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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경절(10월 1일) 전날 비가 왔다. 하지만 국경절 당일은 맑게 개인 청명한 가을날이 펼쳐졌다.

▲ 꽃단장을 하고 있는 톈안먼 광장의 모습
ⓒ 김대오
아무튼 55년 전 1949년 10월 1일,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선 마오쩌둥은 떨리는 음성으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역사적인 '중화인민공화국' 건립을 선포했다. 외세에 의해 국토가 '꽈펀(瓜分)'되는 설움과 갖은 핍박을 당해 온 중국인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부등켜 안고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그래서 톈안먼 광장은 중국 건국의 상징이며 국경절의 메인 무대이다. 망루에 섰던 마오쩌둥은 이제 중국 최고의 초상화 화가의 손에 의해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광장을 응시하고 있다. 그와 함께 혁명에 참가했다가 산화해 간 인민영웅들은 기념비로 세워져 광장에 우뚝 서 있다.

▲ 중국혁명의 아버지 쑨원이 국경절마다 톈안먼 광장을 찾아와 마오쩌둥과 시선을 나눈다.
ⓒ 김대오
인민영웅기념비 앞에는 중국 혁명의 아버지인 쑨원의 초상이 놓여져 있고 양 옆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5주년 경축’과 ‘위대한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붉은 글귀가 내걸려 있다. 마오쩌둥과 쑨원의 시선이 마주 닿는 광장의 중앙엔 56개 민족의 대단합을 상징하는 거대하고 둥근 꽃 화분과 중국의 비상과 승천을 상징하는 분수가 꾸며져 있다.

▲ 작년 10월 발사에 성공한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가 중국인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미래의 주제로 톈안먼에 등장했다.
ⓒ 김대오
그 왼쪽으로 유구한 전통를 의미하는 만리장성이 꿈틀대고 오른쪽에는 밝은 미래를 의미하는 베이징올림픽 엠블럼과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광장에는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모든 것이 화려하게 꾸며진 조명 아래 하나로 어우러진다.

▲ 솟구치는 분수가 중국 발전의 모습이라면 그것을 떠받들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민중들의 땀과 노력일 것이다.
ⓒ 김대오
고단한 일상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힘겹게 달려온 중국의 인민들에게 국경절의 톈안먼 광장은 축제의 흥분과 환희를 전해주는 듯하다. 빈부 격차의 아픔도, 격변의 혼란도 잠시 마취되고 나른한 환상과 희망이 생겨나게 하는 것 같다. 최소한 톈안먼 광장, 그곳에 서면 말이다.

▲ 거대한 축제의 마당이 된 톈안먼. 그러나 그곳에는 거지도 많았고 상처를 가지고 고향을 버리고 온 사람도 많았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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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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