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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 홍콩을 7대 0으로 이기고도 2006년 독일월드컵 2차 예선에서 탈락한 중국 축구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독일월드컵 2차 예선탈락의 여파는 국가주의 성격이 강한 중국축구가 스포츠와 경제에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광고 후원업체들은 거대시장인 중국에 막대한 축구 후원금을 지원해왔다.

▲ 베이징완빠오(北京晩報)가 11월 19일자에서 중국축구가 잃은 것에 대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중국이 사상 최초로 월드컵에 진출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이들 후원업체가 예선 3경기에서 거둔 광고료만도 5억 위엔(우리 돈 750억 원)이나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CCTV가 축구로 벌어들이는 광고 수입은 매년 1억 위엔을 상회했다. 그러나 <베이징완빠오[北京晩報]> 19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선 탈락으로 CCTV는 약 2억 위엔의 광고수입을 잃었다고 한다.

위 보도에 따르면, 이번 1차 예선 탈락으로 2006년까지 큰 축구경기가 없어짐에 따라 중국 국가대표팀과 광고계약을 맺은 후원업체들도 연이어 계약을 파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른 손실액만도 1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특히 외국 후원업체가 중국 프로팀과 맺은 계약도 함께 취소되면서 그 손실액이 2000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대표팀의 가장 큰 후원업체이던 지멘스를 포함해 많은 외국기업들이 중국팀 후원을 철회하자, “이런 분위기로 가다가는 아예 외국 스폰서가 전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후원을 철회한 외국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국축구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현 상태에서 후원에 따른 아무런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12월 22일부터 중국대표팀을 지도해 온 아리에 한 감독도 감독직을 사임한 뒤 11월 22일 오전 기자 4~5명만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히 고국 네덜란드로 떠났다. 원래 중국축구협회와 맺은 계약기간은 2006년까지였으나 예선 탈락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것이다. 그는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연봉 35만 달러만 받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에 한 감독과 중국축구협회 간에 심기 불편한 책임전가 공방도 이어졌다. 아리에 한은 낙후된 중국축구문화, 중국축구협회와 언론보도의 과오, 프로축구의 파행적 운영 등을 지적하면서 “나는 올해 두 게임 만을 졌을 뿐”이라고 자신을 변호했다.

반면 중국축구협회는 “아리에 한 감독이 패배한 아시안컵 결승과 쿠웨이트 경기는 너무 치명적이고 결정적인 경기였다”며 책임을 감독에게 돌리는 분위기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진출한 팀 가운데 처음으로 2006년 독일행이 좌절된 중국 축구팀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악령은 바로 홍콩언론에서 제기하는 승부조작 의혹이다.

홍콩의 <싱다오[星島]일보>는 22일자 보도에서 “홍콩축구팀이 중국에 비해 전략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7골이나 내줄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그날 경기는 골키퍼 판쥔예[范俊業] 1명과 21명이 시합을 벌이는 것 같았다”고 비아냥거렸다.

홍콩의 <밍빠오[明報]>도 22일, “1대 0으로 진 1차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 승부조작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중국의 <원회이빠오[文滙報]>는 “중국축구협회가 기존의 승부조작, 축구복권 남발, 심판매수, 경기장 폭력, 관료 부패를 개혁하는 과감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중국축구협회를 비난했다.

▲ 11월 17일 경기 직후 중국팀의 리진위선수가 경기장에 앉아 좌절하는 모습을 신징빠오(新京報)가 전하고 있다.
같은 날 일본의 <일간체육>은 “A매치 19경기 무패행진을 벌이던 중국대표팀이 지난 아시안컵 결승에서 홈 관중의 텃새에도 일본에 3대 1로 패배한 이후 약체 말레이시아에 1대 0으로 신승하고, 쿠웨이트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며 ”중국인의 저급한 관전문화가 중국축구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독일월드컵 1차예선에서 탈락한 중국 축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예선전까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7년 아시안컵,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05년 동북아4개국대회 등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내에는 “한국과 일본을 위한 들러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적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목표를 상실한 축구국가대표팀의 노장들은 은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나머지 선수들도 거대한 좌절에 방향을 잃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희망에 찬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곳곳에서 중국축구를 비하하는 자조의 목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더 오랜 암중모색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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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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