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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포실포실, 고소한 감자볶음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가운데 하나입니다. 식당에서도 맛있는 감자볶음이 나오면 다른 반찬 없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정도로 저는 감자볶음 마니아입니다. 그리고 염치 불고하고 반드시 한두 번 더 달라고 부탁해 먹기도 합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맛에다가 재료비도 크게 들지 않는 반찬이라서 많은 한식당에서 이 감자볶음을 손님용 반찬으로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맛있는 감자볶음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건 집에서 제가 만들어도 마찬가지였구요.

감자볶음! 감자 한 알이면 온 식구가 먹을 수 있는 푸짐한 반찬 한 접시를 만들 수 있으니 자주 만들게 되는 메뉴였지만 정작 맛있게 만들기는 참 힘들었어요.

감자를 너무 익혀 다 부스러뜨리거나 아니면 간이 너무 싱겁거나 짜거나, 혹은 전분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서 찐득찐득한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무언가 비결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요령을 찾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갈비찜'이나 '불고기' 같은 복잡한 요리는 맛있게 만드는 요령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이 쉽고 간단한 감자볶음 요리 비결은 어디에서 얻어야 할까 난감하더군요.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야 나름대로 제대로 만들어진 감자볶음을 먹게 되었으니 실로 얼마나 많은 실패가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인터넷도 뒤져보고, 요리책도 보고, 주변의 주부들에게 물어도 보고, 질리도록 매 끼 감자볶음 반찬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한 중학교 가정시간에 배운 '녹말의 알파화니 호화'니 하는 이론도 떠올려보고….

'감자볶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좋아하는 감자볶음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저의 눈물겨운 각고의 노력(?)을 거듭되었습니다. 차라리 아주 어려운 요리라면 지레 포기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고지가 바로 저기인 듯 보이는, 쉬워 보이는 감자볶음에 연일 실패를 거듭한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인가 그렇게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감자볶음에도 맛을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는 것을 드디어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 감자볶음의 달인이나 아니면 아예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요리도 아닌 그 흔한 감자볶음을 가지고 무슨 수선이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맛있게, 제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손에 쥐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기쁘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별 것은 아니지만 제가 나름대로 정리한 감자볶음 실패 없이 만드는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채 썬 감자를 물에 담가 흔들어 전분기를 제거한다.

2. 전분기를 제거한 감자에 소금을 뿌려 절여둔다.

3. 감자가 반쯤 익으면 기름 대신 물을 약간 넣어준다.

4. 맨 마지막으로 뚜껑을 덮어 약간의 뜸을 들인다.


그래서 맛이 검증이 되었냐구요? 글쎄요. 우리 집에서 가장 입맛이 까다로운 딸아이도 잘 먹는 것으로 봐서는 일단 검증이 된 듯합니다. 자! 감자볶음을 잘 만드는 요령을 따라서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재료

감자 1알(얇게 채 썰어), 채 썬 양파 2큰술, 채 썬 당근 1큰술, 채 썬 대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올리브유나 식용유 2큰술, 소금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물 4-5큰술, 통깨 약간


▲ 채 썬 감자를 물에 담가 전분기를 빼고 체에 건져두세요.
ⓒ 이효연
1. 얇게 채 썬 감자를 체나 소쿠리에 담고 물에 담가 흔들어 전분기를 빼 줍니다. - 첫번째 요령입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감자가 익으면서 전분에서 생긴 점성 때문에 찐득찐득한 감자볶음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모양새도 예쁘지 않지요.

▲ 감자를 소금에 살짝 절여두면 감자를 볶을 때 부서지지 않습니다.
ⓒ 이효연
2. 전분기를 빼 준 감자에 소금을 뿌려 약 5분간 재워둡니다. - 두번째 요령입니다.

소금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쥐어 탈탈 두 번 정도 뿌려주는 정도면 될 겁니다. 이렇게 하면 볶는 도중에 감자가 쉽게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삼투압 현상 때문에 감자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감자 입자들이 더 단단하게 뭉치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 대파향이 싫다면 처음부터 같이 볶아주세요.
ⓒ 이효연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먼저 다진 마늘을 볶다가, 나머지 재료를 넣어 달달 볶아줍니다. 파는 맨 나중에 넣어도 좋구요, 저는 아이가 파 향을 싫어해서 처음부터 넣어 볶았습니다.

소금 간도 아무 때나 마음 내킬 때 하면 됩니다. 미리 감자에 소금을 뿌려두었으니 간을 봐 가면서 뿌려주세요.

▲ 기름대신 물을 넣어주면 촉촉한 감자볶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이효연
5. 감자가 어느 정도 익어 살캉해지면 물을 넣어주세요. 이때 불의 세기는 '강'이 좋습니다. - 세번째 요령입니다.

계량컵을 따로 구입하는 대신 아기가 쓰던 낡은 젖병을 두고 이럴 때 사용하면 요긴하지요. 기름만 넣고 볶다보면 감자볶음이 너무 퍽퍽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름을 더 넣자니 느끼하구요. 그럴 때에는 군만두를 만들 때처럼 이렇게 한창 익어가는 감자에다가 물을 4-5큰술(약 60CC) 넣어주면 더 부드럽게 잘 익습니다.

▲ 밥에 뜸을 들이듯 감자볶음을 할 때에도 살짝 뜸을 들여주세요. 훨씬 맛이 좋아집니다.
ⓒ 이효연
6. 물만 넣어주면 끝이 아니지요. 뚜껑을 덮어 '뜸'을 잠시 들이는 과정이 필요해요. - 네번째 요령입니다.

이런 경우 뚜껑 달린 프라이팬이 없으면 아쉬운 대로 커다란 곰솥 냄비 뚜껑을 꺼내 덮으면 그만이지요.

불을 아주 약한 불로 줄인 후 뚜껑을 덮고 3-4분 동안 뜸을 들이면 감자에 수분이 골고루 흡수되면서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 대한민국 1등 반찬 감자볶음입니다.
ⓒ 이효연
참기름을 두르고 통깨를 뿌려주면 맛있는 감자볶음 완성입니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의 모든 '감자볶음 매니아'들과 함께 맛있는 감자볶음 만들기에 성공한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멋대로 요리'이효연의 홍콩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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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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