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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한 멜린다 더킷과 실종된 아들 트랜튼.(ABC-TV 화면)
어렸을 때 입양돼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계 여인이 2살난 아들이 실종된 후 할머니의 산탄총으로 자살한 사건이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플로리다 레이크 카운티에서 지난 8일 발생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며 특히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태도가 아이 엄마를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이 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올랜도 센티널> 등 지역 언론과 CNN, ABC등 주요 방송들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계 멜린다 더킷(21)은 8일 오후 올랜도 북서쪽에 위치한 은퇴촌 '더 빌리지(The Village)'에 사는 할머니 집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멜린다는 지난달 27일 밤 9시경, 아들 트랜튼이 그의 침실에서 실종되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비극적인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멜린다는 트랜튼을 저녁 7시경 침실에 눕힌 후 두 명의 남자 친구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다 두 시간 후인 9시경 트랜튼 방에 가보니 창문의 방충망이 뜯겨진 채 아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후 2주 동안 멜린다는 포스터 부착과 방송 등을 통해 아들의 행방을 찾아 나섰고, 경찰은 '앰버 얼러트(납치경보)'를 발동했다. 이때만 해도 트랜튼 실종 사건은 흔한 가정사에 불과했다.

1984년부터 2005년까지 플로리다주 실종신고 센터에 접수된 실종신고는 9521건에 이르고 있는데 대부분은 이혼이나 별거로 인한 시비 와중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몇 시간만에 해결되곤 했다.

그러나 트랜튼의 경우 실종기간이 길어지고 가정사가 점차 표면에 떠오르며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특히 멜린다가 남편과는 달리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은 연일 매스컴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멜린다는 CNN 헤드라인 뉴스의 낸시 그레이스와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거짓말탐지 거부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멜린다는 이미 수사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면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거부했고 멜린다의 변호사도 이를 권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낸시 그레이스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올랜도 센티널> 13일자. 낸시는 CNN 헤드라인 뉴스의 보도가 멜린다의 죽음을 촉발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사 중 사진 우측 아래가 낸시 그레이스.
멜린다 할머니 "사건의 공론화가 비극 불렀다"

한편 CNN 헤드라인 뉴스의 낸시 그레이스는 멜린다와 인터뷰한 다음날 멜린다가 자살한 것으로 보도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멜린다를 지나치게 몰아붙인 것이 결국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는 여론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낸시는 13일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이를 다루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멜린다가 죽은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실종된 트랜튼이 무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낸시는 특히 녹화된 인터뷰가 전파를 타기 전에 멜린다가 자살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인터뷰가 멜린다에게 발생한 일(자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낸시 그레이스의 이같은 언급은 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멜린다가 인터뷰 후 중압감으로 자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멜린다의 할머니는 "사건의 공론화가 멜린다로 하여금 심한 스트레스을 받게 했다"며 이번 사건이 비극적인 파국을 맞은데 대해 매스컴에 책임을 돌렸다. 죽은 멜린다의 친구 진 브래그는 <올랜도 센티널> 9일자 보도에서 "낸시는 멜린다에게 네차례나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거부한 사실에 대해 캐물었다"면서 "낸시가 멜린다를 파멸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했다.

CNN 헤드라인 뉴스의 '낸시 그레이스 쇼'는 주로 납치 사건 등을 포함, 법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범죄사건의 당사자들을 출연시켜 왔다. 전직 검사출신이기도 한 낸시 그레이스는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사건의 핵심을 짚어내 쇼의 인기에 큰 몫을 담당해 왔다.

경찰, 멜린다 알리바이-권총 입수 경위 등 수사력 집중

레이크 카운티 경찰은 그동안 멜린다가 트랜튼 실종사건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수사를 벌여 왔으나 멜린다가 자살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13일 현재 경찰은 트랜튼이 실종되기 전후 멜린다의 알리바이에 대해서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트랜튼의 실종신고가 접수되기 하루 전인 26일 오후 4시부터 27일 오후 9시까지 멜린다와 트랜튼의 행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레이크 카운티 지니 패제트 경찰 서장은 13일 <데일리 커머셜>과의 인터뷰에서 "멜린다는 혐의자로 공식 지목되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사건 전후 그녀의 행적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멜린다가 트랜튼이 실종되기 이틀 전에 권총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권총 입수 경위와 사용처 등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전기공으로 일하고 있는 멜린다의 전 남편 조슈아 더킷(21)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해 왔으나 그는 "멜린다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올랜도 센티널> 9일자에 따르면 더킷의 아버지는 지난 1988년 11세 여아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혐의로 입건된 전직 경찰관 출신이다.

멜린다는 한국에서 태어난지 4개월만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뉴욕에 거주하다 할머니가 사는 플로리다 리스버그로 옮긴뒤 지역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는 같은 고등학교에서 남편 조슈아 더킷을 만났고, 트랜튼을 낳은 지 1년 뒤 결혼했으나 이내 관계가 악화되어 올해 6월 이혼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신문배달과 잔디깎기, 세일즈로 생계를 꾸려온 멜린다는 그동안 아이 양육문제로 전 남편과 논쟁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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