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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백호에게 선녀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게 어떻게 이곳에 올라온 거지.”

“칠성님의 구름차를 훔쳐 타고 이 곳에 올라올 것이라는 것은 이전부터 예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런 모습으로 구름이 되어서 일월궁전에 올라오다니….”

“그 구름으로 저런 괴물 같은 모습이 되어 이곳에 올라왔다니……”

바리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여의주를 손에 들고는 멍하니 그 구름 호랑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선녀들에게 데려다주고 돌아온 백호를 보자 바리는 다가가 목을
껴안았습니다.

“저게 바로 호랑이 대왕이란 말이야? 수 백 년 간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그
호랑이 대왕? 칠성님들에게서 구름차를 빼앗고 호종단으로부터 역술서를 빼앗아서 저런 거대한 구름이 되어서 이곳에 올라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니…. 고작 저런 괴물 같은 모습으로 이곳에 올라오기 위해서 저 아래에서 그렇게 오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서 바리는 갑자기 백호를 안고 있던 손을 놓고는 그 호랑이 대왕 쪽으로 쪼르륵 달려 나갔습니다. 백호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바리야, 어딜 가는 거야?”

바리는 몇 걸음 나가지 않아 바로 무릎을 꿇으면서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거세게 부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주저앉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천주떡을 먹지는 않았지만, 그 거대한 호랑이의 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영혼들이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 거대한 호랑이 대왕은 바리가 이전에 삼신할머니의 버드나무 가지를 가지러 갔을 때
동굴에서 보았던, 영혼을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붉은 눈의 호랑이들 수 만 마리가 모인 것 같았습니다. 새까만 숯덩이처럼 깨알 같이 호랑이 안에서 불타고 있는 영혼들이 하나 하나 다 바리의 눈 속에 들어왔습니다. 바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분명 저 수많은 영혼 중에 엄마 아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런 모습으로 일월궁전에서 부모님을 만나다니요…. 누군가 아주 용감한 사람이 나와서 저 호랑이의 목을 친다한들 저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영혼들은 어떻게 될 것이며, 설마 사람이 되어서 우루루 일월궁전에 쏟아진다 한들 그 중에서 어떻게 엄마 아빠를 찾을 것인지 바리는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바리는 온통 눈물에 범벅이 되어서 큰 소리로 엄마와 아빠를 부르기만 했습니다.

“엄마, 아빠, 여기 바리가 왔어요… 여기…. 저 백호랑 그렇게 많은 고생을 하면서
엄마 아빠를 만나기 위해서 이곳에 왔는데…. 얼른 나와요…. 얼른요,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단 말에요.”

바리는 여의주를 품에 안고는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백호가 바리에게 뛰어와 소리쳤습니다

“바리야, 정신 차려, 얼른 저 여의주를 저 함 속에 넣어야지.”

바리는 백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백호야, 저 호랑이 대왕 몸 속에 우리 엄마 아빠가 있어. 눈에 다 보여. 어떡해. 어떻게 해야 저 호랑이의 몸 속에서 우리 엄마 아빠를 끄집어 내지? 백호야, 나 좀 도와줘….”

백호도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바리야, 여길 좀 봐. 얼른 일어나서 저 여의주함에 그 여의주를 넣으란 말이야.”

바리는 겨우 고개를 들어 우물 꼭대기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난 몰라… 저기를 좀 봐. 저 해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여의주함에 여의주를 넣을 수 없다잖아.”

백호는 성큼 뛰어 바리의 얼굴 앞으로 자기의 얼굴을 디밀었습니다. 그렇게 바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백호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바리야, 해가 저 우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상관없어. 우린 저 여의주함 속에 여의주를 집어넣으면 돼.”

백호의 말은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바리는 그냥 여의주를 두 손으로 안은 채 어찌할 줄을 모르고 울고만 있었습니다.

“바리야, 제발…. 울지 말고…..”

백호에게 사람처럼 자유로운 손이 있다면 당장 바리의 손에서 여의주를 빼앗아 직접
그 자리에 같다 두고 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모양인지, 바리에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안타까움이 녹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만 있는 바리는 백호의 안타까운 마음에 불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당장 바리를 옆으로 던지고 입으로라도 물어서 갖다놓을 수만이라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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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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