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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왕징(望京)의 한 고사장의 입구
ⓒ 김대오
"비에진장 만만라이!(別緊張, 慢慢來!,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라!)"
"충츠 충츠!(沖刺沖刺,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라!)"


중국의 대학입학시험 까오카오(高考) 고사장 앞,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다. 초조하게 학생을 고사장으로 들여보는 학부모와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격려하는 입시지도 선생님들의 모습 사이로 다소 긴장한 학생들이 수험표를 확인하며 고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 한 학생이 자신의 수험표를 보며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 김대오
재학생들의 응원과 교문에 엿을 붙이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시장 입구는 자녀들을 격려하기 위한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언뜻 보면 학부모 회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부모가 많아 보인다. 한 자녀세대이다 보니 자연 부모들이 많아 보일 수밖에 없다.

6월 7일 중국의 대학입학시험 까오카오(高考)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되었다. 첫날(7일)은 1교시(9시-11시30분) 어문(語文), 2교시(오후3시-5시)수학이 둘째날(8일)은 1교시 문이과종합, 2교시는 영어시험이 치러지게 된다. 장쑤(江蘇), 광동(廣東)성은 9일, 10일 오전까지(4일간), 상하이는 9일 오전까지(3일간) 시험을 보기도 한다.

▲ 1교시 시간이 알려지는 정광판 앞에 수험생이 긴장된 모습으로 입실을 기다리고 있다.
ⓒ 김대오
작년보다 144만 명이 늘어난 867만 명이 참가한 이번 까오카오에서는 이과생이 460만 명(53%), 문과생이 303만 명(35%), 문이과종합이 104만 명(12%)으로 나타났다.

올해 4년제 대학 모집정원은 230만 명으로 평균 3.5 : 1의 경쟁률이며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475만 명으로 1.7 : 1의 경쟁률이다. 올해 일반고교졸업생이 591만 명(68%), 올해 실업계 직업학교졸업생은 78만 명(9%), 재수생은 198만 명(22.8%)이다.

작년 까오카오에서 핸드폰과 대학생들이 동원된 부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화장실 출입시 감독교사가 동행하고 시험지에는 일체 답안표시를 못하게 하는 등 시험관리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 일부 성에서는 고사장에 CCTV를 설치하기도 하고 고사 중 화장실 출입을 완전 불허하기도 하였다.

중국은 교육부가 대학모집정원을 각 성시별로 차등적으로 분당하기 때문에 각 성시에 따라서 대학합격점수가 크게 다른데 베이징, 상하이 등의 대도시는 4년제 대학 합격점이 낮은 반면 안훼이(安徽), 쓰촨(四川)성 등은 합격점이 높아 형평성의 문제가 자주 거론되기도 한다.

▲ 입시지도를 해 온 선생님이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 김대오
작년 베이징의 4년제 대학 합격점수는 문과가 462점(750점 만점), 이과가 469점인데 반해 허난(河南)성은 문과가 599점, 이과 589점이었으며 작년 상하이 입시생의 대학 합격률은 80%에 달한 반면 안훼이성은 30-40%에 머물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까오카오가 다가오면 합격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의 호구이전이 이뤄지는데 이름하여 "까오카오이민"이다. 올해도 이같은 불법적인 호주거래인 "까오카오이민"이 극심했다고 6월 7일자 신징빠오(新京報)는 전하고 있다.

▲ 하나 뿐인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긴장하기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 김대오
딸을 데리고 고사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중국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 판별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자녀가 하나이기 때문에 자식이 어떤 대학을 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그 집안의 명예와 흥망과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입시장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집에서 샤오황띠(小皇帝, 작은 황제)로 군림했지만 오늘만은 사정이 그렇지 못해서 다들 괴로운 표정들이다. 고사장에 들어가서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창밖의 부모를 찾는 입시생과 또 그 자식을 위로하며 애태우는 부모들의 모습이 중국의 대학입시 까오카오의 비중을 새삼 실감나게 한다.

▲ 고사장에 입실을 해서도 부모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으려는 한 수험생의 모습이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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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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