는 추정하에 멜린다의 전 남편인 조슈아 더켓이 벌이는 '트랜튼 찾기' 캠페인에 합류하는 분위기를 이루었다.

멜린다가 거짓말 탐지기를 거부한 점, 트랜튼 실종전의 알리바이가 규명되지 않은 점 그리고 자신의 인터뷰가 전파를 타기에 앞서 자살한 점 등에 비추어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자연스러워 보였고, 지금도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육권 놓고 남편과 시어머니에 맞서 싸운 멜린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기를 드는 '소수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랜도 센티널> 칼럼니스트 로렌 리치는 15일자 칼럼에서 멜린다가 결혼 전부터 아이의 양육권 문제를 놓고 남편 조슈아와 끝없는 논쟁을 벌여 왔고, 여기에 조슈아의 어머니가 깊게 개입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로렌이 경찰과 법정의 기록을 열람한 바에 따르면, 트랜튼이 태어난 직후 조슈아는 카운티 법원에 양육권 소송을 냈다. 그러나 판사는 그에게 아들 방문 조치만 내리고 멜린다에게 양육권을 허용했다.

이후로 조슈아와 그의 가족은 주 아동 가족국과 경찰에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여러차례 멜린다가 트랜튼을 잘 돌보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조슈아 가족은 전화로 멜린다의 화를 돋구어 내고는 리스버그의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시킨 적도 있으나 곧 풀려난 적도 있다. 정신과 의사와 대화를 한 멜린다가 정상이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만약 조슈아가 확실한 증거 없이 계속 멜린다를 물고 늘어진다면 위증죄로 입건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엄청난 싸움을 벌여온 이들 둘은 이 와중에 작년 6월 결혼식을 올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조슈아는 결혼한 지 한 달 후에 자신의 어머니가 그와 멜린다를 괴롭혔으며, 트랜튼을 빼앗아 가겠다고 위협했다며 어머니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정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밀월 기간은 2개월도 채 지속되지 않았다. 조슈아는 가계를 돌볼 능력도 없었고, 아이조차 돌볼 여유와 성의도 보여주지 않았다. 조슈아와 그의 어머니는 이번에도 합세하여 멜린다로부터 트랜튼을 빼앗으려 했다.

결국 지난 6월 14일 멜린다는 이혼했다. 그리고 그날 멜린다는 누군가로부터 그녀와 아들을 죽이겠다는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 판사는 조슈아에게 멜린다와 아들에 대한 접근 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7주후에 트랜튼은 실종되었고, 멜린다는 트랜튼 실종 2주 후에 자살했다.

▲ 공격적인 인터뷰로 멜린다 더켓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낸시 그레이스.
ⓒ TV화면 촬영
"무수한 공격을 잘 막아냈다... 딱 하나 '예외'를 남겼다"

멜린다의 양부모는 "민디(멜린다의 애칭)는 매우 강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벌레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만큼 착한 아이였다"며 왜 경찰이 이번 사건의 초점을 멜린다에게 맞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멜린다의 양부모는 '멜린다와 트랜튼은 떨어 질 수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올랜도 센티널>의 칼럼니스트 로렌 리치는 "멜린다는 이때껏 무수한 공격에 대응해서 물리쳤다. 그러나 딱 하나 예외를 남겼다"고 썼다. 그 "딱 하나"가 바로 낸시 그레이스라는 암시다.

그렇다면 전직 검사 출신의 낸시 그레이스는 CNN토크쇼에서 정말 멜린다를 죽음으로 몰아 넣을 만큼 '예외'적인 짓을 한 것일까.

낸시는 지난 7일 멜린다와 인터뷰에서 책상을 두드리며 검사같은 태도로 '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는지'와 '트랜튼이 실종되던 날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캐물었다. 멜린다가 이에 대해 회피하자 낸시는 불만에 찬 표정으로 "미스 더켓, 당신은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 왜 말하지 않는가"라며 재차 다그쳤다. 토크쇼를 본 멜린다의 친구는 낸시의 이같은 위협적 태도를 두고 "낸시가 멜린다를 끝장냈다(ate up)"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낸시 그레이스는 지난 15일 7시 30분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멜린다는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같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죄책감이 그녀를 자살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멜린다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언급을 했다.

"인기 위해 사람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중단돼야"

그러나 멜린다의 양아버지 제리 유뱅크씨는 토크쇼의 프로듀서들이 아이를 찾게 해 준다며 멜린다를 속여서 인터뷰를 성사시켰고, 결국 낸시 그레이스와의 인터뷰가 그녀의 딸을 파멸로 몰아 넣었다고 주장했다.

유뱅크씨는 14일 <올랜도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멜린다가 그 토크쇼 때문에 죽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인기를 끌기 위해 어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짓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낸시는 자신의 인터뷰가 "멜린다를 죽음으로 이끌지 않았음은 물론 트랜튼을 찾기 위해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응수했다.

전문가들은 낸시 그레이스가 이제껏 보여 온 인터뷰 스타일과 관련하여 보도윤리의 결여와 토크쇼 진행자가 가질 수 있는 '시야'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는 미국 방송의 상업주의적 특성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케이블 뉴스의 비밀: 상업주의 미디어에 대한 나의 경험>이라는 책의 저자인 제프 코헨은 "그녀는 못 말리는 성격의 소유자"라면서 "나는 감히 (혐의자를) 지목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리낌 없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낸시 그레이스 쇼'야 말로 방송뉴스가 오락물화 한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개탄한다.

미국 방송매체의 상업주의적 특성을 비판해 온 코헨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두 사람의 삶에 얽힌 실종사건은 토크쇼의 대상이 아니다. 낸시의 토크쇼가 트랜튼의 실종사건에 과연 어떤 긍정적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낸시가 그녀를 인터뷰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경찰과 상담가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할 문제다.텔레비젼 방송국에 들어 앉아 있는 낸시가 어떻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단 말인가."

▲ 경찰견을 대동하고 수색중인 경찰팀.
ⓒ TV화면 촬영
"상업주의에 놀아나" - "직업에 충실했을 뿐"

한 저명 저널리즘 연구기관의 연구원인 톰 로젠탈은 "케이블 뉴스에서 많은 토크쇼들이 쇼비즈니스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쇼 진행자들은 그 스스로가 만든 자신의 캐릭터 대로 쇼를 진행하고,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가 뉴스를 진행하는 대로 빨려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올랜도 센티널> 칼럼니스트 로렌 리치도 19일자 칼럼에서 "낸시는 다른 주요 방송들과의 뉴스쇼 경쟁에서 2위나 3위로 뒤처져 왔는데, 이를 만회하려 애써왔다"면서 '그녀는 어떤 사건을 다루는데 자신이 세워둔 추론에 따라 제멋대로 사실을 해석해 왔고,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이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경찰 및 법조 전문가들은 낸시 그레이스의 토크쇼를 그리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플로리다의 남부의 대학에서 한때 경찰행정학을 가르쳤다는 제니타 말렛 쥬니어(52)는 "낸시는 일단 직업에 충실했다"면서 "그동안 실종 아동이나 성폭행범 등을 찾아 내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이번 경우도 트랜튼을 찾기 위해 그가 평상시 할 수 있는 정도를 했을 뿐"이라고 낸시를 두둔했다.

그러나 올랜도 지역의 한 패션 잡지사의 편집장인 블레어 케어웨이(43)씨는 "낸시가 너무 멀리 간 것은 분명하다"면서 "애틀랜타에 사는 토크쇼 진행자가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여자를 '재판'한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설명이 안된다, 낸시는 자신이 아직도 검사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트랜튼 실종 영구 미제? 멜린다는 왜 죽은 것일까

플로리다 리스버그 지역의 경찰은 지난 16일과 17일에 이어 18일에도 160여명의 수색대와 17마리 수색견, 차량과 잠수부 등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펼쳤으나 트랜튼의 실종과 관련하여 아무런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과연 실종된 트랜튼은 어떻게 된 것일까. 또 멜린다는 왜 자살한 것일까. 당사자인 멜린다가 사라진 현재로서는 트랜튼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코리아 위클리(koreaweeklyfl.com)에도 보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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