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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런민비(人民幣)의 환율인상을 놓고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과 중국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세계경제의 추진동력으로 급부상한 세계3위 무역대국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런민비의 환율 변동에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인위적인 환율상승은 없다고 못박고 단계적으로 환율을 인상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바 있다.

이는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는 중국이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 중국 최초의 런민비 제1판의 50위엔권
ⓒ 인터넷사이트錢幣樂園
중국에서 런민비는 1948년 12월 1일 처음 발행되었다. 첫 런민비의 액면가는 50위안이었고 일련번호는 ⅠⅡⅢ--00000001이었다.

해방구에서 통용되던 화폐가 난무하던 1947년 10월 동비우(董必武)는 공산당 중앙에 중앙은행의 건설과 통일 화폐발행을 건의하였으며 당 중앙은 화베이(華北)은행, 베이하이(北海)은행, 시베이(西北) 농민은행을 합병하여 '중국인민은행'을 건립하고 화폐발행을 준비하였다.

제1판 런민비의 설계는 왕이지우(王益久)와 천나이용(沈乃庸)이 맡았으며 중국의 전통글씨체를 혼합하여 한자로 '중국인민은행'과 '오십원(伍拾圓)'을 인쇄해 넣었다.

1차 설계 시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을 넣으려 하였으나 마오쩌둥이 "화폐는 정부가 발행하는 것인데 나는 당 주석이지 정부의 주석이 아니다"라며 거절하여 2차 설계에서 해방구를 건설하는 현장의 모습으로 변경 확정되었다.

1955년 5월 10일까지 유통된 제1판 런민비는 1, 5, 10, 20, 50, 100, 200, 500, 1000, 5000, 10000, 50000위엔권까지 12금액으로 나누어졌으며 지역별로 다른 화폐들이 유통되어 모두 62종으로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 제2판 10위엔권, 사회주의 초기 농업 위주의 사회임을 가늠하게 한다.
ⓒ 인터넷사이트錢幣樂園
제2판 런민비는 1953년 3월 1일에 발행되었는데 사회주의경제가 안정에 접어들면서 화폐단위가 너무 커지고 화폐의 종류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우며 화폐의 질이 좋지 않은 것을 개선하였다. 일종의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을 단행하여 제2판의 1위엔은 제1판의 1만 위엔에 해당되었다.

그리고 한자뿐만 아니라 장족어, 몽고어, 위구르어를 화폐에 병기하였는데 이는 1949년 이후 다시 분열에 대한 경계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발행 당시에는 1, 2, 3펀(分), 1, 2, 5지아오(角), 1, 2, 3, 5위엔(圓) 10종이었으나 1957년 12월 1일 10위엔권을 추가로 발행하여 모두 11종류가 되었다. 이후 1, 2, 5펀짜리 동전이 생겨나고 또 1962년 검은색 1위엔권과 갈색 5위엔권이 추가로 발행되어, 제2판 런민비는 모두 16종으로 늘어났다.

제2판 런민비는 기존의 제1판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고 가치가 커서 혼란스럽고 불편하던 단점을 보완하는 한편 화폐의 질도 크게 제고시켜 국민경제의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제3판 5위엔권, 용광로에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통해 중국사회가 공업 위주로 변모해 감을 읽을 수 있다.
ⓒ 인터넷사이트錢幣樂園
제3판 런민비는 1962년 4월 15일 발행되기 시작하였는데 중국경제가 농업 중심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변모하였다는 것이 화폐에 잘 반영되었다. 1위엔에는 트랙터, 2위엔에는 미싱, 5위엔에는 용광로가, 그리고 10위엔에는 노동자가 함께 도안되어 철저하게 공업위주의 형상이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 1980년 4월 15일 1, 2, 5지아오와 1위엔 동전을 발행하여 종류가 7개, 금액이 13종류로 조정된 것 이외에 제2판과 1:1의 화폐 가치를 유지하는 등 대체로 제2판과 비슷하였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제2판과 제3판이 오랜 기간 혼용되었다. 또한 제3판의 큰 특징은 위조방지를 위한 각종 기술적인 도안들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위조지폐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제4판 100위엔, 1세대 지도자들인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리우샤오치(劉少奇), 주더(朱德)들이 새겨져 있다.
ⓒ 김대오
제4판은 1987년 4월 27일 발행되기 시작하여 1997년 4월 1일까지 유통되었다. 9개 금액에 14종류가 있다. 경제발전으로 인해 50위엔과 100위엔이 추가되었는데 제4판본은 1967년에 설계에 들어가 1985년 비준에 이르기까지 장장 18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당연히 그 사이에 벌어졌던 문화대혁명, 4인방의 퇴각, 개혁 개방 등의 역사적 사건들이 제4판 런민비 설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관심을 모았던 50위엔의 앞면에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의 얼굴이, 뒷면에는 황허(黃河) 도안이 들어갔으며 100위엔의 앞면에는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리우샤오치(劉少奇), 주더(朱德)의 얼굴이, 뒷면에는 징강산(井岡山) 도안이 새겨졌다.

1지아오에서 10위엔까지의 앞면에는 중국의 56개 민족 중 대표적인 소수민족 형상이 들어갔고 뒷문에는 중국 각지의 명승지가 도안되었다.(1角-고산족, 만족, 국가휘장, 2角-보이족, 조선족, 국가휘장, 5角-묘족, 장족, 국가휘장. 1圓-요족, 동족, 만리장성, 2圓-위구르족, 이족, 남해남천일주, 5圓-장족, 회족, 장강삼협, 10圓-한족, 몽고족, 에베레스트산)

▲ 제5판 100위엔, 1위에서 100위엔까지 모두 마오쩌둥으로 바꾸어 자본주의화하며 희석되는 혁명사상을 고취하고자 하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
ⓒ 인터넷사이트錢幣樂園
제5판 런민비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0주년인 1999년 10월 1일에 발행되기 시작하여 현재 사용 중인 판본이다. 제4판본과 가장 큰 차이는 앞면의 인물을 모두 마오쩌둥으로 통일하였다는 것과 20위엔권이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급격한 자본주의화로 사회주의 사상이 퇴색된다고 판단한 중국정부가 화폐를 통해 혁명사상을 고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으며 기존의 소수민족 도안을 없앤 것은 발전에 대한 자신감으로 분열에 대한 우려를 떨쳐냈음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행 5판본의 화폐 종류는 1, 5지아오, 1, 5, 10, 20, 50, 100위엔으로 8종류이며 4판본과 비교했을 때 20위엔권이 새로 생긴 반면 2지아오와 2위엔권은 없어졌다. 또한 처음으로 중국인민은행의 독자기술로 설계되었으며 100위엔권의 경우 폭은 같고 길이는 다소 줄이면서도 아라비아숫자는 더욱 크게 하여 식별이 용이하게 한 점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제4판과 마찬가지로 위조방지를 위해 다양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런민비는 다섯 차례의 발행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역사의 변화과정을 잘 반영해내고 있다. 1949년 건국 전후에 해방구를 건설하는 모습에서 사회주의 초기 집단농장을 중심으로 한 농업 위주로, 1960년대 대약진운동 이후 중공업 위주로, 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혁명사상이 강조되다가, 1980년대에는 민족을 어우르는 역할을 수행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자본주의에의 경도를 경계하며 다시 마오쩌둥을 내세워 혁명사상을 고취시키는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중국인의 피에는 런민비가 흐른다고 한다. 중국어로 "앞을 향해 간다(向前走)"는 말과 "돈을 향해 간다(向錢走)"는 말이 서로 발음이 같은데 그래서인지 중국인들은 돈을 향해 가는 것이 그들의 밝은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노골적으로 돈을 밝힌다.

중국은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나라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계산되고 또 돈으로 해결되는, 그래서 더 급속도로 금전만능사회의 모순과 폐단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경제의 고공비행에 편승하여 런민비의 가치도 날개를 달고 고공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을 얼마나 더 선진사회로 이끌어줄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중국은 1994년 1월 1일부로 이중환율제를 폐지하고 단일고정환율제를 시행하였는데 당시 처음으로 공시된 미달러당 런민비 환율은 8.7위엔이었으며 2004년 12월 20일 현재 환율은 8.2641위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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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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