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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문화산업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분야 중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수묵을 활용한 예술적인 가치만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15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애니메이션만을 고집하다 보니 시장화, 산업화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겹쳐지면서 애니메이션 산업은 철저하게 대중에게서 멀어져 소중(小眾) 문화로 전락했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2004년을 '애니메이션의 해'로 지정하고 올해만 3개의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시장이 급성장한다는 현실적인 조건 이외에도 미래의 주역이 될 3억 중국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과 의식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불가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 정책

중국은 1995년 '5155 공정'을 통해 5개의 애니메이션 출판 제작소와 15개의 애니메이션 출판소, 5개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를 창간한 데 이어 2000년 애니메이션 발전 10차 5개년 계획(2000년~2005년)을 세웠다.

그런가 하면 문화산업을 총괄하는 광전총국(廣電總局, 방송TV총국)은 137호 문건을 통해 중국 국산 동화를 60% 이상 방영해야 하고 외국 수입 애니메이션은 40% 이하로 방영해야 한다는 것과 성시(省市) 이상의 방송국에서는 반드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매일 10분 이상, 위성방송은 매일 30분 이상 방영토록 하는 조치를 하달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현존하고 있다.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진출의 난관

우선 지난해 중국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물 가운데 방송 가능한 애니메이션 생산량은 2000부, 총 6000분에 불과해 3175개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필요한 26만2800분 분량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방송사의 재방송율은 500%가 넘고 있다.

▲ 중국 영화대학(電影學院) 애니메이션학과 학생이 애니메이션제작에 필요한 세트장 그림을 그리고 있다.
ⓒ 김대오
중국에는 현재 200여 개의 동화제작소와 93개 대학에 애니메이션 학과가 개설되어 7000여 명의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수적인 면과 제작 수준에 비해 상품성이나 시장성은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비가 분당 7000∼1만5000위엔이 소요되는 반면 방송국에서 매입하는 가격은 메이저 채널(CCTV1, 영화채널, 상하이원광-上海文廣, 후난진잉-湖南金鷹)의 경우가 분당 800∼1200위엔이고 지방 방송국의 경우는 분당 10위엔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해도 원천적으로 제작비를 건질 수 없는 시장여건이니, 당연히 제작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그렇다고 해서 광고수입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중국의 방송국은 정부국영으로 독점 운영되는데, 모든 광고료를 방송국에서 챙기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은 한 푼의 광고 수입도 올리지 못한다. 설상사상으로 조금 성공한다 싶으면 다오반(盜版, 불법복제 CD)이 기승을 부려 이윤을 가로채 간다.

란마오의 성공모델이 주는 교훈

▲ 척박한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성공 모델로 자리잡은 란마오 캐릭터와 그것을 활용한 상품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성공한 모델이 있으니 바로 란마오(藍猫, Blue Cat) 시리즈이다. 현재까지 총 3000여 편이 제작되면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2003년 총매출액이 우리 돈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2400개의 브랜드 숍도 생겨났다. 우리가 보기에 다소 유치하고 또 작품성도 떨어져 보이는 란마오의 성공은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란마오의 성공에는 우선 부동산업자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제작비 지원이 있었다. 제작비 회수가 어려운 방송과 광고를 통해서는 적극적으로 '란마오'라는 브랜드 가치와 캐릭터를 선전하고 실제 수익은 아동 관련 산업에서 발생하도록 하는 전략이 먹혀 든 것이다.

중국은 매년 문구류가 600억 위엔, 아동복이 900억 위엔, 아동식품이 326억 위엔의 시장이 형성되는데 여기에 '란마오'라는 캐릭터가 결합하여 엄청난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 공력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캐릭터와 아동 관련 산업을 하나로 묶어내는 복합적인 산업 구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핸드폰과 온라인상의 애니메이션 시장 노려야

베이징 동영상 업계의 주화신(祝華新) 총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강연에서 TV, 도서 출판업계 등 전 영역에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상업화 모델을 사용자가 2억6000명에 달하는 핸드폰과 6800만 네티즌의 온라인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3사 분기까지 중국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 수가 1558억 건에 달해 1인당 월 평균 54개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 현재 중국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너자촨치의 주인공 너자의 모습. 중국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애니메이션 개발이 절실하다.
또 중국 포탈사이트 수입의 50%가 바로 이 문자메시지와 벨 소리 다운로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주 총재는 중국의 온라인 광고시장이 10억8000위엔 규모인데, 이 같은 문자메시지와 온라인 광고에 애니메이션의 효율적인 접목 여부가 미래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우리 나라는 분명 중국에 비교 우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진출하여 성공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시장 구조 자체가 이미 국영방송사와 독점계약이 되어 있는 상황에다가 애니메이션 자체로는 광고 수익을 포함한 어떤 이윤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선 진출 후 산업화 전략' 필요

▲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의 캐릭터들
장기적으로 '선 진출 후 산업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즉, 애니메이션을 중국에게 무상 제공한다는 전제로 일단은 중국인들이 선호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뇌리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다방면의 산업 분야에서 이윤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선진 인프라를 가진 우리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여 핸드폰 문자 메시지와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될 수 있는 플래시, 캐릭터 등의 애니메이션 상품을 계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완구, 장난감, 의류 등 연속적 소비로 묶어내는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3억 중국의 청소년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산업은 한 번 성공하면 그들이 소비 주체가 되는 성인이 되면 더 큰 구매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우리 문화산업을 진흥시키는데 많은 보탬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이 자국 애니메이션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지금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중합작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힙합 덕>과 중국과 인기를 얻고 있는 마시마로, 뿌까(중국소녀), 감자도리, 둘리 등 우리 캐릭터의 적극적인 상품화도 중국 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근거지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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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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